열 여섯째 날

날아오른다, 지금 당장

by 박달나무

광석이가 집으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15일만 참가하겠다고 고집해서 엄마가 "15일 참가"를 받아들여 캠프에 참가했던 것이다. 하지만 속마음은 24일간 완주하길 바랐고, 교사들도 그렇게 유도하겠노라고 약속했었다. 광석이는 캠프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고 활동 수준도 뛰어났다. 중학생 동생들에게도 신망을 얻고 있었고, 본인도 즐겁게 생활하여 24일간 완주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이 친구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할머니와 이모의 사랑도 컸다. 눈치가 빠르고 센스도 뛰어나다. 리더십도 있고 나름 카리스마 작렬이다. 체격은 작은 편이나 체력은 좋다.

유일한 문제는 학교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광석이의 문제가 아닌 부모와 학교 선생의 문제이다.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맏이로 자란 광석이는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학교 입학과 동시에 조연도 아닌 주변 엑스트라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때 충격을 소화하지 못했다.

자,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라. 누가 짊어져야 할 책임인가? 광석인가, 광석의 부모나 선생인가?

아이에게 필요한 "충분한 돌봄"은 광석이가 받은 충격적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랑과 돌봄이 필요할 때 엄마에게는 돌봐야 할 어린 동생이 있고, 아빠는 가장 바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할 나이에 있다. 할머니는 늙어서 기력이 떨어지고, 이모는 멀리 이사를 간다. 초등 저학년의 할머니 교사들에게는 관성과 고집만 남아있다. 성실한 부모는 돈벌이와 조직생활에 성실한 것이지 가족에게 성실한 것이 아니었다.

눈치 빠르고 감각도 뛰어난 광석이가 갈 곳은 선택여지가 없다.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세계, 그들만의 세상, 친구와 어울림이다. 친구 집단은 의도적으로 어른들과 정반대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성실을 요구할수록 태만을 구축한다. 책임감을 강요할수록 방만을 쌓아간다. 질서를 강조할수록 주변을 엉망으로 만든다.

솔직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태만과 방만, 무질서는 소통 없는 폭력적 사회일수록 꼭 필요한 요소이다. 어두움이 있어야 밝음이 뽐낼 수 있다. 지저분함은 깨끗함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소품이 된다. 엇나가는 아이들이 있어야 폭력적 통제를 사용할 권한이 있는 집단(부모, 선생, 공권력)의 존재 이유가 설명된다.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아이들 생활에 적용되는 것이다.

광석이는 음식 만드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다. 큰 호텔의 주방 책임자가 되고 싶단다.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어울리고 대놓고 흡연하는 광석이를 부모는 믿어주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 부모의 용기이다. 아이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는 어떠한 해결도 있을 수 없다.

광석이의 책임을 모두 거두어주라고 권하고 싶다. 어깨를 가뿐하게 만들어주라. 그러면 날아오른다.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