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날

교사와 학생의 구분이 없다

by 박달나무

두 번째 4박 5일 야영을 떠난다. 화제가 되고 있는 제주 올레길 걷기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올레 3코스 중간에 있다. 3,4,5,9,11 코스를 걸으려고 한다. 간세다리가 되어.(느릿느릿 걷는다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자전거 일주는 완주가 목표였다. 올레길 걷기는 다르다. 비장애인 여러분이 걷는 것은 어려움이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제주의 바람을 맞아봐라. 제주 돌담의 어색함과 처음 보는 들꽃을 이미지로 저장해라. 너희들 목표는 머리와 가슴, 뱃속을 모두 비우는 것이다. "비움" 이것이 올레길 걷기의 주제이다. 쉽게 말해 어지러운 창고 정리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뒤죽박죽 창고를 정리하려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창고에서 물건을 빼야 한다. 비움은 채움을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번엔 비우자. 다음에 채울 수 있다. 누구나 다음 기회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그것마저 비우면 된다. 절로 희망과 편안함이 채워진다."

올레길 걷기를 기획하면서 <제주 올레> 이사장인 서명숙이 지은 <제주 걷기 여행;북하우스>을 사보았다.

여기 와서 다시 부분적으로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저자가 자란 서귀포 어린 시절 얘기와 함경도 무산이 고향인 아버지가 제2고향인 서귀포에 돌아가고 싶어 했음에도 서울에서 세상을 등진 이야기를 읽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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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통로는 매우 개인적이고 유일한 길이다. 책이든 여행이든 놀이이든 유일한 자기만의 통로를 통해 들어온다. 많은 청소년 친구들이 그런 통로가 없어서 정보유통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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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반 달이 지나도록 날짜와 요일을 잊었다. 그렇게 긴장하고 일정에 집중하면서 살았다. 책 덕에 나도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저급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되돌아보면 나도 상처 투성이의 어린 시절을 갖고 있다. 덮어두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늘 내 마음이 약해질 때는 스멀스멀 떠오른다. 그러면 한동안 몸서리가 쳐진다.

고백한다.

올레길이 치유의 길이라면 그건 나를 위한 길이 될 것이란 것을. 아이들 핑계로 내가 걷고 싶어서 기획한 것 같다.

올레에서 학생과 교사가 따로 없을 것이다. 교사를 고집하는 한 행복할 수 없다. 학생에 머물려고 할 때 아이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모두 행복하고 자유로운 그 길을 떠난다. 8월 9일(일)에 돌아온다. 그동안 당신도 행복하시라.


잘 다녀왔다. 올레길 걷기. KT 광고에 "Wow!"와 "Olleh!"를 구분하는 내용이 있다.

아이들은 결코 "Olleh!"는 아니었나 보다. 덥고 힘들었다 한다. 자전거보다 훨씬 힘들었단다. 20km를 언제 걸었겠는가? 때론 오름도 오르내리는 길을 매일 20km씩 걷는 것은 군인 훈련병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칭찬할 만하다. 모두 건강하다. 오히려 누리는 찢어져 꿰맨 무릎이 아물었고, 자전거 탈 때 까져서 곪은 명선이 상처도 올레길에서 새살이 돋았다. 후시딘 없이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날씨도 도와줬다. 닷새 동안 야생으로 텐트를 이동하며 살았는데, 비가 심하게 왔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서 밥을 지어먹었겠는가. 세상 일이 내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천지신명께 감사드린다.

나는 첫날만 같이 걸었고, 텐트 설치와 식사 준비로 모든 일정을 mathdosa 선생님이 혼자 도맡았다. 고생하셨다. 도사 샘의 까만 얼굴과 날씬해진 몸매가 말해준다.

걷는 일은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다는데, 잃어버린 본능을 일깨우는 올레길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