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제

어느 순간에 기억이 일어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by 박달나무

#봉화에서50일
#6월18일
#기억을못하는경우

1. 간편하다고 생각한 카레라이스를 했다. 우연히 들은 백종원 스타일 레시피가 카레에는 최고다.(양파를 뭉그러질 정도까지 오일에 들들 볶아라. 그러면 정말 맛이 달라진다) 한 녀석이 눈을 반짝이며 잘 먹는다. 또 한 녀석은 낮잠이 길어져 여러 번 깨워도 일어나질 못한다.(넌 저녁 읎다)

curry.jpg


2. 삼일 째 화투를 만지고 있다. 기억 회로에 에러가 심각한 아이를 위해 면에 나가 화투를 샀다. 아이가 기억이 흐린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기억의 회복을 어떻게 북돋울 것이냐가 관건이다. 기억이 약한 것이 단일한 원인이라면 원인 제거에 집중하겠지만, 워낙 다양한 원인으로 기억을 안 하거나 못 하는 것이다. (대부분 안 하다가 못 하는 걸로 넘어간다) 그러니 원인 파악하다가 시간 다 지나간다.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느냐를 따져야 한다. 문장을 기억하지 못한다. 말하기한 내용을 기억하기도 어렵지만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이런 아이들 너무 많다. 반에서 15~20%는 될 것이다. ADHD와 전혀 다른 현상이지만 겹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기억이 약하다' 이런 명제는 틀렸지만,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ADHD 아이들은 기억력이 좋다)
그런 경우 이미지 기억을 체크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화투. 고스톱을 가르치고 게임을 한다. 하지만 삼일 째 같은 패를 구별하기 힘들어 한다. 솔(숫자 일)패만 기억하고 이 매조를 찾지 못한다. 실제 돈을 가지고 긴장감을 높였지만 소용이 없다.
음~ 이를 어째, 하며 고민이 됐다. 그런데 조금 전에 카레라이스를 잘 먹고 나오더니 솔~비까지 12 숫자에 맞는 각 4장의 화투패를 모두 구분하고 순서대로 늘어놓는다. 이제 헷갈려하지 않는다. 막 웃는다. 화투패 구분하기만으로도 재밌단다. 다시 게임을 붙어보자고~ ㅋ


3. 아내도 일본문자를 잘 읽고, 딸은 기본 대화에 어려움이 없으며 아들은 두 권의 일본 인문학 번역서를 출판했다. 나는 아이들과 일본 여행도 꽤 다니고 심지어 일본 승마장에 7명의 아이들과 한 달을 산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아직 가나를 전혀 모른다. 외우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을 외우다가 실패하고는 다시 도전할 마음이 전혀 없다. 반면 어릴 적(초등)에 신문 한자를 대부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한자외우기가 어렵지 않고 재밌었다.
기억은 단순한 매카니즘이 아니다. 위 아이가 갑자기 화투패 48장을 모두 구분하게 된 계기를 알 수 없다(설마 카레라이스는 아니겠지) 사람은 사람의 기억회로 작동 원리와 흐름을 알 수 없다. 다만 엄청 복잡하다고 생각만 해도 된다.


4. 그래서 오늘 일기의 결론~ 알 수 없다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현재는 주토피아 대사 " Hey! You heard her. Cut it out"(어린 주디가 동네 여우 친구 기디온 그레이에게 명령하듯이 말하는 대사)를 삼일 째 외우고 있다. 잠시 후 완벽하게 외워서 쓸 듯. 말로는 삼일 전에 외웠다.
(*사진은 조영남의 화투 그림; 구글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