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이겨서 얻는 메리트가 아니라 승부 자체가 삶이 된다면

by 박달나무

#봉화에서50일
#6월19일
#PC스피커구입하다

1. 주토피아 대사를 교재로 영어공부를 하는데, 막상 봉화에 스피커를 가져오지 못해서 문장으로만 공부하고 있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듣기 위해 온라인마켓에서 브리츠 PC스피커를 샀다. 오늘 도착해서 장착하니 소리가 매우 좋다. 아이들이 얼마나 따라올지 갸우뚱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선생이라고 앉아 있는 내 몫이 있다고 본다.


2. 어제 아이들과 스웨덴과 축구시합을 봤다. 내가 한숨을 쉬니 징징이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 무청이는 "선수들보다 선생님이 더 축구를 잘 할 것 같죠"하며 능글맞게 말한다. 이럴 땐 큰 아이 같다. 내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기려고 들었다는 점이다. 축구를 전쟁으로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나는 것이다. 왜 스포츠를 스포츠로 생각하지 못할까. 우리 사회의 한계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진다는 것은 물리적 목숨의 보존과 연결되는 분위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것이다. 져도(패배해도) 사는데 걱정이 없는 사회로 언제 갈 수 있을까.


3. 진다는 것! 이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짧은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다. 말장난이 아니라,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게 아이들에게 중요하다. 이기면 기분 좋은 것에 머물지만 진다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느끼나 보더라.
무청이에게 화투패 분류연습을 시키고 실전을 벌였다. 무청이가 초반에 소소하게 작은 점수로 계속 졌다. 징징이는 따다가 잃다가 본전을 지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무청이가 고도리 5점을 포함해서 8점이 났고, 징징이는 피박을 썼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무청이에게 훈수를 뒀다. 하지만 결정적 고도리는 우연히 made 된 것이다. 손에 없는데도 바닥패를 뒤집다가 연속적으로 고도리를 획득한 것이다.
그 다음이 문제다. 징징이가 16점에 해당하는 바둑알을 내놓으면서 내게 강력하게 항의한다. "왜 걔만 갈쳐줘요? 나는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순간 뭐라 대답해야 하나 싶었다. 대답이 없거나 늦으면 대답하지 않는다고 몰아세울 게 뻔하기에 땀이 삐질~
변명을 한다는 게 "고도리는 우연히 된 것이지 내가 알려줘서 된 건 아니잖니"하며 징징이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징징이의 강력한 필살기가 터져 나왔다. 울고불고~ 여기가 주변에 집이 없어서 풍물을 쳐도 상관 없는 입지라서 다행이지, 도시의 주택 밀집 지역이라면 참으로 곤란했겠다. (징징이 서울 집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할 수 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바둑알을 몽땅 판에다 던지고 "더 이상 고스톱 못 치겠다"고 선언~ 내 바둑알을 내놓은 것은 둘이 나눠 가지라는 뜻이고, 판을 종결하면서 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뜻이며, 울면서 항의하는 징징이에게 약간의 타협과 사과를 하는 것인데..... 무청이가 입이 귀에 걸리며 바둑알을 집어갔다. 징징이는 더욱 황당한 경우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선생이 내놓은 바둑알을 나눠 가지자고 말하기도 어색하니 속에서 열불만 더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징징이를 달래서 재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4. 이런 일들이 모두 교육과정이다. 함께 어울리는 또래가 없이 십 수년을 산 아이들에게 시간을 되감아 일상의 사례들을 선물하고 있다.


If you don't try anything new, you'll never fail.

주토피아 주인공 주디 홉스가 어릴 때, 경찰이 되겠다는 주디에게 아빠 스투 홉스가 하는 말이다. 유독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