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치러야 하는 것
1. 새벽 3시에 스페인-포르투갈 월드컵 경기를 볼까도 했지만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해서 그냥 잤다. 아침에 확인해보니 3:3이라고....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그래서 경기 하일라이트를 찾아 봤다. 호날두를 인간이 아닌 신계의 선수라고 칭하는 게 호들갑이 아니더라. 지지난 주에 리스본에 있었기에 온통 호날두 사진으로 도배된 중심가 쇼핑 거리가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66년 영국 월드컵의 에우제비우 선수도 떠올랐다.
1966년은 내가 기억할 수 없는 때지만 영국월드컵 8강 전에서 북한에게 0:3으로 뒤지다가 후반에 4골을 몰아넣은 "사건"으로 70년 대 초등생들에게 최고의 우상이었다. 우리는 에우제비우의 월드컵 8강전 내용을 모르면서도 모두 에우제비우 선수 같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는 걸 꿈꿨다. 곧 우상이 펠레로 바뀐 건 모두가 아는 일이고....
고3 때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이기고(아주 아주 드라마틱하게) 우승을 하는 바람에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야구가 되었다. 늘 일간스포츠를 읽어서 선수들 소속팀은 물론 세세한 기록까지 기억할 정도... 하지만 대학 진학 이후 전두환의 3S 정책에 욕을 퍼붓는 분위기에서 선전선동의 선두에 있던 프로야구와 멀어지게 된다.
그 후로 올림픽, 월드컵 등 매스컴이 총동원되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스포츠가 정치의 행동대장역할을 하는 것에 늘 불만이 컸다. 2002년 월드컵의 경험도 있지만, 포르투갈 유치원생이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는 걸 보다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 호날두의 해트트릭과 특히 마지막 프리킥의 궤적을 보며 예술가가 각고의 노력을 하는 것과 운동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같은 성격이라고 느꼈다. 특히 프리킥을 차기 전 호날두의 앙 다문 입과 레이저가 발사되는 눈에서 느낀 간절함과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모습은 숭고미의 표상이었다.
나는 어떤 표정인지 거울을 볼 정도였다.
2. 사람을 만나는 일이 직업인 경우 역시 어려움이 크다. 아침에 만나 오후에 하교 시키며 학생과 헤어지는 공교육 교사 때와 많이 다르다. 나로선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종종 부딪친다.
나의 곤란함은 내 인식판단에 기인한다. 아이들이 (내 입장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할 때, 행위 주체가 상식 밖의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식 밖의 행동이 제3자에 의해 강제된 것이라 본다. 그러니 제3자의 영향을 차단하고 원래 자리로 되돌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참으로 어려운 길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 판단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없고, 정답 여부가 중요한 기준도 아니다. 내 판단이 나 자신이기에 바꿀 수도 없다.
3. 고민이 깊어지니 한 권의 책이 나를 찾아왔다. 참으로 신기한 우연의 연속으로 알게 된 야스토미 아유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의 책이 결국 번역돼서 나왔다. 굳이 우연의 시발점을 말하자면 말매개치유(horse therapy) 프로그램의 추진이라고 하겠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점과 점의 연결처럼 동물 말로 시작해서 징검다리 건너듯 연결된 점들이 생 떽쥐베리의 어린왕자의 재해석으로 왔다.
모럴 해러스먼트라고 하길래 도덕적 억압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정서적 폭력'으로 길어올려야 하더라. 독서후기는 뒤로 미루고..... 이 책이 대단한 게, 모럴 해러스먼트 개념과 베이트슨의 이중구속 이론을 결합하면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아이들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해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엄청난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