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 스마트폰을 뺏는다면 어떨까
1. 지난 지방선거 날 봉화에 와서 지금까지 대문 밖을 나가지 않았다. 우선 한 달 걷기 여독을 충분히 풀지 못했고(종아리가 지금도 당긴다. 회복이 이리도 더디다니 나이듦을 자꾸 확인시키는 몸 때문에 약간 우울~) 아이들 검정고시 모드 안착을 위해 일부러 자동차 없이 지내면서 잔소리+부엌일로만 보냈다. 내일은 집에 복귀했다가 월요일에 다시 봉화로 회귀할 예정.
2.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함부로 중독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한 녀석은 마인크레프트 게임에 대한 집착, 또 한 녀석은 웹 서핑과 관심 상품 검색에 대한 욕망은 무서울 정도다.
내가 좀 누웠더니 아이들이 거실로 나가는 출입문을 잠가버렸다. 단순한 장난이지만 열어줄 생각을 안 한다. 옜다 모르겠다 하며 더 누웠더니 살짝 잠 들었다. 징징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 으르렁 거린다. 무청이가 선생님 노트북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 마음대로 써서 자신이 빼앗으려고 하니 배를 발로 찼다는 거다. 무청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징징이가 소파에 있는 내게 와서 장난을 치다가 다리와 다리가 힘겨루기 하는 상황이 됐다.
"어? 왜 이렇게 힘이 세. 다리 힘이 장난이 아닌데... 이렇게 다리 힘이 좋은 데 스페인에서 그렇게 엄살을 부린 거야"
하니 용기 백 배해서 내기를 제안한다. 무릎 씨름을 해서 자기가 이기면 소원을 들어 달라는 거다. 내가 질 것 같으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엔 5천 원 지급까지 덧붙이는 거다.
"선생님이 이기면 제가 5천 원을 드릴 게요. 그러니 제발 시합해요."
"그럼 내가 정말 이겨도 되는 거야? 내가 이기면 너는 분명 소리 지르며 울 것 같은데...."
"절대 그런 일 없어요."
"소원이 뭔데?"
"내가 이기면 1시간 동안 선생님 노트북으로 게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어쨌든 내가 이기면 5천 원 진짜 줄 거야?"
"그럼요. 걱정 말고 빨리 시합이나 하자구요."
그래서 무청이가 심판을 보고 무릎씨름을 하게 됐는데.... 내가 먼저 바깥에서 조이는 역할을 했다. 아이의 무릎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뭐예요... 아까는 내 다리 힘이 더 세다고 했잖아요. 순 거짓말쟁이! 거짓말한 대가로 노트북 내놓으세욧!!"
내가 깔깔깔 웃으니까 눈물 뚝뚝흘리며 화를 낸다. 내가 더 크게 웃으니까 이제는 발로 내 쪼인트를 막 깐다. 아구 아파라~ 순간 갈등 때리기.... 잠깐 고민하다가 좀 맞아줬다. 아픈 거야 참을 만 했다. 그리고 다시 문제풀이에 돌입~ 아직은 이처럼 귀엽다. 법적인 어른이 됐을 때 상처 받지 않고 당당한 청년이 될 수 있을까?
3. 그러더니 징징이가 뭔가를 얻어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더라.
"선생님, 오늘 저녁 뭘 먹을 건가요?"
"글쎄....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있는 반찬에 밥이지 뭐"
"그러면 점심에 먹은 비빔국수 다시 먹고 싶어요. 아니 내일 아침과 점심도 비빔국수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점심때보다 더 많이 주세요."
"그렇게 맛있었나?"
"네.... 제발이요."
그래서 비빔국수 만들기에 돌입. 무청이는 매운 라면(틈새라면을 좋아한다)을 먹겠다고 한다. 나도 점심에 국수 먹었더니 다시 먹고 싶지 않았다. 2인분 같은 1인분 비빔국수 만들기를 시작. 마치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있는 것 뒤져서 최상의 퀄리티 만들기에 도전~
간단한 음식이지만 포스팅 사상 처음으로 만드는 과정을 사진 찍어 올려보기로 했다.(오늘 심리적으로 한가함^^)
아이가 너무 맛나게 먹는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본인이 혼자 딸 하나를 키우면서 느꼈다고 하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모성애는 젠더의 표현이 아닙니다. 아빠든 엄마든 모성애를 발휘할 수 있어요."
※비빔국수의 맛은 작년 김장김치 맛이 50%, 올리브 기름에 볶은 양파와 마늘이 20%, 약간 들어간 굴쏘스 10%, 참기름 10%, 설탕 5%, 면발 삶기 스킬 5%의 기여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