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人紋이라서 人文이 된다
1. 집에 왔다. 내가 머무는 집이 봉화에서도 태백 쪽으로 1시간 가까이 들어가는 곳이라 서울 서쪽에 있는 우리집까지 멀고도 멀다. 절반은 서울 들어와서 시간이 걸린 듯....
아내와 딸이 집에 있네. 딸은 오늘로 종강했다고 하더라. 나도 종강이 있으면 좋겠다 하며 저녁밥 먹고 잠시 죽은 듯이 잤다. 깨어보니 애정하는 비긴어게인2가 이미 방송 중~ 거의 끝나가는 게다.
참지 못하고 자정 넘어 다시보기로 시청했다.
부다페스트 도나우강변의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 추모장소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컨셉을 추모와 위로로 잡았더라. 2005년에 유태인 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강물 바로 곁에 60만 명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60켤레 신발을 브론즈로 만들어 진열했다. 학살 직전의 혼란을 흐트러진 신발 모습으로 표현했다. 남자 구두도 있고 여자 샌들도 있고 어린 꼬마의 신발도 있다. 한짝만 남은 것도 있고 대부분 짖밟혀 구겨진 모습이다. 그중의 한 짧은 부츠에 누가봐도 세월호 추모 eva 소재 노란 리본이 들어있고, 수초 간 화면에 잡아준다.
PD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다. 박정현은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를 불렀다. 자신의 콘서트에서 앵콜곡으로 늘 부르지만 도나우 강변에서는 죽은이를 위로하는 의미로 새롭게 해석했으며 평화의 에너지가 듣는 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게다. 박정현이 좋은 나라를 목포항에 있는 세월호 앞에서 불러주기를...
2. 하림은 음악에 위로와 치유의 힘이 있음을 믿는다고 말했다. 나도 공감한다. 나는 종종 음악은 시간에 패턴을 부여한 것이라 말했다. 언뜻 듣기에 환원주의적 발상 같지만 그렇지 않다. '패턴으로 디자인된 시간'이란 말은 음악의 리듬을 물리학적으로 풀어말한 것처럼 들리지만, 일방향으로 세상사와 관계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움켜쥐었다 풀어주었다 하면서 내 삶의 패턴(무늬)으로 끌어들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음악이 인문(人紋)이며 곧 인문학이다.
음악은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기도 하고 되돌리기도 하기에 연주나 노래를 하는 동안에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관통한다. 좋은 나라를 처음 시인과 촌장이 부를 때부터 좋아했는데, 오늘도 귀호강하면서 감정을 두드리는 경험을 맛봤다.
3. 자세한 사정을 여기에 풀 수 없지만 일기니까 핵심 생각을 남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형제자매가 있을 때 부모보다 형제자매의 영향이 더 큰 경우도 있다. 형제 중 하나가 무너지거나 상처 받는다면 그 상처가 다른 형제에게 전이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세 발로 정립(鼎立)된 관계가 한 발이 사라진 채 두 발로 서있는 형국이다. 삼발이에서 다리 하나가 없어지면 이발이로 서있을 수 없다. 사리진 다리 하나가 돌아와야 한다. 누구든(가족이든 아니든) 사라진 하나의 다리가 될 수 있다. 난 이 문제는 교육과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