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과 유병언

유관순 대신 유병언을 외쳐도 괜찮아

by 박달나무

#봉화에서50일
#7월19일
#유병언이라니
#아이는무죄

1.
어제는 문 열고 나가기 싫을 정도로 뜨거웠고, 오늘도 같은 염천이지만 빨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마당에 너는 5분 동안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잘못 호기를 부리면 일사병이든 열사병이든 얻어 병원에 실려갈 만 하다. 헉, 바로 옆 고추밭에 아주머니는 머리를 챙 넓은 모자와 얼굴 가리개로 숨기고 고랑에 왔다갔다 하신다.
사치가 극에 달해 돌 맞을 소리지만, 뉴질랜드 남섬 트레킹하면 딱이겠구나 싶다-뭐 상상은 자유니까~

2.
8월8일이 검정고시 시험이고 3주 남았다. 고맙게도 검정고시 통과는 어렵지 않은 사정이다. 긴 시간 채근해야하나 걱정했지만 고득점은 아니지만 합격이 당연한 수준이라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르겠다. 물론 봉화(봉화군 재산면 동면2리)에서 생활은 시험공부만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은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확실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3.
이명박이 집권하자 검정고시와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 대안학교가 진보지식인의 아지트 역할을 하니 자연스럽게 대안학교를 때려잡으려면 검정고시 난이도를 대폭올리면 된다고 의견제시했다는 거다. 어떤 나쁜 놈이 말이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이 낮으면 대안학교 지원률이 급감할 것이라나.....
소문은 근거 없었고, 여전히 검정고시 문제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난이도가 크게 올랐다고 해도 대안학교 지원자가 지원여부를 검정고시 수준에 따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4.
초졸 및 중졸 검정고시 응시자의 절반은 고령의 아주머니들이다. 그분들에게 졸업장의 실용성은 없으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 줄 묘약인 것이다. 모두 인식의 대중조작에 의한 것이다. 그만큼 학교는 신체와 직접 연결되는 유기체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경우 불과 60년 만에 인식 조작이 완결됐다. 아침이 되면 가족 중 어른은 일터로 가고, 어린이청소년은 학교로 가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 된 것이다.
그러니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가 있다면,
"아니 학교가 어떠하길래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다니... 우리 아이가 정신적으로 너무 나약한 거 아닐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5.
대중조작의 결과는 현상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먼저 떠오르도록 한 것이다. 어린 친구들의 학습에서부터 노인 부모에 대한 효도 및 봉양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제 문제에 대해 무조건 개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따져보도록 심리 세팅을 한 것이다.
(어제 보도된 자한당 비대위원장인 김병준이 한 말 :"이명박근혜를 뽑은 건 국민 아닌가요?" 이 떠오른다)

6.
결국 교육 분야 적폐 청산이라면 개인의 책임을 먼저 따지는 심리적 대중조작에 맞서 싸우는 걸 말한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지점에서 연못에 빠진 반지를 찾듯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알면서도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7.
학습을 어려워 한다면 학습의 구조와 실체에 대해 먼저 따져봐야 한다. 학습을 증오하는 아이의 뇌를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건 충분히 개그 소재가 될 것이다. 현실은 거꾸로다.
따라서 나는 현실을 판타지로 느낀다.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현실부적응자라는 지적까지 받았다^^(충분히 그럴 수 있다)

8.
징징이는 중졸검정을 치르고 무청이는 초졸 검정고시를 봐야한다. 초졸 기출문제(사회)에 3.1운동 관련된 문제가 있었고, 무청이는 오답을 말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설명하다가 유관순을 언급하려고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주도한 여고생 신분의 독립운동가는 누굴까?" 물었고, 대답이 늦어지자 내가 말했다. "유~....."
무청이 왈(밝은 표정과 씩식한 목소리로), "유병언!"
순간 반사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무청이는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9.
유관순이 아닌 유병언이란 대답에 대해 질적연구 차원에서 에세이를 쓴다면 A4 수십 장이 족히 될 것이다. 이건 좋은 토론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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