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에서 점으로 잇기

여행을 하는 이유

by 박달나무

#봉화에서50일
#7월28일
#어른이되면

1.
예견했던대로 냉방병에 걸린 듯하다. 에어콘을 틀지 않을 수 없고, 에어컨을 켜니 창문과 출입문을 닫아두었고, 밀폐된 실내에서 계속된 냉기에 노출되니까 두통과 무기력함에 몸이 칙칙 늘어진다. 완전 의욕상실이지만, 하루 세 번 찾아오는 식사 시간 때문에 강제라도 몸을 움직이니 컨디션이 올라온다.

2.
이곳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지수가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마를 가진 활동량 많은 센터인 경우 거대한 실내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활동할 수 있으며,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서 일 년 365일 전천후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대형 건축물은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작년에 에어돔 형식의 실내 시설을 시공하는 업자와 얘기를 나누고 교육시설로 만들 것을 꿈꾸었는데, 얼마 전 뉴스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체육관 없는 학교에 에어돔 시설을 만들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확인해보니 나랑 얘기를 나눈 업자가 경기도교육청하고 사업을 조율하고 있더라.
지자체는 돈이 많다. 서울의 경우 신설 학교를 만드려면 600억 안팎이 들어간다. 교사(敎舍)가 있고, 운동장이 있고, 교문이 있고, 울타리가 있는 기존의 학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간이 바뀌면 교육과정도 바뀐다. 역으로 교육과정의 혁신은 공간의 변화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에어돔은 2천~5천 평으로 만든다. 3천 평 에어돔 하나만 있으면(커다란 공간만 있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 수 있다. 땅 값 빼고 10억 정도가 든다. 내구연한은 30년이다. 물론 매월 수백 만원의 전기료가 나온다.
하지만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공간활용이 학생 중심으로 설계 가능하고 가변적이라 아이들과 교사에게 역동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책상에 책과 공책을 펴고 의자에 앉아서 하루의 반을 지내는 학교는 그만 둬야 한다. 그런 공간이 아이들을 환자로 만들고 있다.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교실 벽부터 부숴야 한다. 늘어나는 자폐 스펙트럼 증상의 아이들을 구하려면 책상과 의자를 없애야 한다.

jarip.jpg Vlog 운영자 장혜영 님이 말하는 자립의 정의

3.
최근에 "생각많은둘째언니" 이름으로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는 #장혜영 님을 알게 됐다. 요즘엔 비디오블로그란 의미로 V로그란 용어를 사용하고, 장혜영 님은 V로거라 할 수 있다.
이 분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18년 동안 장애인 시설에 머물던 한 살 아래 동생을 '탈시설' 시키고, 둘이 사는 모습을 찍은 다큐 영화 <어른이 되면>을 연말에 극장에 걸겠다고 한다. 최근에 같은 제목의 책이 먼저 나왔다.
장혜영 님이 세바시에 나와서 아주 임팩트 강한 얘기를 했다. 바로 자립에 대해 정의한 것인데, "자립이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적절히 의존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끝없이 찾아나가는 여정"이라고 말한 거다. 참으로 탁월한 언급이다. (우치다 타츠루가 자신의 책에서 매번 거론하는 말이기도 하다)
https://youtu.be/T3IluuOr0G0

4.
8월에 홋카이도 여행을 가려고 급하게 여행 설계를 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았다면(여행사가 아닌) 항공권부터 숙소 예약과 프로그램 설계까지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관계 맺은 일본인과 홍콩인, 그리고 일본을 잘 아는 아들의 도움이 있었다.

5.
홋카이도는 아이누 민족이 수 만 년 살았던 터전이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로 일본에 강제 합병된 땅이다. 아이누 언어도 따로 있었고, 한반도와 일본 본토, 중국, 만주와 교류를 하던 아이누 민족이 이제는 거의 사라진 현실에 한반도의 근대가 겹쳐진다.
이들은 인도인과 닮았다. 체격이 크고 털이 많으며(여성도 성인이 되면 수염문신을 새겼다) 오똑한 코를 가졌다. 아이누 민족이 일 만 년 전 이전에 어디서 홋카이도와 캄차카 반도로 들어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바닷길이 아닌 육로(몽골에서 만주로 이어지는 루트로 추정)로 이동했을 것이다.
현재는 이 천 명 정도의 아이누 민족이 남아있다는데, <호스보이>처럼 아이누 민족이 샤머니즘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아이누 샤먼을 만나고 싶다. 대화가 쉽진 않겠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해결해볼까 싶다. 만남 이후의 일은 아직 상상하기 힘들다. 어떤 점과 점이 이어질지는 그때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이렇게 점과 점이 이어지는 현장을 실시간 목격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당장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반드시 영향을 받은 것이 드러난다. 내 아들, 딸과 10년 만나온 대안교육판의 어린이청소년들이 그걸 증명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홋카이도에서 아이들과 헤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