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9
하루 죙일 마드리드 중심가를 걸어다녔다. 얘네들이 지들이 최고라고 으스대던 시대에 지은 건물이 건재한 것만 이채롭고 나머지는 별달리 신기한 것은 없더라.
가끔 영화 대부에 나옴직한 노년의 신사가 수트 좌악 빼입고 어깨에 힘 꽉주고 걸어다니는 경우를 서너 번 봤다. 저절로 눈길이 가고 좀 우스꽝스럽다.
카페에서 나오는 백인 아줌마가 담배를 꼬나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스웩이 느껴진다. 서울 가로수길 카페에서 나오는 꼬리아나 50대 아줌마의 경우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젖가슴이 유달리 강조된 옷을 입고 다니는 젊은 여자들이 적지 않다. 쳐다보는 모습을 일도 만들지 않으려고 눈길을 긴장한다. 하지만 해방 직후 서울 거리의 아기 엄마들이 bp가 완전 노출된 복장으로(치마가 젖가슴 밑까지만 오고 저고리가 가슴 위만 가려서 유방이 전부 노출되는) 걸어다녔다는 걸 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70년 전 한국 아줌마들이 더 야했다고 말하진 않는다.
나부터, 우리들은 획일적 문화감수성만 강요당했다. 참으로 불쌍하고도 불쌍한 꼬리아노/꼬리아나라 하겠다.
내년에 프라도 미술관 개관 200주년이란다. 얼마나 요란을 떨까 싶다. 내년에 마드리드에 다시 올 명분이 생겼다.
아이들은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다리 아프다, 배고프다 칭얼댄다.(오늘 많이 걸었고 미술관이 마지막 일정)정말 불쌍한 어린 양들이다. 수많은 관람객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데리고 미술관 앞 마당으로 나왔다. 주니어는 무료라 억울하진 않다.
지하층의 전시장만 봤는데, 예상대로 우울하다. 5~600년된, 그러니까 태조 이성계 살았을 때 템페라나 오일물감으로 그렸는데 어쩜 저리도 보존이 잘 되었단 말인가. 우리 조상도 빼어난 회화작품들이 많았지만 다만 전해지지 않을 뿐이다.(그나마 남아있는 것도 대부분 일본에 있다)
루벤스 특별전도 하고 있지만 철 없는 아이들과 마당에서 노느라 포기했다. 내년 개관 200주년에 와서 이 웬수를 갚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