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는 어디 있는 나라인가

2018.5.13

by 박달나무

#오늘도20km
#다양한나라사람들
#그란카나리아

순례길에 와서 안 것인데, 걷는 길에서 서로 건네는 인사말이 "Buen camino"이다. 영어로 말하면 "Good road"정도 되겠다. 니가 걷는 길이 순탄하기를 기원한다는 속뜻이 있을 것이다.
"Buen camino"라고 인사하면 반드시 "Buen camino"하며 응답한다. 우리의 '안녕하세요'와 같다. 상대방이 나에게 안녕하냐고 묻지만 내가 안녕한지 아닌지 대답하지 않고 똑같은 말로 되묻는다. 그걸로 끝이다. 상대가 안녕한지 궁금해서 물은 말이 아니다. 인간 세상 인사의 기본은 내가 들은 말을 그대로 반사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Buen camino" 인사 안 하는 사람은 없다. 기계적으로 "Buen camino" 응답을 하고 방향이 같으니까 함께 비슷한 속도로 걷다보면 어색함을 없애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렇게 해서 3일 동안 만난(출신 국가를 확인한)외국인은 미국, 독일, 프랑스, 슬로베니아, 그란카나리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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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온 사람은 중년의 부부였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불쑥 "니네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곧 만난다고 하던데...." 하더라. 그리곤 "Trump stupid!!!"이라고 힘주어 말하더라. 내가 "I think so"라고 대꾸했더니 파안대소했다. 나도 소리내서 웃으며 친밀감을 보였다. '트러프 바보'로 대동단결~
그들과 헤어지고(우리가 천천히 걸으니까 누구든 잠시 조우 후에 곧 헤어진다) 여러 생각이 올라왔다.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조롱하는데 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냐 말이다. 단지 트럼프샤이로 이해할 문제인가?
그것보다 정치적 조롱은 오히려 조롱 대상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조롱하는 사람이 자신이 조롱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거공학적인 측면에서 조롱당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탈하게 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지자를 뭉치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 홍준표 경우 믿는 구석이 있기에 스스로 조롱의 대상으로 전진 배치한다. 이명박이 그랬고, 박근혜가 그랬고 트럼프가 그랬다고 믿는 것이다.
선거로 세상을 바꾸려면 나쁜 정치인을 조롱하면 안된다. 오히려 나쁜 정치인이 합법적으로 무대에 오르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조롱의 뿌리엔 내가 조롱하는 자의 행동을 나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아이들은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다른 아이를 조롱한다. 비아냥은 거울에게나 하는 법이다. 즉 자신을 조롱하는 결과로 돌아와 악순환만 될 뿐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자신의 모습에 엄격하고, 스스로에게 채찍과 격려를 통해 성장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조롱을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방편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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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아저씨가 자전거를 끌고 가느라 나와 대화할 수 있었다. 그의 아내는 뒤처져 걷고 있었기에 자전거를 타는 경우보다 걷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자전거는 짐수레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슬로베니아 아저씨는 내가 코리아에서 왔다니까 곧바로 김정은-트럼프 회담에 대해 언급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 말하니 축하한다고 응답한다.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200만 명 인구이며 나라의 절반은 산이라 스페인에 오니까 신기하단다(산이 없고 지평선으로 둘러싸였으니까)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지도를 펼치고 슬로베니아를 찾고 있었다. 모르는 나라 이름은 아니지만 그리스와 이태리 사이에 있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지 25년이 넘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슬로베니아의 아저씨가 한반도 평화 무드를 축하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노신사가 지팡이에 의존해서 비척거리며 걸었다. 내가 코리아에서 왔다하니 그렇구나 대답하는데 시큰둥한 표정이다. 코리아를 아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충격이다. 20년 전 캐나다 시골의 한 청년이 코리아는 모르고 korea war는 들어봤다고 한 이후로 내가 만난 어떤 외국인도 한국을 안다고 했다.
그런 당신은 어디서 왔냐고 하니까 까나리아에서 왔단다. 헉! 순간 머리에 까나리젓갈만 떠오르고 기억의 지도에서 찾질 못하겠더라. 어렴풋이 '카나리아 제도'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카리브 제도 이름이 영향을 미쳐 카나리아를 쿠바 근처에서 찾았다(머리에서 배경지식을 마구 뒤지고 있는 것)
내가 어리둥절하니까 한술 더 떠, 그란까나리아에서 왔단다. 전혀 모르는 지명이다. 세계 지명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던 마음에 스크레치가 쫘악 간다. 돌아보니 내 세계지리에 대한 배경지식은 70년 대 지식이다. 그후로 업데이트 갱신을 해야 하지만 별다른 기회가 없었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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