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매카니즘

2018.5.14

by 박달나무

#Camino_de_Santiago
#오늘은24km완주
#Boadillos에서Carrión까지
#수도원에서_운영하는albergue_가성비갑

7시간을 걸었다. 아이들이 잘 걸어줘서 고맙다. 물론 24km를 걷느라 칭얼거림도 있었지만 예상 밖으로 쉽게 완주했다.
한 아이가 "내가 왜 여기를 걸어야 하나요?"하고 물었다. 아이들과 제주에서 두달 살면서 두 가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잔소리했다.
"너희가 사람답게 살려면 두 가지를 꼭 해야한다. '걷기'와 '씻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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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질문에 대한 대답도 걸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래 걷기는 사람을 살리는 치료제라고 말했다. 고약한 버릇이 있거나 몸과 마음이 아프더라도 오래 걸으면 나쁜 버릇이 좋은 버릇으로 바뀌고, 아픈 곳도 다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래 걷기에 최적의 장소가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말했다. 잘 곳과 먹을 곳이 곳곳에 마련돼 있고, 이 지역 주민들도 전 세계에서 걸으러 온 사람들을 환영하고 도와주기 때문에 우리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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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쁜 버릇이 있어. 네 탓은 아니지만 네가 스스로 좋은 버릇으로 바꿔야 해. 오래 걷는 건 힘들다. 아무나 다 걸을 수 없어. 힘들어 주주물러 앉고 싶어도 참고 걸어야 해. 그리고 닿고자하는 지점에 이르기 위해 시간을 쓰며 기다려야 해. 참는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어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아이템이야. 참고 기다린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수가 있는 거지. 내가 선물을 줘야 또 다른 누군가 내게 선물을 주는 거야. 살면서 선물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한 거란다. 다시 말해서 오래 걷기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일이다"
문제는 이 얘기를 스페인 오기 전에 대여섯 번 했다는 것.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거푸 친절하게 하기란 힘든 일이다. 현실은 위 내용을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게 된다.
"야, 또 그 질문이니!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스페인에서 걸어보니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걸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프랑스 쇠이유재단 결정이 옳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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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도 아닌 에스파뇰로 떠드는 상대방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모국어가 통하는 상황에서는 말하고 듣는 것이 저절로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페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사운드를 소거한 마임을 보는 것과 같다. 사운드를 못 들으면 음성 외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다양한 정보를 비언어적 사인에서 읽어낼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적대적인지 우호적인지는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판단한 정보와 실제 상대방의 액션이 일치할 때 안심하게 된다. 마음의 안정화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힐링의 매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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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모국어 환경에서는 언어적 요소에 의해 정보 판단을 한다. 말소리에 들어있는 개념을 먼저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말소리가 전해준 것과 실제 상대방의 태도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경험했다. 양육자나 자주 만나는 어른이 "나는 친절한 사람이야" 말해놓고 행동은 반대로 하면 아이들은 상처를 입고, 자신의 태도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우리가 머문 Casa Espíritu Santo(성령의 집)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로서, 아마도 카미노 전체에서 최고의 알베르게라고 본다. 일인당 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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