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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Oct 21. 2019

배움여행 7호 마중물

인간의 스케일을 돌파하는 상상력이 필요해

마중물

먼저 사과드리며 양해를 구합니다. 배움여행은 월간 형태로 발행하겠다고 약속하며 올 1월에 창간준비호를 1호로 내놓고 후원의 의미로 정기구독자가 돼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3월에 2호를 내고 7월까지 6호를 발행했습니다. 이후 7호 발행이 계속 미뤄지고 이제야 7호를 보냅니다.
배움여행은 박동섭 독립연구자를 중심으로 짠 배움의 그물망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또한 배움의 과정과 결과를 소개하는 마당의 성격입니다. 매달 배움여행 간행물과 더불어 매월 넷째 토요일에 실제 여행을 기획하고 박동섭 선생의 배움강의가 열리도록 했습니다.
매월 오프 배움여행은 빠짐없이 진행됐고 앞으로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다만 월간 배움여행을 책임지고 있는 제가 호주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가디언으로 생활하는 사정으로 부득이 8호를 내년 3월부터 이어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충 만들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나도 <배움여행 다시읽기> 모임이 가능하도록 정성을 기울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씀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응원이 휘발 산화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 하겠습니다.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배움여행 7호를 선보입니다.
지난 8월 잠시 귀국해서 박동섭 공부모임에 갔을 때 “배움여행을 가장 열심히 읽는 사람이 접니다.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꼼꼼하게 원고를 읽으니까요”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번에도 가장 먼저 원고를 읽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을 누렸습니다. 각 꼭지 모두 필자의 에너지가 태양의 복사열처럼 매개 없이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따뜻하기도 하지만 뜨겁기도 했습니다.
박동섭 선생의 열정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원고 작성에 매진하면서 시쳇말로 영혼을 갈아 넣어 진행하는 번역과 통역 모두 지금 바로 여기에 필요한 知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열정을 말합니다. 배움여행 매호 박동섭 선생의 글이 실리지만 이번 7호의 글도 새롭습니다. 특히 미국사에서 마르크스의 흔적을 추적하는 「마르크스는 왜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까」는 거꾸로 미국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놓쳤던 마르크스 사상의 진면목을 추적하는 담대한 논문입니다. 9월 말에 번역출간한 『수학의 선물』(원더박스) 저자로서 모리타 마사오를 소개하는 「수학의 선물 저자인 모리타 마사오 선생을 만나다」 꼭지는 수학연주회 강연자가 아닌 저술가 모리타 마사오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10월1일 부산충렬고 수학연주회 지상강의록과 함께 독자의 감동을 쌍끌이할 것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최근 글을 옮긴 「국어교육의 추락을 걱정하며」에서 국어는 일본 말과 글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그대로 한국에 적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동의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11월 4일은 서울에서, 5일은 대전에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무척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장 포스터 참조)
모리타 마사오 선생이 2년 동안 한국에서 22회 수학연주회를 진행했습니다. 대단한 걸음입니다. 지난 10월 1일 부산충렬고등학교에서 열린 스물한 번째 수학연주회를 통째로 종이로 옮겼습니다. 녹취록을 풀고 편집하는 시간이 매우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마음껏 행복을 나누어가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나누어도 마르지 않는 행복의 샘입니다. 이번 부산 수학연주회에는 새로운 연주를 들고 왔습니다. 레퍼토리도 다르지만 구성 악기도 새로 세팅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에서 강조한 동양의 관계론과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서로주체성의 이념』과 더불어 음미한다면 모리타 마사오 선생의 레시피에 특별한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수학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참맛’을 모르고 ‘엉뚱한 맛’만 알기 때문에 오해가 많았습니다.
배움여행 2호에서 만났던 윤상원 선생님의 연재에 기대가 큽니다. 본인 당사자가 장애인이기도 한 윤상원 선생은 인천의 중등특수교사입니다. 비고츠키를 공부하기 위해 현재 노르웨이에서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7호에는 4회 연재를 위한 인트로를 담았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김조년 교수님을 만납니다. 이 시대 함석헌 선생의 모습이 서초동과 여의도의 촛불과 겹칩니다. 더구나 기독교 사회운동의 역사가 잊히는 오늘날 함석헌 선생은 꼭 상기할 어른입니다.
6호에서 대전의 인문지리적 서술을 보여준 최준하 선생이 이번엔 「철도와 궤간에 담긴 제국주의 야심」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철로를 매개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제국주의를 확인하고 로컬과 글로벌의 변증법이 한반도에서 평화로 승화되기를 손 모아 기도합니다. 최준하 선생 글을 보니 서울역에서 열차 타고 파리를 갈 수 있으려면 국가 간 협약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인지 함께 확인하시죠.
오자와 마키코 선생은 저와 박동섭 선생을 만나게 한 계기를 제공한 분입니다. 오자와 마키코 선생의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에 감명 감화를 받고 번역자 박동섭 선생을 만나러 부산으로 찾아갔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자와 마키코 선생이 없었다면 배움여행도 없었을 겁니다. 2012년에 오자와 마키코 선생을 초청하려고 했지만 선생은 고령을 이유로 완곡하게 거절하고 다른 활동가(나카지마 히로카즈)를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자와 마키코 선생의 「늙은이가 있는 곳으로부터」는 짧은 수필입니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로 넘겨짚지 마시고 노회한 학자이자 사회활동가 오자와 마키코 선생의 깊은 세계를 만나십시오. 원고의 제목은 오자와 마키코 선생이 쓰고 박동섭 번역인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부터』(다시봄) 제목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꼭지를 특별히 강조하며 소개합니다. 국내에 『경쟁에 반대한다』로 널리 알려진 알피 콘 교수의 대전 강의를 소개함과 동시에 새로운 글쓰기 양식에 대한 고민을 던집니다. 「알피 콘 초청강의 요약」을 쓴 정하얀 선생은 기억에 담는다는 의미로 현장에서 즉석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썸머리 메모입니다. 메모 작성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움여행 꼭지로 싣게 된 것은 글쓰기에서 기름기를 빼고 다이어트를 하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메모가 모두 쉬운 건 아니겠지만 전체의 구조나 문장의 적합성을 고민하기 전에 마치 크로키처럼 빠르게 정리한 메모만으로도 충분한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긴 시간 고민한 글보다 효용성이 뛰어나고 읽는 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좋은 글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배움여행은 디지털 디바이스 전성시대에 종이 매체로서 새로운 글쓰기에 대해서 고민을 나누겠습니다.
저는 학교와 교실이라는 룰에 순응하지 못하는 초등학생 한 친구와 만남을 계기로 두 명의 아이와 호주 태즈매니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스페인 순례길 시작점에 섰습니다. 앞으로 한 달 여 800km 가까운 길을 두 발로 걸으려고 합니다.
차를 타고 달릴 땐 그에 따른 세계가 드러납니다. 걸을 때 속도는 새롭게 그에 걸맞는 세계를 창조합니다. 저와 두 어린 목숨은 걷는 속도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낯설고 새로운 세계입니다. 두 친구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세계라고 판단해서 스페인으로 날아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배움여행의 속도에 Attune(모리타 마사오 수학연주회 참조) 해보시기 바랍니다. 배움여행이 보여주는 세계는 동시에 배움여행이 주체로서 관찰 가능한 독자 여러분의 세계입니다. 서로 거울이 돼주세요. 당신의 세계를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2019.10.21.

산티아고 가는 길을 따라 스페인 로그로뇨를 떠나며

배움여행 발행인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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