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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May 07. 2022

몰타의 놀라운 신석기 지하건축물

할 사프리니 지하공간을 가다

#Malta #HalSaflieniHypogeum

#Migration_of_mankind

#European_humanity_on_the_Korean_Peninsula(가덕도)


1.

몇일 전 Hal Saflieni (할 사프리니) Hypogeum(지하공간;그리스어)에 다녀왔다. 도저히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 다행히 구연이는 다니엘과 강도 높은 피트니스 훈련 시간이었다.

적어도 5천 년 이상 오래 전 만들어진 3층 구조의 석회암 인공 지하공간은 전 세계 유래가 없다. 매우 독특한 신석기시대 신비로운 건축물이다.

한번에 여덟 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아무도 숨소리 조차 내지 않는다. 말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대신 손바닥 반 만한 라디오를 준다. 귀에 대면 설명이 흘러나온다. 질문도 할 수 없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구조물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석회암 동굴을 일부러 사람이 정교하게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영어로 어려운 고고학적 용어를 섞어서 설명하는 것이라 20% 정도만 알아들었다. (그것도 그동안 영어학원 다닌 덕이라고 본다) 50분 정도 지하공간에서 머물고 영어 설명만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라 구연이와 동행하지 않은 게 잘 했다고 판단한다. 카메라나 폰은 아예 입구 락커에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할 사프리니 지하공간에서 발굴한 <The sleeping lady> 점토작품

2.

할 사프리니 지하공간은 파올라(울집 옆옆 동네) 주택가에 있다. 1902년 가정집 수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됐다. 뚫린 구멍을 따라 내려가니 3층 구조였고, 총 10미터 깊이였다.

최초 발굴자는 기록을 남기지(남겼는데 사라졌다고 함)않고 죽었고, 이어 받아 발굴한 Zammit 박사(1911년)가 매우 길죽한 모양의 해골이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온갖 믿거나말거나 수준의 소문이 난무했다.

(외계인 33000개 해골이 묻힌 자리라는 둥, 납치된 어린이 해골이 7000개 있다는 둥, 몰타와 영국에서 정부 차원에서 감추고 있다는 둥 하는 괴소문; 모두 엉터리 소문이다. 20세기 초중반 유럽과 미국은 우편으로 받아보는 잡지가 매우 인기 있었다. 문어 모양의 외계인이 실제하고 있다는 식의 저급한 픽션이 주요 내용이었다. 몰타는 외계인 무덤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반 주택가 가운데 있는 5천 년 전 지하공간 유적지


3.

내가 놀란 건(그리고 가장 궁금한 건) 석기시대에 500제곱미터 넓이와 깊이 10미터의 개미집 모양과 유사한 지하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석회암반을 무엇으로 파내려갔냐는 것이다. 철기가 아예 없던 시대인데…. 나무나 돌망치로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 내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없다. 인터넷을 몇일 동안 뒤졌지만 암반 굴착 도구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4.

몰타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8~9천 년 전으로 보고 있다. 어시장으로 유명한 마사슬록 인근에 있는 Għar Dalam Cave(아르 다람 동굴;몰타어에서 Għ는 묵음)는 자연 동굴이다. 여기에 인골이 발굴됐다.

그런데 인골보다 더 많은 포유류 뼈가 발견됐다. 그중에 고대 코끼리와 코뿔소도 있다. 동굴에서 발견된 모든 사람 및 동물 유해는 소박한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구연이와 작년 11월에 방문했던 아르 다람 동굴은 몰타가 섬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과 연결된 1만 년 전 이전에 만들어졌다. 아마도 빙하기가 끝나고 따뜻한 기후가 시작됐지만 아직 해수면이 덜 올라왔을 때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이 살았다고 추정한다.

당시에는 지중해성 기후와 전혀 다르고, 코끼리가 살았다는 것은 이 지역이 울창한 온대성 우림지역임을 말해준다.

이들은 동굴을 나와 농사를 짓고, 정교한 돌도끼를 만들어 사용하고, 집을 짓고, 커다란 바위를 쪼아서 거석신전을 만들었다.

6천 년~8천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신석기 문명 때 만든 거석신전이 몰타에 일곱 군데 남아있다.

수천 년을 단절 없이 몰타 라이프는 이어졌다는 말이다.


5.

그러다가 5천~6천 년 전에 몰타에서 살던 신석기문명인들은 지하공간을 만들었다. 석회암 지대에 인공적으로 지하공간을 만드는 전통은 계속 이어져 로마시대 카타콤까지 연결된다.

몰타에도 곳곳에 로마시대 카타콤이 있다. 원래 공동묘지였지만, 옛 수도 임디나 근처에 있는 사도 바울 카타콤처럼 박해 받는 크리스천의 피신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카타콤은 철기시대에 만든 것이니 쇠붙이를 이용해 석회암을 판 것이라 이해된다. 석회암은 화강암과 달리 쉽게 파거나 자를 수 있다. 그래서 신석기 시대 유럽 각지의 매장 풍습이 돌무덤을 만드는 것이었다. 돌이니까 영원성과 연결된다. 이는 이집트에 건너가 거대한 돌을 쌓는 피라미드가 된다.(엄밀히 말하면 피라미드는 돌을 쌓는 것이 아니라 고대 방식의 콘크리트 벽돌을 쌓았다)


6.

몰타는 석회암 지대라 토양 산성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신석기 유골이 발견되지 않는 건(있긴 있지만 매우 파편화된 유골만 쬐끔….)화강암이 산성이라서 유해가 완전 분해되기 때문이다. 반면 석회암 지대에서는 수천 년 전 유골이 거의 온전하게 보전된다.

몰타가 그런 지역이다. 할 사프리니 하이포지움에서도 온전한 유해가 수십 구 발견됐다. 돌을 판 구멍에 시신을 옆으로 누이고, 마치 태중 아기처럼 다리를 상체에 붙여서 몸을 웅크린 모습으로 발견됐다. 염을 하면서 시신을 묶었다고 봐야 한다. 몰타를 비롯 신석기 시대 남부유럽의 독특한 특징이다.

왜 그랬는지는 상상과 추론의 영역이다.

몰타의 고대 연대기; 5천 년 전에 사프리니 시기가 있다

7.

그런데 그런데….

한국에도 돌을 파서 시신을 웅크린 상태로 옆으로 뉘여서 매장한 유골이 발견됐다. 7천 년 전 사람으로 추청한다.

10년 전에 부산과 거제도 사이의 가덕도에서 신석기 시대 유골 48구가 발견됐는데 그중 30구가 굴장으로 매장한 유골이다. 굴장이 바로 몰타 할 사프리니 하이포지움에서 발견된 유골의 매장 스타일이다.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가덕도에서 발굴된 7천 년 전 유골. 굴장 형태로 매장했다.



8.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 있는 조직이지만 진화 계통에서 본다면 처음에 생명체 외부에 있는 독립된 미생물이었다. 원생생물에서 동식물로 진화될 때 자신의 생존을 위해 미트콘드리아는 다른 생명의 세포 속으로 들어와 살게됐다. 그러므로 미트콘드리아는 자체의 독특한 DNA를 가지고 있다.

인간 정자의 경우 미트콘드리아는 꼬리에 존재한다. 따라서 난자와 만나 수정될 때 정자 꼬리는 떨어져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미트콘드리아 DNA는 아빠 쪽은 자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영원히 여성의 미트콘드리아 DNA만 유전된다.

미트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면 태초의 엄마를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인류의 최초 엄마가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수십 만 년이 흐르며 미트콘드리아 DNA는 여러 가지로 분화하고 편의상 알파벳을 붙여 분류한다. 그중 H유전자는 800개의 하위 분화가 있지만, 어쨌든 유럽, 북아프리카, 인도 서북부까지만 존재한다. 동아시아는 전혀 H유전자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 H유전자가 가덕도 유골에서 나왔다. 굴장 형식의 유골에서만 H유전자가 발견됐고, 똑바로 누워서 매장된 유골에서는 H유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덕도에서 나온  굴장 유골은 유럽에서 건너 온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9.

가덕도에 살았던 유럽인들은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한반도에서는 대를 이어가지 않은 것이다. 현대 한국인에게 H유전자가 발견되지 않기에 분명한 사실이다. 그건 H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 지역의 좁은 지역에서만 소수가 생존했다는 것이다.


10.

몰타에서 신석기 사람들은 어느 날 사라졌다. 할 사프리니 시대 사람들이나 거석문화를 이루었던 사람들은 현재 몰타 사람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 몰타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거나 모두 몰타를 떠났다.

비옥한 유럽 중부의 신석기 사람들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현재 중부 유럽인의 조상이다.  


11.

허황후는 살아있으면 2천 살, 즉 기원 후 사람이다. 허황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건 삼국유사의 기록에 근거한다.

허황후가 육지를 통해 걸어서 한반도 남단으로 왔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허황후 인도설은 불교의 판타지를 동원한 사후 각색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닷길을 간과한 결과다. 청해진의 장보고는 지금 베트남 다낭과 교류했다. 남해안 쪽 고찰은 남방계 불교의 흔적이 역력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들은 바다를 통한 교류가 가능했다고 믿는다. 고려 때 아랍 상인이 벽란도에 들어왔다는 건 확실한 자료가 있다. 문제는 기원 전에도 바닷길을 이용할 수 있는 선박과 항해기술이 있었겠는가 의심하는 것이다.


12.

나는 한반도 최고의 예술품이 백제금동대향로라고 본다. 하마터면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백제금동대향로에는 완함을 연주하는 악사가 부조로 표현돼있다.(*완함; 오늘날 기타 모양의 악기. 비파와 전혀 다르다)

완함은 현재 신장위구르 지역의 고대 악기인데, 지금도 현지에서 연주하는 현역 악기다. 백제금동대향로를 제작할 당시에는 당나라에 완함이 전해지지 않았다. 완함은 당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백제에 전달됐을까.

1600년 전 완함이 당에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베트남에는 전해진 기록이 있기 때문에 바다를 통해 백제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조상들은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마젤란이 최초로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는 스토리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고대에 조상들 지혜와 기술이 먼바다 항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 착각한 것이 크다.


13.

그런 점에서 2천 년 전 허황옥이 인도 공주였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충분히 개연성이 높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도 인류의 이동이 바다를 통했을 것이라 상상한다.

가덕도의 7천 년 전 유골이 유럽에서 왔다고 볼 때, 바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바다 때문에 동아시아와 유럽은 교류가능했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로마 시대 보석 박힌 칼이 실크로드를 통해 왔을 것이라 추정하지만, 그보다 바닷길로 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3500년 전 갑자기 사라진 고대 몰타인이 바다를 건너 긴 항해 후 동아시아 한반도로 들어왔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꼭 팩트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 이동의 상상의 폭을 넓히자는 제안이다)

14.(뇌피셜 기술; myself definition)

무엇보다 궁금한 건 청동기, 철기가 없던 시절에 어떻게 엄청난 지하세계를 만들었겠는가이다.

터키의 카파도키아는 일상에서 철기를 사용하던 시절에 만들었다. 그보다 먼저 있었던 유럽 본토나 몰타의 카타콤(지하공동묘지)도 철기 이후에 만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쇠붙이 없이 암석을 지하 10미터까지 팔 수 있는가. (할 사파리니 하이포지엄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완성하는데 1000년 세월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지하 1층보다는 2층이, 지하 2층보다는 3층이 세련되고 정교하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이 무엇이었을까.

팔 수 없다면 녹일 수 있지 않았을까.

몰타 전체가 석회암 덩어리다. 석회암은 산성 용액에 녹는다. 20세기 들어와 산성비가 내리면서 대리석 문화재가 부식되는 현상이 석회암(석회가 바로 칼슘)이 산성 용액에 녹아내리는 화학반응을 말한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유황을 이용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황’으로 표시하는(중국은 ‘류’/일본은 ‘유황’) 원소번호 16번 S는 자연계에 단일원소로 존재하는 매우 드문 비철금속이다. (탄소도 단일원소로 존재한다)

유황을 이용하면 쉽게 황산을 만들 수 있다. 황산이 닿으면 석회암은 쉽게 녹는다. 물처럼 녹아내리지 않지만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도록 구멍이 숭숭나면서 얇아진다.

실제 할 사프리니 하이포지엄의 석회암 벽에 많은 구멍이 있다. 쇠붙이가 없는데 어떻게 작은 구멍을 낼 수 있었겠는가.

유황은 화산 분화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몰타는 화산과 무관한 지역이지만 바로 옆에 있는 시칠리아 섬은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고대인들이 시칠리아 화산에서 유황을 구해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황을 몰타로 가지고 온 고대 몰타인들은 유황을 황산(H2SO4)으로 만들면 땅을 녹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비로소 지상에 거석신전만 세우던 고대 몰타인들은 지하신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15.

몰타에 방문하거나 몰타에 오래 머무는 일정이 있다면, Hal Saflieni Hypogeum 방문 예약하고 견학하기를 권한다.

위의 글을 읽고 다녀오면 좀 편안하고, 더욱 놀라운 발견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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