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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Jul 17. 2019

배움여행 6호 마중물

BTS 메시지와 익명의 중성적 인식

재밌는 이야기 하나 소개합니다. 존경하고 애정하는 페이스북 친구 이의진 선생님의 담벼락에서 가져왔어요.
. 네 명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담소를 나눕니다. 그중 세 명이 여자, 한 명이 남자입니다.

여자1 : 사실 난 암이에요.
여자2 : 그래요? 저도 암인데요… 호호
여자3 : 두 분 모두 암이셨군요. 저도 암이에요. 호호호
남자 : 아니, 그런 충격적인 얘기를 어떻게 웃으면서 말씀하시죠. 저는 놀라서 진정이 안 됩니다.
여자1,2,3 : ㅎㅎㅎ 아, 오해하셨군요. 저희는 아미(A.R.M.Y;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한 달 전 즈음, 영국 웸블리 경기장에서 BTS가 공연했습니다. 비틀즈, 퀸, 마이클 잭슨이 공연한 웸블리 경기장에 6만 관객이 꽉 들어찬 모습에 언론도 흥분하며 공연 장면을 전했습니다. 
마중물을 BTS의 팬 군단 ARMY 이야기로 시작한 건 오늘 낮에 만난 캐나다 20대 여성 아미 때문입니다. 그는 제가 코리아 사람이라고 말하니, 갑자기 “깁밥, 불고기, 맛있어요, 멋있어요, 서울, 방탄소년단”을 말했습니다. 발음도 제법 정확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 방문하진 않았지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BTS를 이해하기 위해 전 세계 아미들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저로서는 놀라운 일입니다. BTS 친구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 세계 팬들이 감동하는 이유를 검색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표현하라


이것이 BTS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감동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BTS의 메시지는 제게는 아래 문장과 연결됩니다.


“임자 없는 익명의 중성적 인식은 언제나 실제적 인식이 아니다.”


독립연구자 박동섭 선생의 「다이얼로그의 관점에서 「Go with the flow」 톺아보기」 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Go with the flow”는 『수학하는 신체』(에듀니티, 2016) 『수학의 선물』(원더박스, 근간) 저자 모리타 마사오(森田眞生)가 자신의 저서에 사인할 때 쓰는 문구입니다. 직역하면 “세상 흐르는 대로 그냥 흘러가” 정도일 수 있으나, 의도하는 깊은 속은 좀 다릅니다. “Go with the flow”의 영어식 반대말은 “Fighting the tide(파도에 맞서 싸워라)”일 것입니다. 현대인의 목표지상주의, 도그마적인 신념, 유연하지 못한 가치관에서 벗어나자는 모리타 마사오 선생의 제안이 “Go with the flow”에 들어있다고 봅니다.
모리타 마사오 선생을 책과 강연에서 소개하는 박동섭 선생도 “Go with the flow”를 자주 인용했습니다. 지난 5월 제주 수학연주회 통역을 마치자마자 박동섭 선생은 “Go with the flow”를 다시 들여다보는 글을 써서 <배움여행>에 싣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수학연주회를 진행하면서 강한 영감을 받은 듯 보였습니다.
“Go with the flow”는 흔히 사용하는 관용구이지만 모리타 마사오 선생이 자신을 드러내는 문구로 가져옴으로써 “Go with the flow”의 주인은 모리타 선생이 되었습니다. 말이나 글을 표현하는 주인이 누구인지 살펴야 입체적인 인식이 가능하다는 박동섭 선생의 진단입니다. 콘텐츠는 인식 대상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발설 주체에 대한 정보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누가 했는가도 인식을 위해 꼭 필요한 ‘고려할 점’입니다.
그래서 탄생한 문장이 “임자 없는 익명의 중성적 인식은 언제나 실제적 인식이 아니다” 입니다. ‘임자 없는 익명의 중성적 인식’을 흔히 ‘객관적’이라고 말하고 ‘편견 없는 실재’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박동섭 선생은 수십 년 ‘임자 없는 익명의 중성적 인식’의 오류를 지적한 학자입니다.


“관(觀)이 없으면 상(像)이 맺히지 않고, 관(觀)을 갖는 순간 상(像)은 일그러진다.”


늘 박동섭 선생이 강조하는 말입니다. <배움여행> 6호의 대표글로서 박동섭 선생의 「다이얼로그의 관점에서 「Go with the flow」 톺아보기」는 도반 모리타 선생의 “Go with the flow” 표현이 모놀로그 성격에 머무는 것을 걱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모리타, “Go with the flow”는 소재일 뿐이고, 박동섭 선생은 사람의 인식과 인식 내용의 유통이 어떻게 사람의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지 밝히는 취지로 소논문을 <배움여행>에 제공했습니다. 시작은 텍스트이지만 곧 인공지능(AI)을 지나 인공생명(AL)을 고민합니다. 과거와 다른 현대를 어떻게 수학이 이끌었는지 살핍니다. 앞으로 예견되는 다른 세상은 서양의 논리실증주의에서 벗어나며, 새로운 수학의 탄생이 새로운 세상과 공진화(coevolution)하는 예를 인공지능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드니 브룩스를 통해 언급합니다. 짧지만 엄청난 비전이 담긴 글입니다.
동시에 제가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이라, 결국 제게 돌아와서 되새김질하게 됩니다. 어린이청소년이 뱉는 말이 익명성을 띠면서 폭력이 되는 것을 목격합니다. 말의 익명성은 말하는 어린이청소년 화자(話者)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듣는 어른의 몰이해에 있습니다. 말이 화자에게서 떠나면 객관성을 띠며 내용이 고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몰이해라고 말씀드립니다. 화자만 무대에 홀로 남아 내뱉는 독백(모놀로그)으로 듣는 것이 잘못된 이해입니다. 말하는 자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누구와 말하는지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나를 바라보지만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 대면하고 말을 나누지만 화자는 현장에 없는 다른 이와 대화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말과 글의 모놀로그를 넘어선 다이얼로그로서 입체적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씨알의 소리』 발행인 김조년 전 한남대 교수의 「함석헌의 평화주의와 우리의 평화운동」는 어렵게 받은 원고입니다. 함석헌은 단지 종교지도자가 아닙니다. 21세기도 2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는 함석헌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정독을 권합니다. 「함석헌의 평화주의와 우리의 평화운동」은 「<유대인적 지성>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와 연결점이 있습니다. 살펴보시고 의견도 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사상」은 야스토미 아유무 도쿄대 교수가 쓴 책을 발췌 소개하는 글입니다. 마이클 잭슨 노래와 댄스에 대한 절묘한 재해석은 느낌이 아닌 연구의 결과입니다. 마이클 잭슨 돋보기를 통해 젠더 문제, 젊은이를 향한 각성과 저항의 촉구, 아동인권의 증진에 대해 들여다보고 결국 평화를 위한 대중예술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재밌습니다. 왜 마이클은 무대에서 문워크(Moon Walk)를, 그것도 <빌리진> 노래에만 미끄러지듯 걷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을까요. 읽고 더 궁금하시다면 응원 부탁합니다. 아직 국내 번역되지 않은 <마이클잭슨의 사상>을 배움여행이 출판하려면 응원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미 번역된 야스토미 아유무 교수의 책 『단단한 삶』(유유, 박동섭 역)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민들레, 박솔바로 역)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민들레, 박솔바로 역) 일독을 권합니다.
이번에도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뼈 때리는 짧은 글을 옮깁니다. 독자 여러분도 공감하실 겁니다. 5호에 이어 최가진의 에세이를 싣습니다. 아픔과 공감과 전망까지도 이야기 테이블에 올립니다. 마치 최가진 선생님과 차 한잔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발도르프 성교육 연재는 계속됩니다. 뉴스타파 이은용 객원기자가 단행본으로 출판한 『아들아 콘돔 쓰렴』(씽크스마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제목이 가진 강렬함으로 뛰어난 현대문명 비평서로서 책의 본질이 가려진 면이 있습니다. 
7월은 오프 배움여행이 없습니다. 8월 말에 부산에서 배움여행을 가질 예정입니다.(변동 가능성 있어요) 늘 고맙습니다.

2019. 7. 7

호주 태즈매니아 오두막에서 
배움여행 발행인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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