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다호스

스페인카미노데산티아고 아홉째날

by 박달나무

#스페인카미노데산티아고


#아홉째날(2019.10.29)


1.


눈을 떴을 때 이미 7시 하고도 10분이다. 이곳 알베르게는 8시 안으로 나가야 한다. 대부분 공립 알베르게가 아침 8시 체크아웃 완료해야 한다.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다. 어제 대만의 세계여행자 린근예(林根業)하고 얘기하느라 잠자리 드는 게 좀 늦었다. 서둘지 않으면 망신 당할 수 있다. 경험상 아침에 일어나 짐정리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 아이들 깨워서 옷 갈아입히고 세 명의 침상 정리와 침낭 개기, 배낭 정리해서 챙기기, 내 얼굴 씻고 옷 갈아입기, 이런 움직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갈수록 요령이 생기긴 하지만 1시간은 염두에 둬야 한다. 역시 B사감 역에 잘 맞을 연세 많은 관리자에게 독촉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알베르게를 빠져나왔다. 문 앞에서 비누 빠뜨린 게 생각나 3층(한국에서는 4층)에 불이나케 올라갔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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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미터 높이의 알베르게 정문은 잠기고 코앞의 bar에는 알베르게에 묵었던 손님으로 바글바글하다. 그중 프랑스 초로의 아저씨가 있는데, 이 분이 그제 길에서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서 놀랐다. 외국인에게 한국어 안녕 정도는 흔히 듣는 일이지만, 이번엔 발음의 정확성 때문에 놀란 것. 더구나 아이들이 있으니 갑자기 뽀뽀뽀 노래를 불렀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발음과 음정 박자가 정확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반응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뽀로로는 알아도 뽀뽀뽀는 모른다. ㅋㅋ


이 프랑스 아저씨는 그제 한국 친구에게 배웠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두 달을 비지니스 관련해서 살았다고 한다. “막걸리/소주/맥주”라고 하길래 놀란 표정을 지었더니 “쏘맥!”하고 힘을 줘서 말한다. ‘폭탄주’를 아느냐고 물으니 그건 모른단다. 어쨌든 프랑스 아저씨도 우리 아이들을 예뻐한다. 내가 하도 강조하니까 아이들이 자주 말한다.


“이 세상 모든 어린 생명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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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아이의 걸음이 너무 느리다. 그래도 상관 없지만 단순히 느린 게 아니다. 특히 시하의 몸이 둔해졌다. 과연 문제가 될 만 한 나쁜 컨디션인지 살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한다. 800년 전에 지었다는 부르고스 대성당은 스페인 3대 카톨릭 교회 중 하나다. 여기저기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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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시간 반 걸어서 따르다호스 마을에 들어갔다. 다음 알베르게는 11km를 더 가야한다. 아이들 컨디션도 고려해서 오늘은 따르다호스에서 묵기로 했다. 일인 12유로로 매우 비싼 알베르게(La casa de Beli) 지만 편하게 쉬기 위해서 선택했다. 우리만의 방을 따로 제공했고 방 안에 깔끔한 욕실도 딸려있다.


아이들보다 내가 12시간을 푹 잤다. 시하가 미열이 있지만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봤다. 본인은 몸살이라고 말하지만 단순한 피로누적으로 판단하고 따뜻하게 자도록 했다. 시하는 스스로 저녁을 걸렀다. 태호도 덩달아 저녁 없이 잠들었다. 대신 알베르게에서 3시에 점심을 포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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