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번째날

2019.4.19

by 박달나무


#놀이동산


#Penny_Royal


이번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여기저기 부활절 달걀 그림이 많이 보이길래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부활절 직전 금요일은 성 금요일이라고 해서 휴일인 줄 몰랐다. 아침에 차를 빼려고(다운타운에는 아침 8시 이후에 유료주차) 길에 나가보니 거리가 텅 비었다. 러시아워인데도. 저렴하지만 도심에 있는 호텔을 선택했다. 방에는 이층 침대가 있고, 화장실과 샤워장, 간단한 부엌은 따로 공간이 있는 곳이다. 그래도 3명이 하루 120호주달러다. 시하가 의외의 말을 한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숙소를 옮기는 게 재밌는데요.”


아침밥 먹을 만한 데가 없다. 차를 끌고 돌아다니지만 거리는 완벽한 철시다. 오후에는 문 여는 집이 좀 있을 것이다. 여기 론세스톤은 태즈매니아에서도 두 번 째 도시다. 인구는 10만 명이 조금 넘는다. 호주 사람들에게 태즈매니아 주 전체가 오지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 론세스톤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싶다. 가다 보니 론세스톤 공항까지 갔다. 앞으로 이용할 공항이라 위치 확인도 할 겸, 공항이라면 먹을 것을 팔지 않을까 싶어서 갔지만 매우 황량한 분위기에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도심으로 다시 들어왔다.


Maddie 선생님이 추천한 액티비티 중 Penny Royal이 적당할 것 같아 찾아나섰다. 머무는 호텔에서 5분 밖에 안 걸린다. 론세스톤 바다를 바라보는 바위산에 시설물을 설치한 놀이공원이다. 10시 오픈 전에 갔기 때문에 토스트를 사먹으면서 오픈을 기다렸다. 우리는 짚라인 타기와 클리프 워킹(바위산 꼭대기에 설치한 흔들다리를 걷는 시설물)을 세트로 된 상품을 샀다. 그러나 10시 타임은 이미 지나갔고, 11시 타임만 가능하단다. 그래서 다시 40여 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기다리는 건 지루한 것이고 지루한 것 죄악이라는 공식이 아이들에게 있다. 죄악의 상황을 만든 건 선생님이기에 아이들의 화살은 나를 향한다. 기어이 태수가 몽니를 부린다. 어제의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 오늘은 결과가 행복한 건 아니다. 그래도 이런 경험도 서로에게 필요하다. 언제나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맑은 날만 있으면 가뭄으로 세상이 망한다.


다행스러운 건 판을 깼다는 죄책감이 조금은 남아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된 건 다 선생님이 만든 겁니다.”


책임을 내게 뒤집어씌우려는 말에서 미안함을 전달하겠다는 걸 알았다. 지금 이 상황이 잘못됐다는 걸 아는 것이니까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심각한 건 사고를 치고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웃으며 넘어갔다. “으이그..... 돈 아까비~”


Maddie 선생님이 메일을 보냈다. 집을 구하는데 직접 나설 줄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다.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이미 화요일에 월세 내놓은 집을 부동산과 함께 집 내외부를 확인하기로 예약을 해놓았다. 호주의 가장 큰 부동산 법인에 의뢰했다. 온갖 까다로운 서류 작성을 요구하는데 꾹 참고 서류를 만들어 제출까지 했다. 관광 비자 소지자라는 것만 아니라면 계약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론세스톤 도심에서 15분 떨어진 곳인데, 워낙 조용하고 현대식 신축 집이다. 도면을 봤을 때 구조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집을 확인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Maddie 선생님이 소개한 분이 동석하도록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가까운 미래는 거의 느낌으로 맞혔는데, 이번에는 집을 구할 수 있다고 보인다. 다만 시골살이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곳 론세스톤도 시골이다. 다운타운만 아니면 델로라인과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론세스톤에서 사는 게 여러 가지로 유리하고 효과도 좋다는 판단이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은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지금까지 돈 주고 사먹은 음식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잘 먹었다. 그래도 둘이 남기는 음식이 언제나 1인분을 넘기에 내 몫은 주문하지 않는다. 그냥 버리기에 너무 아깝고 음식값도 비싸서 먹어치워야 하기 때문에....


시하가 선생님 음식은 왜 주문하지 않냐고 물어보긴 한다. 이제는 주문하지 않는 이유를 잘 이해하고 깨끗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크게 개성이 다른 두 녀석 모두 하는 짓이 귀엽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 녁석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야구감독이 데이터 통계로 선수 운용을 하는 것처럼 나로서는 가능성의 확률을 가지고 아이를 만날 뿐이다. 나쁜 확률은 줄이고, 좋은 확률은 극대화하는 것이지 내가 아이의 미래를 기획하고 조작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부모나 교사가 있다. 20대 일 때 나도 그랬다. 이제는 일부 부모나 교사가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