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번째날

2019.4.27

by 박달나무

#데본포트

#추위를이기는조치

이곳에서(여기 지명은 Cethena) 가장 가까운 타운은 Sheffiled다.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주유소, 식료품점, 카페, 우체국, 잡화상 등이 있다. 그중 "Hardware" 간판을 단 집이 있는데, 가전제품이나 가드닝 관련 제품을 판매한다.

그곳에 가면 전기담요를 살 수 있겠거니 하며 어제 오후 4시쯤 갔더니 문을 닫았다.

이곳 모든 호텔 침대에는 전기담요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전기담요 위에 침대 패드를 깐다. 써보니 따뜻한 잠자리를 보장하길래 우리도 전기담요을 사기로 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물론 모두 중국제품이다.

22년 전 IMF위기 직전에 교사 해외연수 차 호주에 온 적이 있다. 그때 가이드가 호주는 중국 물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소개한 말이 생각난다. 최소한 마트나 양판점을 둘러봤을 때 지금은 더 심한 게 아닌가 싶다. 호텔이나 가정집이나 냉장고는 haier이다. 의류 태그에 어김없이 made in china가 있다. 그러고보니 신기하게도 태즈매니아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한 명도 못 봤다. 모두 중국인. 간간히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인, 대만인들이다. 어딜 가나 중국어 안내판이 꼭 있다. 단지 경제적 관계만이 아니라 정치적 관계도 매우 우호적이다. 22년 전에 시드니에서 마오(모택동) 특별전을 열어서 구경한 적이 있는데, 대단한 찬사를 늘어놓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기필코 전기담요을 사야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데본포트로 갔다. 태즈매니아 세 번 째 큰 도시고, “우리집”에서 50km만 가면 된다. 시간으로는 50분 정도. 하도 뱀 몸뚱아리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가야하기에 어려움은 좀 있다.

또한 와이파이를 해결해야하는 일도 데본포트에서만 가능하다고 해서 나선 길이기도 하다. 결국 sk텔레콤 도시락같이 와이파이 발생 장치를 99달러에, 80기가 데이터를 150달러에 샀다. 데본포트 최대 쇼핑가에 갔더니 3대 마트가 나란히 붙어 있다. woolworths, coles, k-mart가 함께 있더라. coles에서 과일 약간을 사고, k-mart에서 전기담요을 샀다. 하지만 퀸 사이즈만 있어서 내가 쓸 싱글 사이즈를 사지 못했다.

아이들 자는 퀸 침대에 전기담요를 세팅하고 재웠더니 기분 좋게 금방 잠든다. 둘이 따로 자겠다고 않고 함께 큰 침대에서 자겠다고 한다. 처음엔 상대방이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서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지만 한 달이 가까워지니까 동료애가 조금 생긴 느낌이다. 내가 악역을 맡으면 일시적이나마 둘의 브로맨스 지수는 급상승하기도 한다.

데본포트에 다녀오니 땔감 장작을 부려놓고 갔는지 한 차 분량의 장작이 뒤뜰에 쌓여있다. 주인이 160달러라고 하면서 운반용 바퀴 하나짜리 카트(일명 딸딸이)를 주고 간다. 뒤뜰 장작을 현관문 앞 캐노피에 쌓아놓으라고 하며 시범을 보인다. 부지런히 날랐지만 팔과 허리 근육을 많이 쓰는 일이고, 양도 상당하다보니 절반쯤 옮겨 쌓고 그만두었다. 남은 장작은 아이들을 시켜서 옮겨야겠다는 계산이 섰다.

점심용으로 사온 맥도날드 햄버거가 남아서 저녁으로 해결. 내가 데본포트에 다녀오는 동안 아이들이 식빵에 딸기잼 발라 먹고, 우유도 꺼내 먹은 탓이다.

하루가 금방 간다. 해 떠서 어두워질 때까지 순식간이란 느낌이다. 추우니까 난로에 장작 넣기만 하고 설거지도 할 생각을 안 하고, 빨래도 나중에 돌리지 뭐 하며 미루고, 노트북은 아예 열 생각도 안 한다. 대신 덕분에 난로 옆 소파에서 책을 읽는다. 원래 책 잘 안 읽는데, 지금 같아선 종일 책만 읽으면 행복할 것 같다. 북유럽 사람들이 독서 많이 하는 이유가 이거 였다. 추우면 움직이기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