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규 Aug 30. 2022

긍정훈육을 경계한다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를 읽고


#교실에서별을만나다


#독후기아니고


#평론도아니고


1.


좋은교사운동출판부에서 펴낸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를 읽었다.


부제가 <행동 문제를 보이는 ‘한 아이’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서 관심이 갔다. 


내가 지난 십 수년 간 집중했던 일이고, 현직 초등교사의 생생한 경험이 궁금했다.


무엇보다 (아마도) 2015년에 나를 찾아온 두 분 선생님이 공동으로 쓴 보고서 형태의 내용이라 온라인 서점에 주저없이 주문했다. 


두 분 선생님의 모습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두 분 선생님의 간절함과 열정은 분명 기억하고 있다.


2.


분량이 180쪽 정도라 부담없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엔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읽었다. 독후기를 남길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후기를 작성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곳은 페이스북 지면이라 나의 후기가 적절하지 않겠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책을 읽으며 떠오른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긴다.


*아래 내용은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를 계기로 길어올린 스토리이고,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 책과는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린다.


3.


나의 스승이자 절친인 독립연구자 박동섭 선생이 종종 한 말이 있다.


“몇몇 단위학교에서 연수 강사로 초빙해서 해당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강의를 하곤 하는데, 여러 군데 학교에서 테이블에 <학급긍정훈육법>을 올려놓은 선생님들이 있었지요. 그분들은 제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더라구요.”


박동섭 선생은 긍정훈육(PD)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흔히 ‘긍정훈육’ 다음으로 따라오는 문구가 “다정하고 단호한 선생님”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기초로 했다고 하지만 스키너 행동심리학의 후예라 볼 수 있다. 


스키너는 비둘기 실험으로 유명한데, 비둘기처럼 인간도 고유의 심리적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기에 입력값에 일정한 프로세싱이 이루어져서 예측가능한 출력값을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근대의 학교는 물론 우리가 교육이라고 이름 붙이는 행위는 거의 대부분 사람의 마음을 함수기계처럼 상정하고 있다.


입력이 ‘향수’라면 출력은 ‘기분좋음’이고, 입력이 ‘악취’라면 출력은 ‘불쾌감’이 된다. 


아니라고 부정할 게 없는 평범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4.


그러나 세계는 불변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변화한다. 모든 것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천동설 세계에서 사람들은 천동설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때는 지동설이 가능성으로 존재했지만 인정하기에는 일상의 인지 범위에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 사망 직후 태어난 티코 브라헤(왕궁 점성술사이자 카톨릭 신부)는 평생 밤하늘을 관찰하고 꼼꼼히 기록했기에 천동설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티코 브라헤의 꼼꼼한 기록 덕분에 제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지동설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케플러 법칙이나 위대한 뉴튼 역학이 어느날 갑자기 탄생할 수는 없다. 티코 브라헤처럼 평생 밤하늘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5.


박동섭 선생이 가제 <침대에서 읽는 비고츠키>를 집필 중에 있다며, 최근에 쓴 원고 일부를 오늘 아침 페북에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여러 요소를 취사선택하여 이야기를 만들 때, 이야기 창조자는 자신의 욕망이 반영됐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방향성(또는 목적)이 있는데, 방향성은 이야기 작가의 욕망의 반영이다. 하지만 독자(또는 청자)의 경우 작가의 욕망을 알고 있다. 작가는 독자가 자신의 욕망을 알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작가가 자신의 욕망까지 계산했을 때 철학의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된다는 말씀이다. 


6.


그래도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를 한 줄로 축약한다면,


“문제아는 없다, 문제행동이 있는 것이지…문제행동은 행동지원 프로세스로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다”


7.


나는,


마음에 걸렸다.


<통제와 관리>가.


그건 신(GOD)만이 가능한 개념이 아닐까.


8.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를 티코 브라헤의  꼼꼼한 기록으로 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구에 매개된 행위와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