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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8. 2022

IGNORANCE

우연이라고하기엔운명스럽다


#대입전형을준비하다가


3주 간 짧게 수험생과 땀을 흘렸는데,


(역시 공부는 이렇게 했어야 했어!-를 깨달은 시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에피소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수험생을 위한 철학입문서는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부제는 "교양인을 위한 구조주의 강의"다. (우치다 타츠루, 갈라파고스, 1쇄 2010)


우치다 말을 빌자면,


포스트구조주의가 움트는 지금, 구조주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극 동의한다.


20세기는 구조주의의 시대였다. 지금은 구조주의는 몰라도 누구나 구조주의를 바탕에 깔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일부가 구조주의 한계와 폐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역부족......


쉽게 말해, 


학교는 교육의 전부가 아니지만 학교의 구조를 떠나서 <배움>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한국에서) 1% 미만의 사람들만이 학교를 떠난 <배움에 대해 고민할 뿐>이다.


(2백 여 쪽의 이 책을 이해하고 요약할 수 있다면 예비대학생으로서  충분히 준비됐다고 하겠다; 읽고 싶은데 어려움이 있다면 내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나의 수험생에게 머리말과 초반부를 요약해서 읽어주고 설명했다.

우치다 선생은 머리말에서 다음의 얘기를 꺼냈다.


//


입문서는 전문서보다 근원적인 물음을 만날 기회를 많이 제공합니다. 이것은 내가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사실입니다. 입문서가 흥미로운 것은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함으로써 그 물음 아래에 밑줄을 그어주기 때문입니다. 지성이 스스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해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물음 아래 밑줄을 긋는 일’입니다. 지적탐구는 늘 ‘나는 무엇을 아는가?’가 아닌 ‘나는 무엇을 모르는가?’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머리말 중)


//


아름다운 서술이지요. 하지만 이해여부를 떠나 우리가 우치다 선생의 서술과 같은 출발점을 <나의 실천>으로 세팅할 수 있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건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입니다.(머리말 중)


//


이것이 핵심 중 핵심이다. 이 두 문장을 두고 1시간 이야기를 진행했다.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왜냐면.....(말하자면 좀 길다)


위 말에 대한 이해가 포스트구조주의로 들어가는 현관의 성격이다.


공교롭다기 보다는 신비로운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느껴져, 저절로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GoGo~


수능을 보려면 <EBS 수능특강>을 피할 수 없다. EBS에서 문제의 절반을 출제한다고 하니 말이다(똑같이 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올해 <EBS 수능특강> 영어를 구입했다. 처음으로 책을 폈는데,


(아무데나 어떤 의도 없이 펼쳤다; 어차피 한 권을 몽땅 섭렵할 수 없는 형편이라)


와~ 뭐 이런 어려운 지문이 있단 말인가.


<다음 중  (        ) 안에 들어갈 문장은?>


첫 문장을 보자.....


Some of the most insightful work on information seeking emphasizes “strategic self-ignorance,” understood as “the use of ignorance as an excuse to engage excessively in pleasurable activities that may be harmful to one’s future self.”


일단 ignorance(무지/무식/알지 못함)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무지가 근면의 성과"를 길게 말했다는 기억이 딸려왔다.


위 문장을 <수능특강> 해설편에서 번역한 것을 보자.


//


정보 탐색에 관한 가장 통찰력 있는 연구 중 일부는 ‘전략적 자기 무지’를 강조하는데, 이는 ‘무지를 핑계로 삼아 자신의 미래 자아에 해로울 수도 있는 기분 좋은 활동을 과도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


내가 문젠가? 한국어 번역 문장이 오히려 이해를 방해한다. 고등학생들의 문해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한국어 문장으로.... 허 거 참~


이어서 보자.


The idea here is that if people are present-biased, they might avoid information that (would make current activities less attractive) — perhaps because it would produce guilt or shame, perhaps because it would suggest an aggregate trade-off that would counsel against engaging in such activities.


위 (   )를 비워두고서 보기 다섯 개를 제시하고 고르라고 한다. 단어를 모두 알 수는 없는데(나만 그런가?^^) 번역 문장을 보면 더 헷갈린다.


//


여기에서 요점은 만약 사람들이 현재를 중시하는 편향을 보인다면, 현재의 활동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 정보를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그것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것이고, 그러한 활동을 하지 말라고 충고할 총체적 절충을 제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


햐.....


어쨌든,


사람들은 전략적으로(우리의 관형적 표현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지멋대로 행동하려고, 자신을 나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콘트롤하는 올바른 정보를 모른 척하는 '무지'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영어 지문의 무지와 우치다 선생이 말한 무지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가지고 한참 토론(사실상 나의 강의)을 가졌다.


다음 날 소름 돋는 우연이 하나 더 이어졌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이런 생각이 절로 올라왔다.


매일 글 한 편씩 아침 8시에 톡으로 보내주는 구독서비스 <Long Black>에 새로 올라온 글 제목이 "Ignorance"

아니 놀랄 수가 없었다.


콜롬비아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스튜어트 파이어슈타인(Stuart Firestein)의 책 <Ignorance>를 요약 소개하는 글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런 거다.


//


1. 과학자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더 주목합니다. 새로운 발견을 끌어내기 때문이죠.


2. 무지를 생산적으로 다루는 데는 기술이 필요해요. 우선 내가 쓸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파악해야 합니다. 다음으론 목표를 설정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죠.


3. 무지에 집중하면, 언제든 겸손하게 자기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무지를 파악하는 건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니까요.


4. 무지를 대하는 ‘과학적 태도’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해답보다 질문을 중요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니까요.


//


좀더 구글링을 해보니, 롱블랙에 글쓴이는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아래 파이어슈타인 교수의 TED 강의를 소개한 것이라고 느꼈다.(한글 자막이 잘 나와 있어서 볼만하다. 권유~)

https://youtu.be/nq0_zGzSc8g

이번 포스팅 시리즈의 결론~


우치다 선생의 "무지는 근면의 성과"와 수능영어 지문에 나오는 "전략적 자기 무지 사용", 그리고 콜롬비아 대 파이어슈타인 교수가 쓴 책 <Ignorance>가 말하는 "과학적 탐구를 위한 무지의 중요성" 세 가지의 방향성은 각각 다르지만,


결국 포스트구조주의에서 구조주의를 조망하면서 일상의 상식을 뒤집는 탐구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런 스토리텔링을 가르고 붙이고 하면서 잘 소화하고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이 대학입학을 꿈꾸는 예비대학생들의 기본이어야......겠지만, 그런 수험생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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