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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Sep 20. 2024

우리가 남이가

유병언과 김기춘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습니다. 극중TV 시청자 여러분. 저도 여러분도 긴장하며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덜덜 떨려서 가슴을 붙잡고 금요일을 기다린다는 시청자 여러분들 댓글이 많았습니다. 혹시 잊은 분들은 구독, 좋아요 꼭 눌러주시고…. 토끼탈 작가를 모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토끼탈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토끼탈의 표정을 알 수 없고, 표정을 볼 수 없으니까 보는 이들은 더욱 긴장하게 된다.

“지난 주 충격에 일주일 내내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긴장도 되고 두렵기도 한 감정으로 토끼탈님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알 수 있습니까?”

토끼탈이 대답한다.

“네. 아마도 침몰 과정에 대한 소설 내용을 말씀드리지 싶어요.”

“그럼 빨리 김조영 성우 목소리로 소설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김조영 성우가 소설을 낭독한다.


김기춘은 격노했다. 

“순실이, 이 년! 감히 중간에 국정원장을 바꿔쳤다구! 지가 나와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다 말이지. 모가지가 두 개인가 보군.”

박근혜가 당선자 신분일 때 박지만이 인사청탁으로 국정원장에 육사25기인 노재준 전 육참총장을 천거하고 나서 실제로 국정원장에 취임하자 김기춘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인사청탁은 사실상 박지만의 노골적 정치 행위였다. 박지만 고교 동창이자 육사 동기이며 가장 친한 친구라고 세상이 다 아는 이재수가 별을 세 개 달자마자 인사사령관에 오르고, 다시 6개월 만에 기무사령관에 임명되는 것을 본 김기춘은 전쟁선포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이미 노재준 대장이 국정원장에 임명된 이후에 벌어지는 군부의 움직임은 무혈쿠데타의 성격이었다. 김기춘을 잘라내고 전두환 5공 때처럼 군부가 국정원을 장악하고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노골적 사인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라서 실제론 청와대는 공백 상태였기 때문에 20년 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정치 군인들이 좀비가 돼서 벌떡 일어난 셈이다. 이재수는 전체 군인들 인사 정보를 쥐고 있는 놈이고, 보고에 따르면 박지만과 노재준의 다리 역할이다. 그러니 셋이 동시에 움직이는 형국이다. 김기춘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와중에 기춘이 보기에 순실이도 배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박지만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국정원장 청탁을 하고 돌아가자마자 최순실은 남편 정윤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만이가 지 누나를 찾아가 손이 닳도록 빌면서 노재준 장군을 국정원장에 앉혀달라고 했다는군. 도대체 무슨 꿍꿍인거야? 노재준 청탁만 들어주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말이야. 언니가 나보고 판단하라고 숙제를 냈어. 기춘 아재는 이병구 카드를 내밀고, 반드시 임명하라고 했다고 하면서….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정윤화가 시니컬하게 대꾸한다.

“결국 지 오른팔 왼팔 다 죽이고 지랄을 하더니 이제 기지개를 켜는군. 지만이 새끼, 지가 누나 대통령 되는데 십 원 한 푼 보탠 거 없으면서 잔머리는 엄청 굴리네. 걔 약쟁이 탈을 쓴 여우라는 보고서가 있어. 결국 목표가 지 아버지처럼 되는 거야. 모지리 누나가 대통령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어. 누나 뒤에서 호가호위하려는 속셈이지. 노재준을 국정원장에 앉히려는 수작은 군부를 동원하고 자기가 수렴청정하려는 거야. 먼저 국정원에서 김기춘 라인을 솎아내지 않으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걸 알고 있는 거지. 유라 엄마가 줄을 잘 서야할 거야.”

최순실이 깔깔거리며 대꾸한다.

“호호호. 내가 줄을 서야 하는 거야? 기춘 아재랑 지만이가 내게 줄을 서야할 걸.”

“난 모른다. 한방에 훅 갈 수 있어. 당신도 북한산 소나무에 매달린다. 조심해. 김기춘은 지만이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야. 당장은 구영태 놈 조심하구.”

“내게도 다 생각이 있어. 기춘 아재가 깜짝 놀라게 될 거야. 호호.”

순실은 글자 그대로 어부지리를 얻을 생각이다. 박지만이 조개 역할을, 김기춘이 도요새 역할을 맡도록 하고 자신이 어부가 돼서 조개와 도요새를 쉽게 잡겠다는 심산이다. 평범한 인간들은  머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림의 퀄리티에 스스로 도취된다. 뛰어난 이들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부터 계산한다. SWOT 분석에서 약점부터 정확히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 법이다. 순실은 평범한 인간들 범주에 속했다.

그런 계산이 서자 순실은 노재준 장군을 만나자고 연락했고, 국정원 특활비를 나눠먹자고 제안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쓰는 건 가장 안전하게 국고를 내 지갑으로 삼는 일이다. 청와대 특활비나 검찰총장 특활비와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규모라서 매년 수천억을 주머닛돈 쓰듯 할 수 있다. 국정원이니까 국가기밀이라고 쉴드 치면 아무도 문제 삼을 수 없다. 그야말로 나만의 꿀단지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을 빠르게 장악하면 김기춘의 노발대발은 어린애 투정으로 만들 수 있다. 최순실은 김기춘을 노령으로 인한 급성심장마비로 만들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노재준은 최순실의 제안을 받자마자 박지만과 이재수에게 연락했다. 박지만에게 제일 먼저 제거 대상이 최순실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임명권자 권한을 휘두르는 순실과 맞서야 실익이 없기에 국정원 특활비 나눠먹기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무엇보다 순실을 김기춘 사람으로 분류했던 인맥도를 고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일이 생긴 것 같았다. 큰 전투 없이 김기춘을 고사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낳은 것이다.

기대는 언제나 어긋나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가. 다음날 노재준에게 전화가 온다. 강창희 국회의장이다.

“노 장군. 왜 노욕을 부리시는가. 4성 장군으로 가장 화려하게 퇴임한 분이 70줄에 국가의 핵심기둥인 국정원을 맡겠다고 하시느냐 말이오. 생활이 궁핍하면 내 얼마든지 도와드리도록 하겠소. 국정원은 개미지옥이고 당신은 한낱 일개미일 뿐임을 잊지 마시오. 박지만은 가까이 할 위인이 아닙니다.”

“야, 꿀이면 어디든 내려앉는 벌레새끼야. 니가 나비인 줄 알겠지만, 넌 나방이야. 해 뜨면 컴컴한 틈바구니로 기어들어가는 놈이야, 너는. 20년 전에 밟혀죽었어야 할 놈이 잘도 버텼다. 김기춘에게 전해. 제 명에 죽고 싶으면 나대지 말라고.”

강창희 국회의장은 벌써 6선으로 노재준보다 2살 아래지만 육사25기 동기동창이다. 30대부터 군복 벗고 전두환 아래에서 1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하나회였지만 워낙 배경이 탄탄하고 일찍 민간인이 되었기에 군 출신인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는 19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서 명목상 국가의전 서열 2위에 있다. 김기춘과 7인회 멤버 중 하나인 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강창희 의장이 받아친다.

“노 장군. 실수하신 겁니다. 국정원장에 가셔도 노 장군을 보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외로운 원장실에서 혼자 도시락 까먹으면서 망신당하지 말고 발을 들여놓지 마시오. 국정원은 지난 20년 동안 민간인으로 다 구성되고 몇몇 파견검사들도 군인출신을 비토할 텐데 뭐하러 망신을 사려고 하시오. 부족한 건 다 채워드릴 테니 집에서 편히 지내시길 바라요. 제 얘기를 경고로 받아들이고 신중하셔야 자식들도 편합니다.”

“야 강창희! 이젠 협박까지. 니가 육사 출신이라는 게 나에겐 모욕이야. 우리는 어지러운 세상에 조국을 지키려고 나선 거야. 넌 굿이나 보고 가만있으면 떡 먹을 기회를 가질 거구, 아니면 니 제사상에 놓인 떡을 구경하게 될 거다. 이게 너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야. 김기춘하고 어울리지 마라.”

강창희는 통화를 녹음해서 김기춘에게 전달했다. 녹취를 듣고 김기춘은 눈을 감고 한동안 흔들의자에 힘을 빼고 몸을 늘어뜨렸다.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분명한 사인이기에 결단이 필요했다. 박정희도 그랬고 전두환도 마찬가지였다. 5.16이나 12.12 쿠데타를 결심할 때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지금 자신도 같은 상황이라고 느꼈다. 목숨을 걸면 권력을 거머쥐는 것이고, 물러나면 여생은 감옥에서 보낼 것이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때도, 유병언과 오대양으로 자금을 모을 때도, 강기훈을 유서조작으로 감옥에 처넣을 때도, 복국집에서 비밀선거지원을 할 때도 목숨까지 걸지는 않았다. 그러나 차기 대권을 생각하면 지금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군바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경험이 많은 김기춘이다. 복안도 있고 자신 있다. 김기춘은 김영갑에게 전화한다.

“형님. 전쟁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우리가 이길 것이구요. 형님이 도와주시면 문제없습니다. 다 밀어버립시다. 아이들이 컸다고 물려고 덤비네요. 하룻강아지들의 목덜미를 물어 죽이겠습니다.”

김영갑은 육사 17기로 5공 안기부에서 기조실장을 지낸 정보부 후배다. 나이는 김영갑이 세 살 위다. 5공 때는 서로 견원지간이었지만 15대부터 17대 국회까지 둘이 똑같이 같은 당 의원을 지내면서 가까워졌다. 출신학교는 다르지만 노무현 탄핵을 공모하면서 과거 KCIA에 뿌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둘에게 작용했다.

김영갑이 김기춘에게 말한다.

“쟤들이 노재준을 앞세운단 말이지? 다 박지만 짓이구먼. 이제 군대가 세상에 나오면 안 되지. 때가 어느 땐데. 박근혜가 청와대 주인이 된 것부터 시대착오적이긴 한데…. 그러니까 김 의원이 중심을 잡아줘야겠지. 내 김 의원 편이니까 임자 맘대로 능력을 펼쳐보시게.”

김기춘이 이어서 말한다.

“그런데 최순실이 최자경 역할을 한다며 독자 노선을 설계합니다. 이번에 노재준 국정원장 임명은 순실이 손길을 탔습니다. 제가 만나자고 했더니 생까고 있어요.”

“허허. 아줌마. 까불면 다친다는 걸 알 나이가 됐는데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병렬이와 병호랑 한번 같이 만나세. 요즘 병렬이는 골골거리니 빠질 수도 있어. 김 의원이 설계도를 자세하게 그려와요.”

“알겠습니다. 수일 내로 시간과 장소를 말씀드리지요.”

김영갑과 통화를 마친 기춘은 이병구에게 전화한다.

“나다. 노재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크로스체크하고 박지만을 24시간 감시해. 순실이 가장 약한 고리가 어떤 건지도 확인하고. 필요하면 덫을 놓아도 돼.”

한편 노재준은 국정원장 임명 직후에 중국으로 출장을 간다. 하루 늦게 이재수는 방콕에 출장을 간다. 박지만은 도쿄에서 이틀 동안 관광을 하다가 셋은 충칭의 힐튼호텔에서 접선한다. 이재수는 조현천 육군학생군사학교장을 대동했다. 이재수의 육사 1년 후배이자 인사통으로 이재수가 오랜 세월 키운 인물이다. 후에 이재수 뒤이어 기무사령관에 올랐다가 쿠데타 음모기획으로 미국으로 도망간 바로 그 조현천이다.

“말씀 드린 38기 동문입니다. 조 소장, 선배님들께 인사 올려라.”

“안녕하십니까. 조, 현, 천,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존경하는 선배님께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합니다.”

“알았다, 알았다 우리도 목숨을 걸었다. 죽는 게 두렵지 않아.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성공한다. 만나서 반갑다.”

맏형 격 노재준이 먼저 조현천의 인사를 받아줬다.

“우리가 나서서 대통령을 돕지 않으면 조국의 풍전등화 형국이 불 꺼진 항구로 변하고, 100년 동안 주저앉아서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더구나 우리는 핵이 없기에 북한 괴뢰의 핵 우위에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팔레스타인 꼴이 될 겁니다. 저는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서 북한 괴뢰를 압도하고 미국과 중국에 대등한 강대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애들 엄마에게 유서를 써놓고 여기 왔습니다.”

박지만이 눈을 부릅뜨고 비장미 넘치는 목소리로 각오를 말했다.

“보안이 제일 중요하다. 이미 김기춘이 국정원 조직을 동원했더군. 보안이 목숨이야.”

신임 노재준 국정원장이 나직이 말했다.

“조 소장, 준비한 내용 브리핑해봐라.”

이재수가 명령하니 조현천이 노트북을 편다.

“일부러 프린트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싶어서…. 가까이 오셔서 화면을 보시고 설명을 들으시고 의견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늙은곰의 숨통을 끊어야 합니다. 그래서 작전명 ‘늙은곰 사냥’입니다. 작전이 끝나면 새끼곰도 남김없이 죽여야 됩니다.” 

박지만이 목표를 확실히 했다. 늙은곰은 김기춘을 말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투 트랙으로 대비책을 만들었습니다. 첫째는 올 1월에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협의로 기소한 일입니다. 저희 첩보에 의하면 탈북자인 유우성을 간첩으로 만들라고 제안한 사람이 김기춘입니다. 이두봉 검사를 컨트롤타워로 하고, 이두봉은 이시원 검사를 팀장으로 간첩 조작을 진행했습니다. 2차장을 통해 국정원 휴민트와 좌파효수 같은 행동대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는 사태에 대비한 것인데, 문재인이 당선되면 간첩 유우성을 채용한 박원순 시장과 박원순이 간첩인 걸 알면서 정치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한 빨갱이 문재인을 내란죄로 탄핵하고 기소하여 감방으로 보내겠다는 계산입니다.”

조현천이 개요를 설명하자 이재수가 나서며 질문 형태로 내용을 추가한다.

“국정원의 투 트랙 중 하나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이고 나머지는 무엇이지?”

조현천이 곧바로 대답한다.

“또 다른 트랙은 핸드폰 문자와 통화에 대한 해킹입니다. 주요 정치인들과 기관장들은 모두 이메일 해킹은 물론 문자, 통화 내용, 카카오톡 음성통화까지 도청해서 데이터를 모아놓았습니다. 특정인 파일을 열면 도청 데이터와 통신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관계 매핑 이미지가 모아져 있습니다. 여기 박지만 선배님의 파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이 51.6%로 당선되는 쾌거에 기여했습니다.”

박지만이 얼굴을 찡그리며 묻는다.

“개표 프로그램에 장난 친 게 있었나?”

조현천이 대답한다.

“그건 저희가 아직은 확인한 바 없습니다. 개연성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노재준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럼 국정원장인 내 파일도 있겠군.”

“물론입니다. 원장님을 원하지 않고 이병구를 꽂으려고 했지만 노 원장님이 국정원장이 된다고 하여도 대책이 있고 다 계획이 있을 겁니다. 그건 국정원의 투 트랙을 비리로 언론에 흘리고 그 책임을 노 원장님께 뒤집어 씌워 내쫓고 구속한 후 2~3년은 감방에 가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박근혜 정부는 끝나고 다음 정권을 김기춘이 직접 출마할 생각이 있기에 시혜를 베풀며 사면 복권시킬 겁니다. 국정원과 김기춘의 그림대로 진행되면 우리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노력과 희생은 악마를 거꾸러트리고 정의를 세우는 일이 되는 거야.”

노재준이 가래를 뱉듯 정당성을 외쳤다.

“그래서 우리가 어찌해야 하는 거야. 이제 핵심을 말해봐.”

박지만이 계속 진도를 빼라고 주문한다.

“김기춘을 다룰 때 유병언을 뺄 수 없습니다. 유병언은 최순실의 아버지 최자경이 만든 영세교와 같은 뿌리로서 구원파라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교주입니다. 한강 유람선을 운항하던 주식회사 세모를 구원파가 운영했으나 고의 부도를 내고 산업은행 차입금 2천억을 한순간 지워버린 후 청해진해운을 설립해 연안여객선 사업을 했습니다. 최근에 국정원 양우회가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위장해서 일본 중고 여객선을 사와서 인천 제주도 간 노선에 투입했습니다. 세월호로 명명하고 운항한지 두 달 됐습니다. 기존 오하마나호 노선이 있었기 때문에 청해진해운은 매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을 띄울 수 있습니다. 인천 제주 간 페리 여객선을 독점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엄청납니다. 서울 인천은 물론 경기권 고등학교 제주도 수학여행은 왕편과 복편 중 적어도 한번은 청해진해운 여객선을 이용하라고 교육청을 통해 개별학교에 국정원이 압박을 넣기 때문에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라 하겠습니다. 한번에 5~600명은 탑승하고 제주로 가는 화물 물동량도 독점하기 때문에 국정원 양우회가 가져가는 수익은 연간 800억을 상회할 겁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박지만이 물었다.

“국정원의 여객선 운항은 명백히 비리입니다. 양우회 소속이라고 해도 결국 국정원법 위반입니다. 노 원장님은 트로이 목마 역할이십니다. 국정원 핵심 놈들을 폭파하고 물러나시면 됩니다.”

조현천이 대답했다.

“그 정도 국정원 비리 사업으로 국정원 뿌리와 김기춘을 어떻게 날릴 수 있겠는가. 이해가 안 되는데….”

노재준 국정원장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엔 이재수가 나선다.

“선배님. 세월호를 바다에 가라앉히고 대형 사고로 만들 생각입니다. 김기춘이 무혈쿠데타를 기획한다면 우리도 역으로 칠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부도덕성과 무능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고 대국민 선전을 하고 대통령이 약간만 거들면 검찰의 외피를 쓰고 기무사가 직접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국정원 개새끼들은 체포할 수 있습니다. 김기춘을 수괴로 발표하고 사형을 때릴 생각입니다. 10.26을 계기로 국정원을 털어버리는 보안사의 활약을 재현하는 겁니다. 세월호가 총 맞은 박정희고, 김기춘이 김재규가 되는 거고, 저희가 전두환이 되는 셈입니다.”

박지만이 박수를 친다.

“와. 베리 나이스 베리 나이스. 우리 캐비넷도 있잖아. 김기춘과 국정원의 천인공로할 비리를 다 밝히면 국민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 김기춘을 돌로 내리쳐 죽이려고 할 것 같은데.”

노재준이 약간 놀란 얼굴로 거든다.

“그러니까 수백 명을 죽이고 김기춘과 국정원의 탐욕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만들면….”

이어서 이재수가 덧붙인다.

“합법의 명분으로 놈들을 몽땅 감옥으로 보낸다는 겁니다. 명분을 어찌 만들 것이냐가 관건인데, 다각도로 검토해보니 국정원 여객선을 바다에 빠뜨리는 게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그에 따른 세부 프랜도 마련했나?”

박지만이 물었다.

“네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여러 번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성공입니다. 다만 예행연습도 필요한데 아직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드래프트 버전이니 예행연습을 거치며 더욱 완벽한 프랜으로 만들 겁니다.”


“아, 그만 읽어주세요. 성우님.”

이성한이 낭독을 중단시겼다.

“구토가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 내용이 실제 취재를 통한 팩트란 말입니까. 토끼탈 님?”

토끼탈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탈을 쓰고 있으니 표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네, 10년 동안 취재한 결과입니다.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씀드립니다.”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다만 소설이란 문학 장르가 시대상을 반영하고 후대에 실마리를 제공하며 팩트와 팩트의 공백을 메워주는, 흔히 메지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말로는 줄눈이 맞겠습니다만, 제가 횡설수설합니다 여러분. 어쨌든 빈틈을 메우는 진흙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좋은 소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래서 제가 소설 형식을 빌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끼탈이 대답했다. 이어서 이성한이 마무리한다.

“극중TV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서해바다에서 구체적인 세월호 침몰의 과정과 김기춘의 뒤집기 묘기는 이어지는 <세타의 경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쇼킹한 <세타의 경고>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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