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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Sep 27. 2024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야

신진사대부 검찰 세력

이성한이 카메라가 돌자마자 말한다.

“국정원이 직접 권력의 중심에 서려고 하니까 군부가 유사쿠데타를 시도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됩니까? 기무사가 법을 내세우며 불법을 저지른 국정원 세력을 체포 구속하고 처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전 국민적 원성을 김기춘과 국정원에게 쏟아 부으려는 기무사의 계획이 있었다는 겁니까?”

토끼탈이 대답한다.

“네 그래요. 군부가 직접 나설 수 없는 국내외 상황이라 합법의 외피를 써야했어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군사정변이 있을 경우 모든 경제협력을 일시에 중단하겠다고 협박을 하기 때문이에요. 국정원의 약점은 끊임없이 무리한 사건 조작을 한다는 거예요. 탈북자가 3만 명이 넘게 국내에 거주하고 있고, 탈북자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북쪽 가족에게 돈과 물품을 전달하고 있지요. 국정원은 모든 흐름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언제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실제로 여러 그림을 그려서 보관하고 있어요.”

“그 말씀은 평소에 국정원이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드는 조작이 여럿 있다는 뜻이고, 그중 상황에 맞는 한 작품을 꺼내 세상에 대공사건을 터트린다는 말씀인가요?”

“맞아요. 박근혜와 문재인 2파전이 워낙 박빙이라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은 플랜 A와 플랜 B를 모두 만들어요. 플랜 A는 박근혜 당선, 플랜 B는 문재인 당선일 경우 국정원의 스탠스와 진로를 만든 거예요. 플랜 A는 박근혜 근처 똥파리들을 정리하고 박지만과 박근령의 접근을 차단하며 김기춘-최순실 커넥션이 독점적으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거지요.”

“플랜 B는?”

“플랜 B는 지난 주 소설에서 소개한 것처럼 박원순이 간첩을 서울시 직원으로 채용해서 북과 내통하는 걸로 체포한 후, 문재인이 박원순과 연계해서 이적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터트리는 거예요. 그럼 현직 대통령도 형사 입건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게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이란 말입니까?”

“네 맞아요.”

“하지만 박근혜가 당선됐으니까 플랜 B는 폐기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박근혜가 당선된 순간부터 포스트 박근혜를 계산해야하는 거죠. 김기춘은 19대 대선에 나설 생각이었어요. 다음 19대 대통령 선거의 선두주자는 박원순이지요. 결과적으로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 덕에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이 되었지만. 야권에서 박원순을 능가할 인물이 없었어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이낙연 정세균 추미애 안철수 의원 등이 박원순보다 확실히 열세에 있었구요. 유시민은 정치권에 다시 들어가면 칼 맞는 걸 알고 다 포기했고요. 손석희도 정치할 인물은 아니고요. 어차피 박원순은 제거 대상 1호기 때문에 덫을 놓아야 했으니까 서울시 직원 유우성을 북한에 왔다 갔다 하는 간첩으로 만든 카드를 사용한 것이지요.”

“기무사가 국정원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단군 이래 최대 참사를 일으킨 악마 집단으로 좌표 찍고 사법적으로 다 쓸어버리겠다는 계산이라는 말씀입니까?”

“정확한 이해예요. 계산이 오류가 나면서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 결과를 낳은 것이죠.”

“마음은 답답하지만, 소설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김조영 성우님, 부탁합니다.”


“배에 구멍이라도 뚫겠다는 거야?”

박지만이 다시 물었다.

“저희가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수학여행 학생들이 많이 탔을 때가 좋고 우연한 해상교통사고로 만들되 국정원의 악마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국정원이 서울과 경기도교육청에 협조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멀리는 원주까지 포함해서 중고등학교 제주 수학여행할 때 적어도 한번은 인천-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을 이용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도입으로 매일 인천이나 제주에서 배가 출발하게 됐고, 어떤 배를 타든 청해진해운 소속 선박이니까 경쟁자는 없습니다. 저희는 양우회 소속인 세월호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재수가 대답했다.

“국정원의 악마성이 중요 포인트라면 선박 관리의 해이와 함께 여럿이 죽어줘야 하지 않나?”

박지만은 술을 먹은 사람처럼 얼굴이 상기된 채 질문을 이었다.

“선박의 침몰은 반드시 침수가 돼야 합니다. 침수 없이는 침몰하지 않습니다. 대형 여객선은 전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침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침수가 일어나야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희생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엔 조현천이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상사고를 만들겠다는 거야?”

노재준 국정원장도 벌겋게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지금 몇 가지 안이 있는데,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이재수가 대답했다.

“배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면 폭약을 쓰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잖아. 폭약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

노 원장이 채근하듯 재차 물었다.

“폭약은 불가합니다. 그건 교통사고가 아니라 고의침몰을 누구나 의심할 것이고, 폭약을 취급하는 군부의 책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수가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니들이 고민한 방법이 무언가?”

박지만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조타 실수로 전도 후 침몰시키는 방법입니다.”

조현천이 대답했다.

“야, 거대한 여객선은 옆으로 누워도 가라앉지 않아. 거대한 배를 옆으로 뉘일 방법도 사실상 없어. 미사일을 맞지 않고는. 서해에서 해일을 맞을 수도 없고.”

노 원장이 나무라는 말투로 따졌다.

“그래서 제가 해군 쪽으로부터 여러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1944년 필리핀 레이테 섬 연안에서 미군과 호주 연합군에게 맞서던 일본 해군이 해저 지형물을 설치해서 호주 전함이 앵커를 내려서 정박하려고 했을 때 투묘한 앵커가 해저 뻘에 박혀서 끌려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응용할 만한 작전입니다.”

이재수가 대답했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노 원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세월호가 지나가는 항로를 검토했더니 바닷물이 없다면 서해 대륙붕은 산악 지대와 같습니다. 온통 산으로 연결된 지형입니다. 섬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는 수심이 매우 낮습니다. 적당한 지역의 수심이 30미터 되는 포인트에 대여섯 군데 강철 구조물을 해저 바위에 단단히 고정시킬 생각입니다. 배에서 30미터만 짧게 투묘한 상태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면 해저 바위에 고정된 강철 고리에 앵커가 걸리면서 배가 심하게 기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대답하는 이재수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배는 가라앉지 않아. 너무 어설픈 시도로 되치기 당한다구”

노 원장이 언성을 높였다.

“저희 특수부대에서 적진 침투 시 사용하는 미니폭약이 있습니다. 치약처럼 짜면 원하는 만큼의 크기만 칼로 도려내듯이 철판을 도려내는 폭약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폭음도 크지 않고 세월호 바닥철판은 5밀리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수 없이 밑창 구멍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바닷물이 들어와서 빨리 침몰시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조현천이 대답했다.

“음…. 많이 죽어야 하는데, 성공만 한다면 명분이 설 텐데….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인가? 실패했을 때 이어지는 작전은 무엇인가?”

노 원장이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병언과 청해진해운 김한식 사장을 포섭했습니다. 유병언이 우리에게 베팅하도록 당근을 줬고, 그동안 있었던 김기춘과 유병언의 갈등을 파고들었더니 무엇이든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세월호는 청해진해운 소속이 아니라 국정원 양우회 것이니까 말입니다. 앞으로 바다에서 실제로 실험을 하면서 완벽한 퍼포먼스가 되도록 만들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현천이 안심해도 좋다고 큰소리쳤다.

“그딴 소리가 어딨어. 언제나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법이야. 적의 수장을 암살하든가 사고사로 위장하든가 끝장을 봐야한다고. 적장을 제거한다면 나머지 잔당을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 아님 우리가 죽는 것이고.”

노 원장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잠시 토크를 하고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성한이 성우의 소설 낭독을 중단시켰다.

“앵커를 내려서 배를 전복시키는 건 김어준이 제작한 <그날 바다>의 내용 아닙니까. 앵커를 해저 바위에 걸어서 배를 넘어트린다는 가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문가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앵커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성한이 격하게 태클을 걸었다.

“추적탐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가장 큰 미덕은 두 가지이에요. 하나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했을 때 세월호 선박의 왼쪽 뱃머리를 바다 밑으로 무엇인가가 잡아당겼다는 거예요. 외부 물체의 충돌로는 생길 수 없는 현상이지요. 선박 끼리 충돌이든 잠수함과 충돌이든 집채만 한 고래와 충돌이든 미사일 피격이든 모두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였어요. 바로 왼쪽 갑판이 땅이 꺼지듯 훅 가라앉은 현상은 바다에서 무언가가 잡아당기지 않고 생기지 않아요. 이건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다’는 표현을 쓸 수 없어요.”

“두 번째 미덕은 무엇입니까?”

“두 번째는 왼쪽 앵커를 내렸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보여줬습니다.”

“오른쪽 앵커는 보이는데 왼쪽 앵커는 보이지 않는 사진을 말씀하시나요? 그건 빛 반사 때문에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에요. <그날 바다> 거의 끝나갈 즈음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진상규명 분과장이 김지영 PD를 찾아간 장면이 나와요. 실제로 영화 편집이 끝난 다음에 박종대 분과장이 자료 사진을 가지고 온 것이라 영화 끝에 배치했어요. 이게 결정적 증거이거든요. 바로 서해청 해경이 배를 타고 침몰 중인 세월호에 접근해서 고성능 카메라로 찍은 앵커 사진입니다. 매우 거친 표면에 진흙이 묻어있고 뻘겋게 녹이 슨 왼쪽 앵커 사진입니다. 기자는 RAW모드로 찍었기 때문에 jpg이나 png처럼 압축하거나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박종대 분과장에게 전달했어요.”

토끼탈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마치 대본을 써서 읽기 연습을 하고 온 것처럼 분명한 발음이었다.

“그 사진이 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성한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앵커를 사용했다는 얘기이지요. 첫 번째 중요한 사실이 배를 바다 속에서 잡아당겼다면 물속의 손이 왼쪽 앵커를 잡아당겼다는 말이지요. 앵커를 내리는 걸 투묘라고 해요. 투묘한 상태로 수심이 낮은 곳을 지나간다고 배가 갑자기 아래로 꺼지면서 팽이처럼 회전하지는 않아요. 설령 앵커가 해저 바위틈에 걸린다고 해도 만 톤의 물체가 시속 40km로 달리는데 멈추게 할 수 없거든요. 전설의 바다 괴물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해요. 저들이 괴물의 손을 만들었다는 추정을 하고 조사했습니다.”

“아니 조사를 했습니까?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성한이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부 발표가 아닌 <그날 바다>에서 추정한 침몰 지역인 병풍도 주변 해저 지형도를 참고로 잠수해서 조사하고 사진 찍었어요.”

“뭐가 나왔습니까?”

“예상대로였어요. 바다 속에서 나올 수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많았어요. 일부는 바위에 붙어있었고 일부는 바위와 분리돼서 바위틈에 있었어요.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살펴보니 사람 몸통만한 막대기가 끼워진 흔적이 있었어요. 쇠막대기로 추정되는데, 쇠막대기는 찾지 못했구요. 이미 수거한 거죠. 수중에서 앵커를 자를 때 괴물의 손 역할을 한 쇠막대기도 치워버렸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방치한 거예요.”

“오, 주여.”

이성한이 비명에 가까운 감탄을 내뱉었다. 이성한이 크리스찬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그러니까 왼쪽 앵커를 내렸고, 해저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앵커에 걸리는 고리를 만들었고, 앵커가 해저 고리에 걸리게 운항해서 세월호가 급회전하면서 10초에 45도 기우는 현상을 만들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요.”

“앵커를 투묘하거나 끌어올리는 양묘할 때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체인을 감고 내리는 윈드라스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있습니다만….”

이성한이 항간의 반론을 가지고 물었다.

“세월호 앵커는 150미터이지요. 앵커 전체를 투묘하고 운항한다면 사실상 배가 앞으로 진행할 수 없어요. 만약 앵커가 장애물에 걸린다고 해도 세월호처럼 급속한 회전을 만들 수 없지요. 회전 반경이 100미터 넘지 않겠어요. 말씀대로 투묘와 양묘할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소음도 있겠지요. 세월호는 30미터만 앵커를 수직으로 내렸어요. 딱 알맞은 시간에 내렸고, 해저 장애물과 선박 사이에 팽팽한 텐션을 유지했어요. 앵커를 질질 끌면서 다니지 않았어요. 수중 장애물은 하나가 아니에요. 군산 앞바다 어청도 주변에도 장애물을 심었어요. 예행연습용으로 보여요. 세월호 침몰 일주일 전 수학여행을 다녀온 경기 광주의 경화여고 학생들도 어청도 인근에서 배가 순간적으로 40도 기우는 경험을 해요. 당시 세월호에 탔던 경화여고 복수의 학생들에게 증언을 듣고 녹취했어요. 세월호도 당일 어청도 주변에서 크게 기우뚱하지만 새벽 시간이라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악마들이 침몰 위치를 병풍도 가까운 곳으로 확정하고 여러 콘크리트 장애물을 설치했고 그중에 하나만 앵커에 정확하게 걸리면 기획 침몰이 완성되는 치밀함을 보인 거죠. 그래서 첫 번째 장애물에 걸려서 기우뚱한 게 8시 25분이었지요. 이때 세월호가 완전히 옆으로 눕지 않았기 때문에 앵커를 끌어올리고 다시 운항을 한 거예요.”

“<그날 바다>에서 국정원 요원으로 보이는 수사관이 기관사가 진술한 8시25분에 배가 기울었다는 증언을 무시하고 8시50분에 사고가 난 것으로 하자고 강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로인해 기관사가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맞아요. 세월호는 두 번 더 침몰에 실패하고 네 번째 시도에서 50도 가량 기울게 됩니다. 실패할 때마다 앵커를 끌어올렸어요. 앵커가 팽팽하게 텐션을 유지하기 때문에 조금 더 앵커를 풀어주면 앵커를 뺄 수 있었고 30미터 양묘는 재빨리 이루어집니다. 투묘도 양묘도 조타실에서 버튼만 누르면 간단하게 이루어진 거죠. 세월호 침몰 한 달 전부터 수없이 예행 연습한 결과입니다.”

“투묘 길이가 30미터에 불과하고 앵커가 팽팽한 상태니까 장애물에 걸리자마자 장력이 그대로 선박에 전달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렇다고 배가 급속하게 가라앉습니까? 당시 전문가들도 너무 빨리 배가 가라앉아서 모두 당황했습니다. 해경조차 천천히 구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순식간에 선박이 가라앉아서 손 쓸 틈이 없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이성한은 침몰 당시 미스테리로 남았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소설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무사는 특수폭약을 사용했어요. 영화에서 보면 두꺼운 철판으로 된 금고를 소리 없이 원하는 만큼만 구멍을 뚫는 폭약이 나옵니다. 치약처럼 짜서 구멍 뚫을 부위에 발라서 사용하죠. 폭약을 써서 밑창에 구멍을 뚫었어요. 세월호는 급작스럽게 55도까지 기울었다가 45도로 복원돼요. 만약 그대로 둔다면 약간 기운 상태로 복원돼서 바다에 떠있게 되지요. 화물 콘테이너와 차량들이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입니다. 화물 쏠림이 없다면 똑바로 복원될 거예요. 2017년 3월 세월호 인양 후 일 년이나 지나 세월호를 똑바로 세우잖아요. 당시 KBS가 더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뉴스를 내보냈어요. 도대체 왜 2개 수밀문과 10개 해치, 5개 수밀맨홀이 모두 열린 상태로 있는지 말이죠. 완전 열린 상태를 영상으로 다 보여줬어요. 수밀맨홀 경우 특수한 장비로 볼트를 풀지 않으면 열 수 없는 구조거든요. 해치도 잠수함 해치처럼 손잡이를 여러 번 돌려서 열고 돌려서 닫는 구조인데 말이죠. 수밀문은 조타실에서 원격으로 개폐를 작동할 수 있구요. 뚫린 밑창으로 들어온 바닷물이 선박 하부의 모든 수밀장치를 개방해 놓아서 빠르게 선박 안을 채웠고, 1시간 40분만에 세월호는 한 바퀴 뒤집히면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그래서 당시 영상을 보면 옆으로 누운 세월호 선미 바닥의 구멍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 것입니까?”

“네 그래요. 평형수 채우는 탱크와 연결된 파이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 건 선박 내부에 급속하게 물이 차면서 평형수를 밀어내는 수압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복원된 블랙박스에서 연속적인 굉음이 들리는 게 폭약 터지는 소리입니까?”

“승객들도 전부 들었던 쿵 소리는 앵커가 수중장애물에 걸리는 소리이구요. 이후 기울어진 상태에서 들리는 연속적인 소음은 폭약 터지는 소리가 맞아요.”

“그렇다면 선원들은 기획침몰을 알면서도 출항을 했고, 일부러 침몰 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건데 믿기 힘듭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는 건데, 더구나 한 사람도 아니고 다수가 함께 천인공로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데….”

“당시 손석희가 진행한 jtbc 2014년 5월16일 뉴스룸에 선원들이 출항을 거부하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는 청해진해운 직원의 말을 현장 기자가 전하는 꼭지가 있었어요. 지금은 내려서 확인할 수 없지만요. 그 꼭지만 없어졌어요. 세월호가 출항한 4월15일 밤에 인천항은 안개가 없었어요. 원래 7시 출항인데 9시에 배가 출발했죠. 반드시 병풍도에서 8시 반 전후해서 침몰시켜야 하는데 7시에 출항하면 병풍도는 새벽 3시 경에 지나가요. 제주도에 아침 6시면 입항하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래서 안개를 핑계로 늦게 출항하기도 했고 새벽 3~4시에는 아주 천천히 운항했어요. 심지어 잠깐 배를 세우기도 했구요. 선원들 중에 항해부는 기획 침몰을 알고 있었고 기관부는 몰랐어요. 기관장은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급선회 시켜서 배를 눕힌다는 거지 300명 넘는 승객이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배가 기울어도 계속 떠있는 게 상식이니까. 추운 바다에 뛰어들면 저체온으로 죽을 수도 있고, 경거망동으로 무질서해지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선실에서 가만히 대기하라는 방송은 진심이었어요.”

“왜 아침 8시를 넘어서 사고를 내야 한 것입니까?”

“진도군 조도면의 병풍도는 육지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어요. 빨리 구조하러 오기에는 멀고 홍도처럼 접근하기에 아주 멀지도 않은 위치에 있어요. 악마들은 세월호가 침몰되는 과정과 승객이 희생되는 끔찍한 장면을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죠.”

이 지점에서 토끼탈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는 것인지 분노에 찬 것인지 가면 때문에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성한은 다음 질문으로 빠르게 넘어간다.

“4월15일 세월호 출항할 때 안개가 낀 게 아니었습니까?”

“네. 화창했고, 제주까지 가는 전체 항로가 호수처럼 잔잔했어요. 원래 7시 출항이지요. 4월15일 7시는 딱 일몰 시간이거든요. 아직은 환해서 주변 상황이 다 보이는 시간이에요. 인천대교도 선명하게 보이구요. 봄철 안개가 끼는 시간이 아니거든요. 끼지도 않은 안개를 핑계로 2시간 연발한 거예요. 9시면 깜깜한데 안개보다 어둠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그게 확실합니까?”

“네. 확실하죠. 왜냐면 제가 그 세월호에 타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세월호 생존 승객예요.”

“어! 놀랍습니다. 바다에 뛰어들어서 구조된 생존자입니까?”

“그래요. 당시 공포, 바닷물 온도, 비명소리, 구조 어선 갑판에서 학생들의 눈물바다…. 너무나 생생하고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요. 끊임없는 고통이 제가 세월호를 목숨 걸고 취재한 동력이지요. 그때 제가 죽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고, 저 혼자 살겠다고 학생들을 밀쳐내고 바다로 뛰어든 것이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어요. 지금도 다르지 않아요”

“세월호가 출항한 4월15일에 처음으로 승선하는 두 명의 직원이 있잖습니까? 이들에 대한 수많은 루머가 있었는데….”

이성한이 이정훈과 장영준에 대해 물었다.

“당시 34살 이정훈은 해군특수전전단 일명 UDT의 대위이고, 제주VTS에 해경과 통화하는 음성이 남아있어요. 배가 60도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항해사로 첫 승선한 직원이 캔맥주를 마시며 매우 태연자약한 목소리로 ‘해경이 언제 도착하냐’고 물어요. 조타실에 모여 있는 선장 및 항해부 선원을 지휘하기 위해 이재수가 보낸 공작원으로 봐야 해요. 61세 장영준은 은퇴한 UDT 폭파 전문가이구요. 모든 수밀시설을 개방하고 배 밑창에 구멍을 냈어요. 결혼해서 아기도 낳은 장영준의 딸이 아버지가 폭파전문가인 걸 알고 있는데, 세월호의 조기장으로 등장하니까 충격과 죄의식으로 목 매 자살하지요. 장영준도 2년 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이정훈이나 장영준이나 정확한 신상을 알 수 없고, 추적도 어려웠어요. 재판서류에 각자 현주소가 나와 있지만 제가 찾아갔을 때 주소는 엉터리였고 이름도 가명으로 봐야 해요.”

“하아…. 제 방송이지만, 또 제가 진행하고 있지만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언딘 있잖습니까. 언딘이 최초 구난업체로 계약을 했는데 말이 많았습니다. 과연 언딘이 왜 독점계약을 했냐부터 언딘이 과연 구난과 구조의 능력이 있느냐까지…. 뉴스룸에 출연해서 파격적인 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언딘에 대해 취재하셨나요?”

이성한이 언딘에 대해 질문했다.

“알려진대로 언딘은 천안함 구난업체였어요.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를 맞고 버블충격으로 두 동강 났다는 게 정부의 발표잖아요. 하지만 전 국민이 이명박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죠. 정부도 가능한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으려고 말을 아껴왔어요. 특히  UDT의 최고 베테랑 한주호 준위의 어이없는 죽음은 미스테리로 그대로 묻었어요. 워낙 ‘우리 편이야 반국가세력이야’를 따지고 윽박지르니까 국민들이 입을 닫았을 뿐이잖아요. 사실 천안함 참사가 세월호 학살의 씨앗이 되었어요. 그때 천안함 구난업체였던 언딘은 악마들의 주문대로 움직인 하수인이었어요. 세월호는 수심 40미터에 누워있었지요. 훈련 받은 사람들은 프리다이빙으로도 잠수가 가능한 깊이예요. 언딘은 가장 핵심적인 증거를 없애고 시간을 끄는 역할을 해요.”

“무엇을 없앴을까요?”

“가장 먼저 앵커를 잘라버렸어요. 인양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유가족과 해수부에도 보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거한 거예요. 가장 중요한 증거물을 은폐한 거죠. 세월호 바닥 쪽에 손바닥 두 개를 포갠 크기의 직사각형 구멍이 많이 있어요. 이것도 인양을 편하게 하기 위해 물속에서 특수용접기를 사용하여 뚫었다는 주장인데, 이해하기 어렵죠. 폭약을 이용하여 밑바닥에 구멍 낸 증거를 없앤 거죠. CCTV가 녹화된 DVR을 인양했다가 녹화 데이터를 부분적으로 지우고 다시 선내에 설치한 정황은 팩트입니다. 또한 조타실에 있는 해저지형탐지리더기가 사라졌어요. 앵커를 내리기 위해 해저 지형을 파악하려고 사용했을 텐데, 데이터를 기록하는 종이는 물론 소형 냉장고만한 장치 자체를 없애버린 거죠. 하지만 수밀장치를 다시 닫는 작업은 불가능했어요. 녹슨 볼트를 재활용할 수 없으니 새 볼트를 써서 다시 고정시킬 수는 없던 거죠. 이런 작업을 하느라 3년 시간을 허비했어요. 무게가 만 톤이라지만 수중 40미터에 누운 세월호를 인양하는 건 한국의 기술로 간단한 일이었어요. 선박이 충분히 부식되도록 3년 동안 방치한 거라 봐야죠.”

“정말 소름 돋는 이야기입니다.”

이성한이 몸서리를 쳤다.

“그럼 유병언은 어찌 된 일입니까? 부패한 시체가 유병언이 맞습니까?”

이성한이 이번엔 유병언 가짜 시신설에 대해 물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기무사가 세월호 침몰 직후 유병언 신병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해요.”

“왜 그랬습니까?”

“기무사가 유병언을 포섭했기 때문에 보안의 문제를 걱정했겠죠. 기무사가 유병언을 데리고 있다가 프랑스로 보냈다는 설과 죽였다는 설이 있어요. 유병언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느낌엔 죽인 것 같아요. 가장 편한 방법이죠. 굳이 살려둔다는 건 후환을 남기는 것이니까 기무사 스타일은 아니지요.”

“박지만, 노재준, 이재수, 조현천 네 사람의 충칭 힐튼호텔에서 회동한 건 언제입니까?”

이성한이 물었다.

“2013년 4월 말입니다.”

“2013년 4월이면 이재수가 기무사령관이 아니잖습니까?”

“이재수가 별 세 개 중장으로 승진했고 인사사령관이 됐을 때입니다. 곧 기무사령관에 임명되는 건 예정된 일이었구요.”

“그런데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하는 뉴스가 바로 김기춘이 2013년 8월에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되는 겁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김기춘이 군부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파악한 건 아니지만, 최순실이 노재준 원장을 만나서 일종의 면접을 한 사실을 알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요. 불안감도 커진 거지요. 자기의 파워 소스인 국정원장에 육사 25기 4성 장군 출신이 앉아있다는 건 김기춘으로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거죠. 자기가 직접 청와대를 장악해서 박근혜를 컨트롤하지 않으면 정세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비서실장으로 셀프 임명한 거죠. 문고리 3인방도 직접 장악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봤어요.”

“고령의 김기춘이 무엇을 원했던 겁니까?”

이성한이 물었다.

“10년 전 김기춘은 74세였어요. 78세의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나온 걸 보면 비서실장으로 나설 때 김기춘은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야망이 여전했어요. 하나회 강제 해체 후 30년 만에 군부가 합법을 가장한 위장쿠데타를 꿈꾼 것처럼 김기춘은 검찰쿠데타를 통한 청와대 접수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뿌리가 서울법대와 공안검사 캐릭터에 있기에 검찰 OB와 YB를 엮으면 누구도 견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요. 김기춘은 형사검사, 특수검사들은 검사로 보지도 않았어요. 공안검사와 국정원은 한 몸으로 생각했지요. 3,40대의 김기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노재준 원장의 임명은 재개발 토지에 알박기한 초가집 격으로 본 거예요. 몇 푼 줘서 내보내거나 불도저로 밀어버리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하는데 본인이 비서실장에 들어앉은 건 밀어버리겠다는 심산이지요.”

“비극은 군부와 검찰 세력이 동시에 유사쿠데타를 통한 집권을 꿈꾸었다는 것입니까? 원인 제공은 청와대의 진공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자가 사라진 세렝게티 초원에 하이에나와 들개가 권력싸움을 하는 격입니다. 2024년 현재는 들개마저 사라진 상태에서 점박이 하이에나와 줄무늬 하이에나가 싸우고 있다고 봐야하는 겁니까?”

이성한이 실소를 자아내며 말했다.

“들개를 군부로 본다면 옳은 해석이에요. 공안세력 국정원과 특수부 검사집단 윤석열이 드잡이를 하는 것이죠. 저울추가 국정원 쪽으로 기우는 게 걱정입니다만. 특수부 집단이 똘똘 뭉치기는커녕 놀라울 정도로 함량미달 보스 덕에 두 갈래 세 갈래로 분열되는 형편이라서요.”

토끼탈이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시청자 여러분. 세월호 침몰의 팩트체크가 충격적이고 고통스럽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세월호 학살로 인한 청와대와 국정원, 기무사의 대혼란 난장판 전개를 말씀드릴 차례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극중TV 구독자가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말고 다음 금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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