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빡세다(2019.5.8)
알고봤더니 이곳이 여름엔 건기고, 겨울엔 우기란다. 간헐적으로 매일 비가 내린다. 다행스러운 건 주로 밤에 비가 온다. 낮에 내리는 날은 드물었다. 아직까지는. 비가 그치면 땅은 바로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물빠짐이 좋고 사람 사는 지역은 대부분 잔디로 덮여있어서 그렇다. 그래도 호바트(태즈매니아 주도)는 다르다. 일기예보 앱으로 보면 여기가 비 오거나 흐려도 호바트는 쨍쨍 날씨다. 호바트에 괜히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게 아니었다.
일기예보가 신기한 것이, 밤 11시에 비가 오고 새벽 2시에 그치고, 5시에 다시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됐을 때 거의 들어맞는다. 후두둑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려서 시계를 보면 딱 11시이고, 자다가 깨서 시간을 확인하면 정확하게 비가 그쳤거나 예보대로 비가 온다. 이런 현상이 우연인지 기상예보 시스템의 차별성인지는 나로선 모르겠다. 여기가 산으로 둘러싸인 환경이라 국지성 강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아침 8시 반에 집에서 출발해서 매일 다니는 부시워킹 80분 걸었다. 오늘은 75분만에 집에 복귀했다. 아이들이 즐거이 걷고 걸음도 빨라졌으며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다.
내가 세상에 내놓은 책에 쓰기를, 아이들이 걷느냐 걷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체력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라고 했는데, 지금 두 아이는 체력 문제도 변수다. 점점 체력이 좋아지는 게 보인다. 집을 얻어서 입주한 지 두 주일도 채 안 되었다. 아이들은 이곳을 자기 집으로 이제 받아들이고 편안해졌다.
부시워킹 다녀와서 점심을 준비하는데 다시 비가 내린다. 오늘은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 점심을 먹다가 문득 내 초등 3학년 때 담임이 떠올랐다. 당시 초임 발령받은 여자 선생님은(그러니까 22살 안팎일 것이다) 우리에게 어른이 돼서 결혼하면 자식을 몇 명 두겠냐고 물었다. 기억에 3~4명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아마도 나는 4명을 두겠다고 했다. 내가 4형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은 그랬다가는 우리나라가 미어터져서 살기 나쁜 나라가 될 테니 둘만 낳으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 추억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가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절대로 될 수 없는 게 있어. 뭘까?"
아이들은 내 말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선생이 꺼내는 말은 언제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저 얘기의 의도가 뭘까 먼저 생각하는 듯. 그리고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하면 대꾸하지 않는다. 내가 거듭 대답을 재촉하는 일이 없으니 아이들로선 대화를 종결하는 방법으로 '대꾸하지 않기' 방법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답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던 것.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