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패기(2019.5.10)
아침밥을 먹으면 아이들 스스로 80분 부시워킹을 준비한다. 간밤에 그렇게 무섭게 비가 내리더니 새벽에 그쳤고, 아침에 걷는데 아무런 애로사항이 없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수다 떨면서 걷는다. 이 점이 정말 고맙다. 지난 10년 동안 나를 찾아온 어린이청소년들의 공통점은 첫째가 지능이 평균 이상이라는 것(비네식 지능지수가 아니고), 둘째는 생활인으로서 필요한 여러 항목 중 딱 한 가지가 현격하게 결핍이라는 점, 셋째가 고립돼서 대화 상대가 없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아이에게 ‘비정상’이란 판정을 받게 한다.
지능(지적능력; 생각하는 논리적 체계의 유무)이 떨어지면 지적장애 판정을 받겠지만 무리에서 끊임없는 고통스런 피드백을 받지는 않는다.
생활인으로서 필요한 항목은 많다. 대소변을 잘 참았다가 화장실에서 깨끗하게 해결하기,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답답하고 힘들어도 소리지르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진술하기, 음식을 골고루 먹기, 음식을 바닥에 흘리지 않고 옷에도 묻히지 않게 먹기, 지시에 따라 30분 이상 죽은 듯이 앉아있기, 타인의 진술과 실제 감정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자신을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잠자리가 바뀌어도 잘 자기 등이 필요하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이 중 딱 한 가지가 부족했다. 이는 평범한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항목으로 ‘대화 없이 고립’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지능이나 생활에 필요한 덕목이 떨어지는 요소가 있지만 평범한 삶을 지속하는 건 곁에 이야기를 나눌 가족이나 친구,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경우 대화가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대화의 결핍은 고립의 현상이고, 고립은 자기만의 질서를 만드는 토양이다. 창의적이면서 엉뚱한 언행을 하는 이유다.
둘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마치 방송사고를 막으려는 필사적인 모습처럼, 두 사람이 함께 벌이는 필리버스터처럼 대화가 끊어지지 않는다. 대화의 소재가 무엇이냐에 개입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둘이 공동으로 속한 세계가 있어야 한다. 아이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가 다르다고 해서 어른들은 아이의 세계를 파괴하려고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른들이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타노스나 다름없다.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죽도록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다.
부시워킹을 하는 동안 둘의 대화가 잠시 끊어졌다. 불안한 쪽은 나다. 좀처럼 생기지 않는 대화의 진공을 틈타 잠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갔다.
(나)“얘들아, 알고 있어? 니들이 무척 똑똑하게 태어난 걸 말이다. 니들이 잘난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창의적인 머리를 타고 난 거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