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여름의 길목에서 도노반파크에 가다 (2019.12.1)

by 박달나무

#도노반파크


1.


드디어 시즌4가 시작됐다. 긴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거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조급함이 없어졌다. 빨리 시간이 지나서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2019년이 지나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프로젝트가 빨리 끝났으면 했지만, 12월을 맞이하니 아쉬움만 가득이고,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계획한 것이 많은데 시간에 쫓기다가 종료될까봐 걱정이다.


2.


호주 생활에서 세 가지 행운이 따랐다. 첫째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모두 건강한 것, 둘째는 적당한 위치에 조건 좋은 집을 구한 것이고, 셋째는 도노반파크를 알게 된 것이다. 행운의 순서는 의미가 없다. 세 가지 요소가 서로 얽혀있다. 어느 하나가 탈락했다면 호주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IMG_7648.JPEG

3.


시즌4는 도노반파크 방문으로 시작했다. 여름 건기라지만 하필 오늘 소나기가 간헐적으로 내렸다. 햄미시(반려돼지)와 트부(아기 당나귀)가 그새 엄청 자라서 아이들이 깜놀~ 햄미시는 귀여운 폭군이지만 Jo 선생을 엄마로 알기 때문에, 엄마가 부르면 즉각 달려온다. 돼지 탈을 쓴 강아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4.


아이들의 분위기는 동영상에 그대로 나타난다. 태호의 변화에 Jo선생이 깜놀.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스페인어로도 인사하고, 밝게 웃고..... 나도 깜놀했다.

5.


기분좋아서 아이들이 원하는 닭다리 (국물잔뜩)볶음을 저녁으로 해줬다. 나도 이제야 부엌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덕분에 대형마트에서 식재료 엄청 샀다.


6.


호주 프로그램은 그닥 적합한 표현이 없어서 “Therapy”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교육이나 치유와 전혀 멀고, 그저 나랑 아이들이 살아내는 시간일 뿐이다. 살아내면 성공, 못 살면 실패..... 당연히 성공할 거라 생각하고 호주에 왔지만, 위에서 말한 행운이 겹쳤기에 가능한 것이었지 저절로 살아지는 건 아니더라. 어쩜 ‘살아냄’이 교육이고 치유일 수도 있겠다.


7.


아놔~ 여기는 여름인데, 남위 42도라서 그런지 (한반도 북위 42도라면 중강진) 아침과 밤에는 춥다. 5도 내외. 스페인 가기 전에 장작 몽땅 때고, 청소하고 갔는데. 할 수 없이 주변의 땔감용 나무 조각 주워다가 난로에 불 지폈다. Jo 선생 말이 12월부터 진짜 좋은 날씨가 시작된단다.

초원에 하얀 클로버 꽃이 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