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두려움을 없애려면 먼저 천천히 기다려라 (2019.12.12)

by 박달나무

1.

지난 일요일 우리 아이들을 태우고 5시간 트레킹을 같이 한 암말 이름이 엘리(Elley)이다. Jo 선생 말씀이 당일 엘리가 산행을 다녀와서 무척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랬을 것이다. 아이들은 말을 기계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잘 걷고 잘 달리고 무거운 짐도 거뜬히 운반하는 머신으로 착각한다.마찬가지 경우가 많다. 엄마란 존재, 아빠란 존재, 선생이란 존재, 길을 청소하는 아저씨에 대해서, 공장 노동자에 대해서, 밭에서 트렉터를 모는 농부에 대해서, 카페에서 서빙하는 젊은 여성에 대해서 그들이 "사람"이라는 건 잊고, 그들이 짊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말하는 기계'라고 흔히 생각한다.


2.

역시 도노반파크의 EAL수업이다. 매번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지난 주 수업의 연장선에서 이번 주 수업이 진행됐다. Jo 선생은 아이들에게 지난 주 수업 리뷰를 들려주고, 아이들의 기억을 확인했다. 매번 이런 시간이 수업 초반 20분은 걸린다.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20분 동안 듣고 있는 건 무리였다. 통역이 유려하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시간 리뷰가 중요할 때는 30분 넘게 인트로가 진행될 때도 있었다. 따라서 지난 시간 리뷰나 당일 수업 인트로 안내를 들을 때 아이들 태도가 좋을 수가 없다. 동행자와 보호자로서 내가 아이들 자세를 거푸 추스리는 압박을 가하지만, 지루하고 괴롭다는 아이들의 몸저항을 막을 길이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Jo 선생의 수업진행 노하우가 부족한 탓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그런데,그런 아이들의 자세 조차 달라졌다. 완벽하지 않고 나로서는 아직 불만스럽지만 태호가 Jo 선생 말씀에 집중한다. 시하는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에 반응하고, 못 알아들어도 유추하거나 애매한 태도로 상황을 벗어나곤 했었다. 시하의 자세도 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


3.

아이들은 화(anger)의 원인이 두려움(fear)에 있다는 걸 이해했다. 그게 지난 주 수업. 부정적 감정의 벽(the wall of awful)에 문을 달아 여닫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도 지난 주 수업에서 배우고, 말(horse)을 이용한 실습도 이루어졌으며, 아이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문(door)을 만들기 위해 브릭 중 화(anger) 브릭을 한쪽으로 치우는 일이 중요하다.

어떻게 anger brick을 치우고 부정적 감정의 벽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이게 오늘 수업의 주제이다.

화를 알아차리는 건 두려움을 인식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the wall of awful을 관찰하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말들은 장벽을 이루는 구조물을 냄새 맡고, 혀로 핥고, 이빨로 깨물기도 했다. 동시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행동도 주시했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조물을 스캔한 말들은 표정이 달라졌다. 말(horse)의 눈빛과 얼굴 표정에서 두려움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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