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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물세번째날

정중한 충고가 충격적 공격이 될 때_폰페라다 (2019.11.12)

by 박달나무

1.


어제 알베르게(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순례길에서 묵는 게스트하우스)에 늦게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곧바로 인근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으로 핏자를 먹고 들어왔다. 그때가 저녁 8시 경. 늦은 시간이라 아이들을 샤워장으로 들어가게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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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젊은 여성이 내게 오더니 “선생님과 말씀나누고 싶은데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어요” 매우 정중했다.


내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내가 두 아이의 인솔자라는 걸 알고 하는 말이라 긴장됐다. 그래서 일단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그러시나요?”


“선생님이라 해서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긴장을 풀고 얘기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까미노 걷기에 대해서 선생님 정체성의 나에게 조언을 구하려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오해였다.


알베르게 2층에 로비 및 부엌이 있다. 대화 신청자는 그곳으로 가자고 했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나에게 권했다. 그런 일련의 행동이 나를 안심시켰다. 외모로는 아이 엄마로 보이지 않았다. 30전후.... 디자이너 일을 한다고 했다.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 아이들과 먼 스페인에 와서 걷는 의도와 의미에 대해 풀어놨다.


내 말을 묵묵히 듣고는 예상 못한 말을 꺼낸다.


“저는 생장부터 걸어왔는데, 가족 단위로 걷는 건 봤지만 선생님이 인솔하는 건 처음봐요. 까미노에서 한국인 이미지가 나빠요. 호텔이 아닌 알베르게는 최대한 남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행동해야지요. 아이들이고 인솔자가 부모 아닌 선생님이니까 더욱 잘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정중한 충고를 듣는 동안 마음이 요동치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국인 젊은 친구의 조언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나도 예민하게 체크하는 내용이다.


아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지정 침대로 가는 동안과 샤워장으로 들어가는 짧은 시간에 룰루랄라 떠든 게 조언자에게 거슬렸을 것이다. 들어보니 한국말을 하는 아이들이고, 인솔자 어른에게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걸 들은 게 다다. 당시 알베르게에 조언자 한국인 여성과 프랑스 노부부와 캐나다 아저씨 한 명이 있었다. 캐나다 아저씨는 구면이다. 눈보라 치던 날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었었다. 프랑스 노부부도 길 위에서 인사를 나눈 인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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