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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물두번째날

2000km를 걷는 네덜란드 할아버지-몰리나세카 (2019.11.11)

by 박달나무

1.


네델란드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기록을 찾아보니 비야르멘테로 지날 때 만났다. 열흘만이다. 당시 할아버지는 까미노를 반대로 걷고 있었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서 산티아고까지 갔다가, 다시 거꾸로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당시에 그렇게 이해했다) 내가 언빌리버블을 외치며 2000km를 걷는 거냐고 물었더니 씨익 웃으며 “그 이상!” 말했던 그 할아버지. 오늘 저녁 겨우 도착한 몰리나세카 한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더라. 왜 다시 산티아고로 걷는지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다. 서로 영어가 짧다.


암스테르담부터 걸은 건 확실하다. 가끔 어마어마한 장거리를 걷는 유럽인들을 만난다. 유럽 사람들은 복귀 날짜를 정하지 않고 걸어도 된다. 우리처럼 비행기 타는 날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유레일로 아무 때나 돌아가면 되니까.

IMG_6997.JPEG 이 레스토랑에서 네덜란드 할아버지가 식사 중이었다

이태리 사람에게 물었었다. 옛날에 로마부터 산티아고까지 걸었다는데 지금도 가능한 길이 있냐고. 가능하단다. 다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라고 대답한다. 내가 알프스를 넘기 때문이냐고 되물으니까(포에니전쟁을 염두에 둔 질문) 잠잘 곳이 없어서 텐트를 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장거리 걷기, 6개월 이상 걸리는 걷기여행이 어린이에게 가능할까. 우리 아이들 걷는 걸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아이들은 걷기가 힘든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부족으로 힘들어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즉흥적이고 신선한 스토리를 찾는다. 따라서 한국에서 전국 곳곳 시군구 지역을 돌면 1년도 모자랄 것이다. 리터러시 능력 개발을 위해 한국에서 전국 답사여행은 상상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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