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편안해서
오히려 불편해진 시대

- <불편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

by eduist 이길재

당신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실험결과에 따르면, 단 2%만이 계단을 선택한다고 한다. 나는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까?


마이클 이스터(미,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는 현대 사회가 편안함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나머지, 오히려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약화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익힌 '불편함에 도전하는 능력'이 현대에 들어 방치되고 있다며, '의도적 불편'을 삶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이 담긴 책 'The Comfort Crisis'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위기를 가져왔다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편안함의 습격'이라는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한발 더 나아가, 이 편안함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책은 저자의 33일간 알래스카 야생 탐험을 중심 서사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야생 체험기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갖는다. <야생 속으로 Into the Wild>처럼 야생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와일드 Wild>처럼 자아를 찾고 새 인생을 얻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에게 알래스카 탐험은 '편안함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된 장치이자 과학적 실험의 장이다.

알래스카에서 저자는 날씨, 식량, 위험 등 통제 불가능한 불편함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사냥, 걷기, 추위, 배고픔 같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고, 자연과의 접속을 통해 잃어버렸던 집중력과 감각, 시간의 흐름을 회복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대인의 삶이 '편안함의 과잉'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덜 움직이고, 더 많은 자극을 소비하며, 스트레스 요인 대신 완화 요인만 찾게 되면서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안합니다. '미소기(Misogi)-일본 전통 정화 의식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자신에게 매우 어렵고 극한인 도전을 설정해 수행해 보는 것-'처럼 성공률 50% 정도의 도전적 목표(단, 죽음에 이르지 않을 정도)를 세우는 것부터, 매일 30분 걷기, 계단 이용하기, 냉수 샤워 같은 일상의 작은 불편을 수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불편함은 육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불편한 대화를 시도하고 새로운 공동체에 참여하는 '사회적 불편함'에도 도전하길 권한다. 특히 현대인에게 가장 큰 불편함일 '디지털 단식'도 강조하는데,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을 때 사람들이 겪는 반응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와 동일하다는 비유는 매우 흥미롭다. 또한, 매일 20분 이상, 한 달에 5시간 이상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신과 만나는 시간 역시 내면 정화에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중년으로 들어선 나에게 이 책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에서 다루는 건강, 인간관계, 고독, 자기 효능감, 집중력 등의 문제는 행복한 중년 이후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편안함의 습격'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불편함은 단순히 피해야 할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진짜 행복을 원한다면, 안락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의도된 불편함'을 설계하고 실천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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