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장을 개조한 카페에는
진한 커피 향 사이로 오래된 쇠취가
배어 있다
한 때 와이어를 생산하며 분주하게
돌아가던 기계음과 분진, 그리고 쇠비린내는
이제 역사가 되었다.
그 빈자리를 찻잔 부딪히는 소리,
정확한 가사를 알기 힘든 나직한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대화 소리가 대신한다.
쌉싸름한 드립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다른 자리가 비어 있음에도
이상하게도 앉고 보면 늘 이곳이다.
평일 낮인데도 카페는 빈자리 찾기가
힘들 만큼 북적이지만,
내가 찾는 이 구석자리만큼은 비어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
혼자 앉았을 때 그 어색함에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
불편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편안하다.
옆 공간의 서점에서 구매한 시집의 시구가
이 공간과 겹쳐진다.
누가 펼쳐놓았나.
아무것도 씌어져 있지 않은 이 빈 공책
- 최승자, <빈 공책> 중에서
빈 공책 같은 그 자리, 나는 왜 늘 그 자리에 앉는가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나
이제는 지워져 버린 빈 페이지 같은 자리.
그 자리에서 씁쓸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지워진 글자 자국 위에 다시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하는 미련 때문일까
언제나 이곳에 남겨지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