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할 수는 있어요."
미국 타임지는 2020년도에 신설한 ‘올해의 어린이’로 물속의 납 함유량을 감지할 수 있는 휴대용 탐지기를 발명한 15세 소녀 기탄잘리 라오를 선정했습니다.
라오는 10대 초반부터 발명가이자 과학자로 활동해왔습니다. 몇 년 전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변형 방법이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인도양에서 말레이시아 항공사의 비행기가 사라졌을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록 보존이 가능한 블랙박스를 만들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SNS를 이용한 학교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사이버폭력 메시지를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라오는 불과 12세였을 때 납 탐지기를 발명했는데 그 계기는 미시간 주에서 식수 오염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미시간 주 플린트시는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식수원을 디트로이트 강에서 플린트 강으로 변경했는데. 그 후 아이들의 혈중 납 수치가 급증했고,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구토나 발진, 탈모 등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했습니다. 납은 인체에 치명적인 금속으로 발달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어린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물질입니다. 라오는 수질 오염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쉽고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해서 공기 중 유독가스를 탐지하는 MIT의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휴대가 간편하고 제작비도 많이 들지 않는 납 탐지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수질 오염을 확인하려면 물을 떠서 실험실에서 분석해야 했지만 라오가 만든 측정기는 휴대가 간편하고 제작비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타임지는 90여 년 동안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역대 최연소(16세)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어린이’는 처음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설한 상입니다. 라오는 안젤리나 졸리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부터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특별한 순간은 없었어요. 주변에 문제가 생기면 관심을 갖고 해결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죠. 과학과 기술은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유일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한 번에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보시다시피 저는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과학자가 아닙니다. 과학자라고 하면 우리는 주로 나이 많은 남자 어른들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 저를 보면서 누구나 직접 만든 발명품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라오는 미국 최고의 젊은 과학자라는 칭호와 함께 받은 2만 5천 달러의 상금으로 자신이 발명한 탐지기를 발전시켜서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