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가슴과 머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 대니얼 골먼
만일 여성이 공감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라면 인공지능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감성 지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첨단 과학과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간다움과 인간적 소통에 대한 정서적 욕구는 강해질 것이다. 이미 2016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의장을 맡은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 변화를 예상하면서 기계가 채울 수 없는 부분, ‘공감’과 ‘연민’ 등 인간성에 기인한 역할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감성 능력은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왔다. 우리는 보통 이성과 감성을 서로 상반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성은 차가운 머리에서 감정은 뜨거운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이성적인 사람은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감성적인 사람은 정열적이며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전히 이성적이거나 완전히 감성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사람만이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
1995년 미국의 사회학자이며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 Daniel Goleman은 우리의 지적 능력을 IQ로만 측정하던 인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그는 최초로 감성지능 EQ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IQ보다 EQ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상 밖으로 IQ가 높은 사람에 비해 IQ가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들이 더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IQ로 측정되는 지능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왔다고 비판하면서, 지능은 감성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인생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골먼에 의하면 감성 지능이 높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이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상황에 적절하게 표현한다.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알고 보완할 수 있다.
자기 조절: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배려한다.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원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해결책을 찾고 교훈을 배운다.
감정이입: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동기 부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의 귀감이 되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행동을 한다.
사회 적응력: 변화에 열려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정점 더 발전한다. 적응을 잘하는 사람은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고 식별할 수 있다.
이처럼 감성 지능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이 풍부하고 타인과 공감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IQ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자신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온전하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성과 감성은 각각 분리된 두뇌 활동이 아니라 두 가지 기능이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여성 과학자의 대명사가 된 마리 퀴리 Marie Curie는 “여자들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아이디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얼핏 여자들이 남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험담을 잘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퀴리는 여성에게는 투표권조차 없었던 시기에 과학계에서 차별을 받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실험과 연구로 평생을 보냈다. 남편이 사고로 죽은 뒤에는 동료 과학자와의 스캔들에 관련한 루머에 시달렸고 그로 인해 두 번째 단독으로 받는 노벨 화학상을 스스로 거부해달라는 모욕적인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퀴리는 “상은 과학자의 사생활이 아니라 업적에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시상식에 참석했다.
흔히들 말하기를 남성은 목표지향적이고 여성은 관계지향적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퀴리가 여자들에게 사람에 대한 관심을 줄이라고 했던 말은 사랑, 돌봄, 모성, 배려, 동정심으로 대표되는 긍정적인 여성성을 폄하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소모적인 관계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감정에 휘둘리면서 잠재력을 낭비하지 말고 인생에서 주체적인 목표를 향해 가라는 말을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양성 평등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없애 중성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그 원인이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간에, 남녀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부분 역시 인정해야 한다. 여성스러운 아이를 억지로 남자아이처럼 키우거나 남성스러운 아이를 억지로 여자 아이처럼 키운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개인의 다양성을 사랑하고 추구할 때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우리 인생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창조해내고 예술로 표현되고 즐거움을 주는, 풍요로운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좋은 소식은 감성이 이성과 조화를 이루는 감성 지능은 훈련을 통해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같은 여성으로서 딸에게 감정을 조절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독립적인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또래 문화에 흔들리고 정서가 불안정해지는 십대의 사춘기에 부모의 따뜻한 지도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귀를 기울여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분노, 오해, 집착 의존성, 질투,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느끼는 원인을 찾아서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