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 연재 칼럼 > 스마트세상
‘스마트시티(Smart City)’에 관해 들어본 적 있는지 물으면, 이제 어느 강의에서나 제법 많은 분들이 손을 들어 보여 주신다. 스마트시티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는 ‘도시가 똑똑해 지는 것’ 혹은 ‘도시에서 차나 건물 같은 시설들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 등의 답변이 대세다. 나는 또 ‘스마트시티가 되면 좋겠는지’를 묻는다. 수줍게 미소만 지어 보일 뿐, 아까처럼 많은 손이 보이지는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인 ‘초연결성’과 ‘초지능화’가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것이 스마트시티이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는 산업계에서는 오히려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관심도가 ‘스마트폰’ 하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학술적 의미에서 스마트시티는 도시 공간과 시설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로봇(Robot) 등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등의 친환경기술 등이 융복합적으로 활용되어, 행정, 교통, 의료, 교육,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 보다 지능화된 도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지능형 ICT 기술의 도움으로 우리 일상생활 전반이 더 편리하고 행복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시티는 우리가 사는 도시, 생활 가장 가까이에서 나타나게 될 변화이며, 지금의 스마트폰만큼이나 중요해질 미래인 만큼,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내가 스마트시티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스마트시티가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람 중심의 지능형 서비스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ICT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환경오염, 재난재해, 범죄, 교통난 등 우리 한계를 넘어서는 고질적인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의 운영 효율,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도시 생활 곳곳에 사람을 배려한 요소들이 실제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영되면서, 도시민이 느끼는 삶의 질이 높아진다.
스마트시티는 나라에서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판을 깔고 데이터를 열어 주고 시민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된다. 일부 공기업, 대기업에만 사업기회가 몰리는 일도 없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직접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 주체가 될 수 있다. 도시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업들이 생기고, 생태계를 이루고,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내가 스마트시티를 무슨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싶다. 이건 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지금 전 세계가 스마트시티에 바라는 기대치가 그렇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지역의 스마트시티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경북에는 큰 도시도 없는데 스마트시티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포항이 OOO 같은 큰 도시를 어떻게 이길 수 있죠?”
경북, 포항에는 아직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공 스토리나 차별점으로 내세울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시티 구축 노력을 국내외 유명 도시들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우열을 가려 묻는 것은 어리석다. 다른 도시들과의 비교나 경쟁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현역 시절의 김연아 선수처럼 과거의 자기 자신만이 유일한 경쟁 상대가 되어 스스로를 완성시켜가려 애써야 한다는 의미다.
등록일 2018.07.03 20:59 게재일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