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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지영 Feb 05. 2020

좋은 스마트, 나쁜 스마트?

경북매일 연재 칼럼 > 스마트세상

신사업이나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Quirky라는 기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Quirky는 대중으로부터 제공 받은 아이디어를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설계, 제조,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들고, ‘꿈 공장’, ‘제조업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소셜 제품개발 플랫폼’ 기업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185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단숨에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아이콘이 되었다. 투자에 힘입어 단기간 내에 완성도 높은 다양한 신개념 제품들을 쏟아냈다. 특히, Egg Minder, Pivot Power Genius, Porkfolio 등 당시 최고의 화두였던 IoT 기술기반의 참신한 ‘스마트’ 제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세계를 열광시킨 혁신적 사업모델에도 불구, 그 이름처럼 ‘기이’하기까지 했던 Quirky의 스마트 제품들은 정작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소소한 편의에 그쳤고, 그 제품이 있다고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는 대단한 차이는 아니었다. 일부 제품은 필요성을 제대로 짚었지만 특수한 상황,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먹힌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Quirky는 2015년 창업 6년 만에 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자동차는 인공지능과 IoT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스마트화 되었다. 야간 주행 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고 달리다 앞차가 나타나면 조절하곤 하는데, 이것을 자동으로 해주는 지능화된 전조등이라든가, 혹은 차간 거리나 차선을 알아서 유지해 주어 운전자의 졸음이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은 자율 주행차에 대한 사회적 논란 속에서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좋은 스마트의 사례로 꼽힌다.


같은 스마트 제품 중에도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나쁜’ 제품과 잘 받아들여진 ‘좋은’ 제품이 따로 있듯이, 스마트시티에도 좋은 스마트시티와, 나쁜 스마트시티가 따로 있다.


CCTV와 관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스마트시티 1세대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으로, 좋은 스마트시티와는 거리가 컸다. 보안, 방범, 방재 등 도시 모니터링 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반인들이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행정, 치안 등 도시 관리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어쩌면 스마트시티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불러온 원인이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도시 플랫폼에 운영 효율 외에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적이 추가되면서 스마트시티는 좀 더 생활 가까운 곳을 공략하고 있다. Quirky의 기이한 제품들처럼 IoT와 인공지능이 적용된 쓰레기통, 가로등, 신호등, 도로 등 도시를 구성하는 장치와 시설들이 하나씩 ‘스마트’ 버전으로 바뀌어 간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스마트시티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Quirky 제품들처럼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22년에는 지능과 소통능력을 가진 디바이스의 수가 150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아이를 찾아와 괴롭히던 영혼들처럼, 주변의 사물들이 원하지도 않는 나에게 뭔가 말하려 덤비는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스마트시티를 만들려는 지자체와 기업들은 Quirky의 우를 범하지 않고, 지능형 전조등이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처럼 사람에게 도움 되는 스마트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 중심의 시민체감 형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전략이 반갑다. 


그런데 스마트해진 도시가 자동차와 협력해서 졸음 운전자를 돕는다면, 고속도로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깜빡 졸음! 번쩍 저승!' 같은 문구를 못 보게 된다는 점이 좀 아쉬울 것 같긴 하다.


등록일 2018.07.10 20:58 게재일 2018.07.11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449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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