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지영 Feb 05. 2020

스마트 기술의 제자리는 ‘세상 속, 사람들 옆’

경북매일 연재 칼럼 > 스마트세상

하루 종일 덥다는 말을 달고 산다. 대구, 영천, 경산, 포항 등 내 생활 반경 내의 도시들이 돌아가며 전국 최고 기온으로 호명되니, 서울 사는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온다. 가뜩이나 살림살이 고되고 마음 힘든 사람들, 한밤 딱 몇 시간만이라도 숨 좀 쉴 수 있게 열대야만 어서 좀 물러가 주면 좋으련만... 


날마다 최고 기온을 경신한다는 소식과 함께 들려온 몇 개의 비보는, 평소 웬만해선 분노 게이지가 잘 올라가지 않는 나에게 조차, 달아오른 용광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어느 댁 귀한 자식, 손주, 조카였을 꽃 같은 네 살배기 아이가, 어른들의 부주의와 어이없는 실수로, 무더위 속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혼자 남겨져 목숨을 잃었다. 아이가 버스 뒷자리에 잠들어 있는 것을 운전자도, 인솔교사도 7시간이 지나도록 몰랐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부주의고 실수였다. 신문기사 속 아이 외할머니의 짧은 인터뷰 글귀는 절규가 되어 내 마음을 후벼 팠다. 고통에 몸부림쳤을 그 이름 모를 어린 생명을 애도하며 그날 아침 나도 한참을 울었다. 


어린이만큼이나 체력적으로 더위에 취약한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도 초비상이다. 세월과 함께 다져진 무던함으로 인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무더위를 그냥 견디다 탈진해 쓰러지시면 주위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 문제다.


살인적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생업 현장에 뛰어드는 청장년층의 안타까운 사망도 잇따르고 있다. 밭일하다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오전 중에 한차례 쓰러져, 그만 쉬라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을 더 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폭염‘ 속에서 약해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인지 못한 상황에서, 인간의 ‘투지’가 오히려 화를 부르는 원인이 되었다.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도 문제다. 1년 공들인 과실이며 곡식들이 수확을 코앞에 두고 겉부터 타들어가고, 정성들여 키운 가축이 폐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농부의 마음도 뙤약볕 아래 시커멓게 같이 타들어 간다. 

‘살인적인 무더위’, 누가 언제 만든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21세기, 첨단 기술의 시대에, 더위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다니... 세상을 한번 바꿔 보자며 과학기술도의 길에 입문한 한사람으로서, 분노와 함께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문제가 명확해 진 이상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은 운전기사와 인솔교사, 원장에게 몇 명이 탑승하고 하차했는지 정도는 전광판과 App으로 큼직하게 보여줘야 한다. 설사 아이가 차 안에 혼자 남겨지더라도, 아이가 있다는 것이 감지되면 차 문은 절대 잠기지 않아야 하고, 스마트키를 보유한 운전자가 아이를 혼자 차에 두고 멀어지려 할 때 차는 큰 경적소리를 내어 사람의 부주의를 일깨워야 한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께는 손주 목소리 닮은 말하는 인형(인공지능 스피커)을 하나씩 보내드리고, 수시로 귀여운 잔소리를 좀 해드렸으면 싶다. 혹시 할머니가 쓰러지시면 그 즉시 인형은 응급 구조사가 되어 119를 부르고 현장의 영상을 구조대에 보내며 응급조치를 돕는다.


뙤약볕 아래 농사는 이제 로봇과 드론에게 맡기고, 사람은 시원한 집안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면 되는 스마트한 농업환경도 하루 빨리 구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 기술의 제자리는 ‘세상 속, 사람들 옆’이여야 한다. 사람들 가까이서, 사람들이 가장 아파하는 곳을 제대로 짚어 내고, 혹시 있을지 모를 사람들의 치명적 실수도 뒤에서 감당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폭염 속 버스나 외딴 집에서 아이와 할머니를 살리고, 농부와 작물을 뙤약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등록일 2018.08.05 21:08 게재일 2018.08.06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451744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스마트, 나쁜 스마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