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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Feb 25. 2020

디테일이 있는 콘텐츠

성공한 콘텐츠에는 반드시 디테일이 있다 

1. 최근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이 28%를 넘었다고 한다. 이정도면 종편의 기록이 아니라, 지상파에서도 딱히 견줄 상대가 없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메가트렌드이자, 올해의 핵심 방송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이다.


2. 그렇다면 비결이 뭘까. 20,30대가 TV 대신 모두 유튜브를 선택했다고 보기에는, 50대 유튜브 사용률이 훨씬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트로트 열풍이라서?'라고 하기에는 MBC에브리원에서도 <나는트로트가수다>를 방영하고 있고, 시청률은 1.4%에 불과하다.  


3. 정답은 디테일이라고 본다. 정주행을 한 건 아니고, 채널을 돌리다가 불과 딱 1편을 본 뿐이지만, 왜 시청률이 높은 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듣던 대로 자막은 큼지막하다 못해, 화면의 1/3 수준이었다. 멘트도 진부하지 않았다. "효심에 데일듯한 이 밤" "역시 깊다 지광 동굴" 자막 때문에 웃음이 여러 번 터졌다.


4. 지난 방송은 경연을 통해 방청객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으는 경쟁이었는데, <쇼미더머니>처럼 버튼을 누르는 식이 아니었다. 마치 교회 헌금함을 연상케 하는 기부함이 방청석을 돌았고, 어른들은 지갑에서 천 원짜리, 만 원짜리를 꺼내어 봉투(?)에 담아 기부를 했다.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언어와 가장 익숙한 방식을 방송 내내 숨겨 놓았다. <미스터트롯>이 디테일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쏟고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5. 지난 시즌 우승자 송가인이 <전지적참견시점>에 나오는 걸 우연히 봤다. 홍자와 결혼이 힘든 이유에 대해 말하는데, "결혼은 해봐야 해. 그게 인간으로 태어나서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래!. 결혼도 해보고, 아이도 낳아보고 해야지"라는 발언을 했다.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표현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왜 어른들이 송가인에 열광하는지를 살짝 알 거 같았다. 노래실력도 실력이지만, 어른들이 좋아하는 디테일이 평상시 습관에 녹아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6. 오스카상 수상 이후, 봉준호 감독을 설명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디테일이다. 소품 하나하나, 카메라 워킹, 대본 모든 것에 숨겨진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기생충의 성공 비결을 디테일 덕분이라 많은 미디어가 분석하는 중이다.


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가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디테일은 방식이 아니라, 결과물에 가깝다. 독자(관객)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 섬세한 감정을 만족시켜주는 장치가 디테일이다. 상대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테일은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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