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인 7월 29일, 드디어 두 번째 책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를 출간했다. 사실 이 책은 올해 쓴 책이 아니라, 코로나가 막 시작됐을 때인 2020년에 쓰기 시작했던 것인데, 서점에 나오기까지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첫 원고는 지난해 봄에 썼던 것이다. 하지만 출간 제안을 했던 출판사에 사정이 있어 출간을 보류하고 말았고, 그래도 나름 두 달간 쓴 원고라 아까운 마음에 브런치북에 올려뒀는데, 감사하게도 웨일북에서 다시 출판 제의를 해줘서 2021년에 책으로 겨우 나올 수 있었다.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오히려 지금이 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때문에 접근성이 더 높아진 디지털에서는 늘 말실수가 벌어진다. 혐오 표현인지 모르고 썼거나, 신조어라서 유래도 모르고 썼다가 소비자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들이 생겨난다. 그래서인지 기업 담당자들을 만나면 "혹시 회사에서 조심해야 할 단어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물론 회사에서는 리스크 있는 단어 리스트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있다.) 원래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브랜드, 회사,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하지만 원고를 편집하면서 대상이 조금 더 넓어졌다. 비단 회사나 브랜드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글이 됐다. 그저 유행이라는 이유로, 재미있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표현을 받아쓰다 보면, 누군가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줄 테고, 미래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가까우면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책은 쓸모가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했다. 제1부는 '당신의 말이 무해하다는 착각'으로, 문제가 없다고 느끼지만 알고 보면 누군가를 아프게 만드는 단어와 표현들에 대해 다룬다. "갈아넣었다"라든가 '알콜쓰레기'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제2부는 '버려야 하는 말들의 목록'으로 시대가 변해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하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낡은 단어들을 짚었다. '막장' '머머리' '버진로드'와 같은 표현들이 지금의 시대에 왜 없어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이런 실수들에 대해 사과해야 할 때 유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썼다. (다행히 분량은 길지 않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보는데, 참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의 아픈 상처를 가볍게 여기고 소개 멘트로 썼다가 사과까지 해야 했던 방송국이 있었고, 금메달을 못 땄다고 "원하는 메달 색이 아니다" "찬물을 끼얹었다"는 말로 논란이 된 해설위원들도 있었다. 또 수영복 형태의 유니폼인 '레오타드' 대신 전신을 가리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은 독일 여자 체조 대표님의 당당한 발언도 화제가 됐다. 특히 과거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강승화 아나운서의 경우, 화면에 띄워진 여궁사라는 자막을 1초 멈칫하고 그냥 '궁사'로 읽어서 "센스 있다"는 칭찬을 받은 일도 있었다.
도쿄 올릭핌은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변했음을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그만큼 우리가 계속 써온 언어와 표현도 변할 때라는 얘기다. 책에는 불과 100개 가량의 단어와 표현을 언급했지만, 사실 혼자 적어둔 피해야 할 단어 리스트는 무려 600개에 달한다. 그만큼 책에 나온 표현보다, 조심하며 바꿔 써야 할 단어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세상과 가치관이 바뀌고 있음을 깨닫는 것에 있다. 부디 이 책이 표현의 정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걸맞은 언어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임을 독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시대는 분명 변할 테고, 지금 유행에 따라 받아들였던 표현들은 혐오가 만연했던 시대의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장은 위 문장이었다. 부디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부끄러운 낙인을 만들지 않은 작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