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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Feb 29. 2020

성공하는 세계관의 법칙

선을 넘어버린 캐릭터에는 관심(?)이 없다

1. <무한도전>에서 하하는 이런 세계관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내성적인데 말 없고... 싸움 잘하는데 여자한테 인기 많은데 '나는 몰라' 뭐 이런 느낌..."의 주인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하의 세계관


2. 2019년 메가콘텐츠에서 공통적으로 뽑히는 키워드는 역할극이다. 시작은 플렉스의 주인공, 염따였다. 그 전에도 인기가 있는 래퍼였지만, 포르쉐 수리비를 위해 티셔츠를 팔았던 때가 역할극이 시작된 전환점이었다. "사지마... 자꾸 왜 사는 거야... 그만 사" 3일간 매출이 21억이 찍히는 과정에 염따는 고맙다는 말보다는 "사지 마"라는 말을 더 많이 했다. 판매는 3일간의 짧은 이벤트였지만, 돈이 싫은 염따(?)라는 캐릭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세계관이 펼쳐진 것이다.  

그만 사달라고 부탁하는 염따


3. 펭수도 마찬가지다. 펭수의 성공 비밀에 대한 분석기사야 널리고 널렸으니 따로 다룰 필요가 없겠지만,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펭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다. 진짜 펭귄의 사고방식으로 행동하는 펭수에게 사람들은 더 열광한다. 보건복지부가 가상으로 만든 4마리 펭귄이 그려진 펭수의 가족사진을 선물하자, "저는 동생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철저한 세계관이 그것이다. 적당히 띄워주는 순간에도 'EBS 연습생 펭귄'이란 스탠스를 철저하게 지켜낼수록 시청자는 더 열광하는 것이다. (최근엔 좀 깨진듯)

자신만의 세계관을 철저하게 지키는 펭수


4. 유산슬, 유고스타, 라섹(라면 끓이는 모습이 섹시한), 유르페우스 등도 마찬가지다. 말미에는 결국 수긍하지만, 어느정도 실력이 완성단계에 오르기까지 유재석은 절대 자신이 이 분야의 재능이 있을거라 확신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시켜서 할 뿐이고, 재능도 없으니 추켜세우지 말라는 당부를 보탠다. [음악 잘하는데 너만 몰라]

다양한 부캐(?)를 만들고 있는 유재석


5. 최근 경북체육회 소속 컬링선수 '송유진'이 컬링여신으로 인기를 모았다. 초창기 송유진의 외모를 보려고 유튜브에 접속한 남성팬들은 "왜 여신과 네가 같이 있느냐"며 함께 출전하는 남자 선수 '전재익'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기 영상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송유진보다 전재익이 더 귀엽다고 말하는 팬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진짜 컬링 여신은 송유진이 아니라 전재익"이라는 주장이 댓글을 뒤덮기도 했다. 팬들이 "수줍어하는 그의 모습이 귀엽다"며 덕질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의도치 않게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전재익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세계관, 그리고 역할극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 중 한 가지는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여자한테 인기가 많은데, '나는 몰라']의 포인트를 잘 살릴수록 사람들은 열광하고 빠져든다. 만약 이 아슬아슬한 선을 넘어버린다면, 팬들이 세계관에서 탈출하는 건 시간문제다. 한 예로 최근 염따는 인스타그램에 '하의실종 셀카'를 올리며 "미안해 고추 하나라서..." 라는 멘션을 붙였다. 21억 매출 열풍은 온데간데없고, "왜 저러냐" "진짜 싫다"는 댓글이 난무했다. 선을 넘어버린 거다. 선을 넘어버린 역할극에 빠져들 관객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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