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제목을 빠르게 지어야 한다
1. 살다보면 에디터나 기자가 아니더라도 제목을 지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물론 글을 오래 쓴 사람에게도 제목을 짓는 건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목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나만의 몇가지 잔기술이 있다.
2. 우선 전혀 다른 성격의 단어를 조합하는 방법이다. 트위터에서 [지금 입고 있는 하의 색깔과 마지막으로 먹은 것을 합하면 밴드이름 같다]는 게시물이 화제가 됐었다. 빨간 김치라면 특이한 이름이 아니겠지만 파란 김치라면 뭔가 새롭고 파격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란 익숙함이 아니라, 특별함에 있다.
3. 반대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를 조합하면 효과는 더 강력해진다. [착한 경쟁]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아프니까 청춘이다] [준비된 우연] [스무살을 부적절하게 보내는 방법]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책 제목들이고, 이처럼 역설적인 단어들의 조합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4. 더 빠르게 제목을 짓는 방법은 바로 패러디다. 영화 제목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목들을 쭉 보다보면, 생각이 닿지 않았던 문장이나 단어 조합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가장 즐겨쓰는 리스트는 지식채널e의 에피소드목록이다. (https://bit.ly/2V1SKaW) 2005년부터 약 16년간의 에피소드 제목들은 1900개가 넘는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놨어"는 바로 이런 곳을 말한다. 가끔은 영화 제목 패러디도 쓸만하다. (https://bit.ly/2HE49pv)
5. 한단계 더 나아가면,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관용구를 비틀어서 제목을 만들면 효과가 더 크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와 같은 명대사가 오래 기억이 남는 이유다. 참고로 유병재가 이런 제목들을 진짜 잘 만든다. 유병재 어록으로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어느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이를 본 네티즌이라는 직업이 있는 것 같다]
제목은 사용 목적이나 범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칭하기도 한다. 광고 카피가 되기도 하고, 캐치프레이즈, 혹은 슬로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목적이 어떠하든, 대부분은 빨리 짓는 제목보다는 잘 짓는 제목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제목을 빨리 지어야만 하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그때는 이 몇가지 잔기술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