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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01. 2020

제목 빨리 짓는 잔기술

누구나 한번쯤은 제목을 빠르게 지어야 한다


1. 살다보면 에디터나 기자가 아니더라도 제목을 지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물론 글을 오래 쓴 사람에게도 제목을 짓는 건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목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나만의 몇가지 잔기술이 있다.


2. 우선 전혀 다른 성격의 단어를 조합하는 방법이다. 트위터에서 [지금 입고 있는 하의 색깔과 마지막으로 먹은 것을 합하면 밴드이름 같다]는 게시물이 화제가 됐었다. 빨간 김치라면 특이한 이름이 아니겠지만 파란 김치라면 뭔가 새롭고 파격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란 익숙함이 아니라, 특별함에 있다. 

밴드이름 짓는 방법

3. 반대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를 조합하면 효과는 더 강력해진다. [착한 경쟁]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아프니까 청춘이다] [준비된 우연] [스무살을 부적절하게 보내는 방법]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책 제목들이고, 이처럼 역설적인 단어들의 조합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4. 더 빠르게 제목을 짓는 방법은 바로 패러디다. 영화 제목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목들을 쭉 보다보면, 생각이 닿지 않았던 문장이나 단어 조합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가장 즐겨쓰는 리스트는 지식채널e의 에피소드목록이다. (https://bit.ly/2V1SKaW) 2005년부터 약 16년간의 에피소드 제목들은 1900개가 넘는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놨어"는 바로 이런 곳을 말한다. 가끔은 영화 제목 패러디도 쓸만하다. (https://bit.ly/2HE49pv)


5. 한단계 더 나아가면,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관용구를 비틀어서 제목을 만들면 효과가 더 크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와 같은 명대사가 오래 기억이 남는 이유다. 참고로 유병재가 이런 제목들을 진짜 잘 만든다. 유병재 어록으로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어느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이를 본 네티즌이라는 직업이 있는 것 같다]


제목은 사용 목적이나 범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칭하기도 한다. 광고 카피가 되기도 하고, 캐치프레이즈, 혹은 슬로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목적이 어떠하든, 대부분은 빨리 짓는 제목보다는 잘 짓는 제목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제목을 빨리 지어야만 하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그때는 이 몇가지 잔기술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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