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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02. 2020

어떤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가

사랑받는 주인공은 정해져있다

1. 학창 시절, 판타지 소설과 무협 소설을 많이 읽었다. 오래된 명작을 비롯해서 출시되는 신간도 모조리 찾아 읽을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기 있는 판타지(무협)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두 가지 타입의 성향으로 나뉜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부터 능력자거나, 차츰차츰 기연 혹은 수련을 통해 강해지거나. 


2. 재밌는 사실은 처음부터 능력자, 그러니까 완성형 주인공은 대부분 성격이 괴짜에 가깝다는 것이다. 능력치로는 스토리에 갈등을 유발하지 못하니, 괴팍한 성격이나 말투로 인해 분쟁을 일으키는 셈이다. 반대로 차츰차츰 강해지는 성장형 캐릭터는 대부분 순둥이인 데다 정의로운 가치관을 지켜가며 주변의 도움을 얻어가는 식이 많았다. 결국 사랑받는 주인공이란 괴팍한 능력자 or 착해빠진 성장캐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3. 이 주인공 공식은 드라마에서도 통하고 있다. 재벌가 아들로 나오는 주인공은 대부분 성격이 괴짜인 경우가 많다. 실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 가진 사람이 성격마저 착하면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거다. 반대로 성장캐는 착실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드라마를 기점으로 보면, 전자의 대표적 캐릭터는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재벌은 아니지만 능력자)이고, 후자의 대표적 캐릭터는 <이태원클라쓰>의 박새로이다.  


4. 조금 더 과장해서 확장시켜보면 이 공식은 브랜드와 마케팅에서도 일치한다. 최근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파격적인 페르소나를 도입해 인스타그램 콘셉트를 바꾼 것으로 화제가 됐다. 이처럼 이미 인지도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는 가끔의 B급 콘텐츠나 이해할 수 없는 이벤트를 해도 결과가 좋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다짜고짜 B급 콘텐츠를 시도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브랜드 본연의 신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있는 빙그레우스


이마트에서 갑자기 못난이 사과, 못난이 귤, 못난이 자몽, 이름하여 못난이 페스티벌을 연다면 아마 나도 구매할 것만 같다. 하지만 동네 과일 트럭에서 못난이 과일을 판다면 선뜻 지갑을 열 것 같지는 않다. 능력자는 괴짜여도 되지만, 성장캐는 착한 태도, 즉 본질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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