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서 찾은 정보도 쓸모없다
1. 디지털은 빠르고,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 모르는 건 네이버나 구글, 유튜브에 검색하면 거의 다 나온다. 다만 딱 하나 단점이 있는데, 정보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다. 그리고 문제는 이 단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거다.
2. 과거 웹 정보의 주축이었던 블로그는 이제 예전만 못하다. 2010년쯤에 최고 호황을 누렸던 파워블로그 시대였지만, 홍보성 블로그 글로 인해 맛집 정보 하나를 제대로 걸러내기까지 다양한 편법을 써야만 했다. 초창기에는 '오빠랑'이라는 키워드를 써서 광고 블로그를 걸러내야 했고, 그마저도 안되니까 얼마 뒤에는 '내 돈 내고' 혹은 '존맛탱' 과 같은 키워드를 넣어야만 진짜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 모든 편법도 무의미해졌다. 이제 이제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작성된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의 신뢰성은 하락한다. 가령 맛집 포스팅이 하나 있다고 해보자. 이미 가격이 바뀌었을 수도, 영업시간이 달라졌을 수도, 심지어 가장 중요한 맛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정보가 파워블로거의 글이 아니라, '최신순'의 글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오래된 글은 어쩌면 이제는 디지털 쓰레기, 즉 다크 데이터일 수도 있다는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니즈는 계속 커져가고 있다.
3. 배달의 민족은 리뷰라는 정보의 교환을 통해서 매장 사장님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솔직한 리뷰를 통해 매장의 음식 맛이 좋아지도록 개선되는 게 아니라, 낮은 리뷰를 받지 않기 위한 편법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상당수 가게들은 리뷰 이벤트(리뷰를 좋게 남겨주는 조건으로 음료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를 진행하고 있고, 덕분에 사용자들의 리뷰는 무엇이 진짜인지를 가려낼 수 없게 됐다. '평점 높은 곳 = 맛있는 곳'이 아니라, '평점 높은 곳 = 리뷰 이벤트 하는 곳'의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4. 더 나아가서, 각종 A/S 등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A/S 이후 고객만족도 조사 평점이 낮으면 담당 직원에게 불이익이 간다는 뉴스를 접한 지 오래다. 서비스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아도 별점 5점을 줘야 마음이 편하다. 실제 목적을 잃어버린 리뷰 시스템은 점수를 주는 고객이나, 점수에 의해 평가받는 직원이나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다.
5. T맵을 비롯한 내비게이션의 발달은 교통 체계에 있어 혁신이었다. 교통 정체 상황까지 반영해서 실시간으로 길을 알려주는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늘 가장 빠른 길을 지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 유용한 경로는 나에게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많은 차량이 같은 루트로만 몰리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디지털 데이터는 세상에 혁신을 가져다주었다. 상대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다 보니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절대적 사용량이 많아지는 순간, 상대적 효율성은 떨어지는 법이다. '조용해서 가기 좋은 식당'이 많은 사람에게 만족도를 줬다는 건, 더 이상 조용하지 않다는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