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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04. 2020

10대들이 개인정보를 오픈하는 이유

그리고 MBTI가 인기가 높은 이유 

1.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함은 젊은 세대일수록 더 높다. 업무상 전화를 하게 되면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라는 질문이 날아들고, 이벤트 경품을 보내기 위한 개인정보에도 "확실히 삭제되는 거 맞죠?"라며 철저하게 체크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있어 개인정보는 언제든 유출될 위험이 있는 예민한 요소이며, 그래서 더더욱 개인정보를 보호하는데 적극적이다.  


2.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신기한 어플이 하나 있다. 바로 젠리(Zenly)다. 이 앱은 10대들이 자발적으로 추적을 당하는 어플이다.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도 있지만, 친구의 실시간 위치 및 이동 속도, 잔여 배터리까지 공유된다. 이 앱에선 <너 지금 어디야?> <나 배터리 없어. 곧 꺼진다> <버스 타고 가는 중>가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불필요해진다. 친구들의 모든 위치, 만남, 배터리 정보까지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 앱에서 개인정보란 가장 쉽게 오픈되는 요소다.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지키려는 그들이 대체 왜? 


3. 세계일보 기사(2020.02.29)에 따르면, 84년생 이후로 급격하게 혼인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굳이 도표가 아니더라도 체감상 알고 있던 내용이다. 가족 대신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 이를 알고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기업들이다. 1인 가구를 위해 가전의 크기를 줄이고,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비스포크'라든지, 1인분 전용 배달 시스템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증가 추세인 펫 산업을 겨냥해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4.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한 제품으로 잡는다 치고, 그렇다면 가족이란 그룹이 주던 안정감은? 어쩌면 이 영역이 바로 친구들과의 관계쉽으로 더 확장되었을지도 모른다. 가족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이 더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젠리(Zenly)를 통해 내 민감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이들 세대가 관계를 맺는 방식과 난이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끝도 없는 친구 TMI 너무 듣기 싫어요...저만 이런 건가요?”>(기사보기 클릭)라는 기사가 있었다. 많은 10대, 20대가 이 기사에 반응했다.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맞춰가기 위해 이들이 쏟는 노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또 재밌는 건 해당 기사 끝에 달려있는 한 댓글이었다. "mbti 검사 함 해봐 나도 상대방하고 그냥 안 맞는 줄 알았는데 내가 그런 걸 듣는 성격이 아니더라고..." 바로 이들이 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MBTI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5. MZ세대의 MBTI에 대한 관심은 기성세대의 생각보다 매우 높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팀에서 일했던 대학생 인턴이 처음 내게 던진 질문은 "MBTI 뭐 나오셨어요?"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성격 타입을 대부분 알고 있고, 또 자신과 잘 어울리는 MBTI 타입을 궁금해한다. 이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더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혹은 관계 방식의 변화일 수도 있다. 참고로 대학내일 유튜브 채널에서 2019년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MBTI로 보는 팀플>(바로가기 클릭)이었다. 무려 43만 회가 넘는 조회수가 찍혔다.


그간 우리는 MZ세대를 '관태기(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것)'로 정의해왔다. 하지만 Z세대로 갈수록 이들의 관계쉽은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보인다. 1인 가구, 젠리(Zenly), MBTI는 어떻게든 이들의 관계 방식에 연결되어 있는 힌트다. 이 연결고리를 풀어낸다면 Z세대 마케팅에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데이터를 더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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