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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05. 2020

역주행한 '우리집 준호'가 알려주는 몇가지 힌트들

2PM 준호는 지금 군대에 있는데?

1. 두 달 전이다. 갑자기 유튜브에서 역주행한 영상 하나가 있다. 제목은 '우리집 준호'. 2PM의 <우리집> 무대 영상인데, 준호 직캠샷만 모아놓은 거다. 2년간 아무도 찾아보지 않았던 이 영상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됐고, 갑자기 준호 열풍이 불어닥쳐 이 영상 조회수는 110만을 넘었다. 단 두 달 만에. (영상 바로가기)


2. 주목할 포인트는 준호는 지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어떠한 마케팅도 없이 역주행을 했다는 거다. '우리집 입구'로 불리는 이 영상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우리집' 무대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어서 준호의 다른 무대 영상. 이어서 2PM의 무대 영상으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리집 미로' 놀이를 즐기고 있다.


3. 역주행은 아마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덕분으로 보인다. '우리집 준호'는 한 사람에게만 노출된 게 아니라 여러 명에게 동시에 노출됐다고 한다. 준호 영상을 보고 빠질만한 사람들을 정확히 노렸다는 이야기다. 보통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개인별 검색기록, 시청한 동영상 종류, 체류 시간 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그중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항목이 [끝까지 시청하는 고품질 영상이냐]는 것이다. '한번 보면 빠져들고 마는 몰입감'을 기반으로 '우리집 준호'를 2년 만에 찾아냈다는 거다. 스킵 기능이 점점 많아지는 이 환경에서 콘텐츠 안에 몰입감까지 설계하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차별화를 만들 힌트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4. 두 번째로 봐야 할 포인트는 '주접'이다. 과거에는 과한 리액션은 비호감을 받기 일쑤였는데, 최근 아이돌 문화 안에서 '주접'은 유머 코드로 오히려 환영을 받는 추세다. '우리집 준호' 역주행을 이끈 건 주접 댓글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부분 이런 식이다.


댓글 : 이 댓글 보시면 좋아요 한번만 눌러주세요. 알람 울릴 때마다 보게요

댓글 : 댓글이 전부 몇 주전인 건데 와 아무도 나한텐 말을 안 한 거야 왜 니들끼리본건데 진짜 배신감 개쩐다... 준호 집을 찾았을 때도 이미나는 대기번호 81만번째고..

댓글 : 이건 또 뭐야.. 비도 오네 진짜.. 작작해라 더 이상 못 참는다

댓글 : 저 코트가 물에 녹는 재질이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사탕수수로 만든 그런 옷

댓글 : 투피엠팬들. 너무한다. 이걸 자기들끼리만 본 거잖아. 지금까지.


우리는 여기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정 표현이 과해도 괜찮다> 아니 더 나아가 <과한 게 통한다>의 변화를 캐치해야만 한다. 오버하는 댓글을 추천하는 건 대리 표현에 대한 칭찬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상황극에 몰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집 준호' 시리즈 안에서는 '갑작스레 준호에 빠져든 사람들의 모임'이 열리는 셈이다.


5. 최근 콘텐츠 분야에서 역주행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표적인 역주행은 타짜의 '곽철용'이었다. 2006년 개봉했던 영화의 조연이 13년이 지나서 화제가 된 것이다. 심지어 곽철용에 빠진 10,20대 중 영화 <타짜1>을 아예 보지 않았다는 이들도 많았다. 과거에 주목받지 못했던 곽철용은 어떻게 역주행을 했을까?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같은 대사들과 '약속은 어떻게든 지킨다'는 그의 행동 방식이 '꼰대가 싫다'는 트렌드와 섞이며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우리집 준호' 이후, 왜 이제야 2PM을 추천해줬냐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지금에야 보니 2PM이, 그리고 준호가 얼마나 매력적인 아이돌이었는지 다시 보게 됐다는 거다. 곽철용도 마찬가지다. 13년 전에 보이지 않았던 매력이 지금에서 보이는 이유는 트렌드는 늘 변하고 있고, 상황마다 대중이 원하는 이상형은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집 준호'의 역주행이 알려준 힌트는 3가지다. 몰입감 있는 콘텐츠가 주목받는다는 사실, 리액션은 오히려 과한 게 통한다는 것, 그리고 언제 만들었든 트렌드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포함된 콘텐츠가 뜬다는 것. 당신의 오래전 콘텐츠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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