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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06. 2020

당신의 이벤트는 왜 늘 실패하는가

이벤트에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1. "저희가 스타벅스 기프티콘 주는 페이스북 이벤트를 하면 참여자가 없어요. 왜 그럴까요? 20대들 스타벅스 좋아하던데.." 다른 회사 미팅을 다니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 그래서 왜 반응이 없었는가를 보면 대부분 '좋아요'를 누르고, '경품을 받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적게 한다. 심지어 공유하기를 필수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이벤트에 20대가 반응한다고? 절레절레


2. 이제 20대는 페이스북에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다. 개인 일상은 모두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페이스북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기 위한 미디어 채널로 쓸 뿐이다. 그런 공간에서 20대가 이벤트를 참여하기 위해 댓글을 남긴다는 건, 스스로가 체리피커임을 친구들에게 노출하는 셈이다. 특히 1년간 아무런 글을 올리지 않았던 사람한테는 더더욱 그렇다. 페북에서 여전히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건 비밀은 아니지만, 뭔가 노출하긴 꺼려지는 심리랄까. 영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가 이런 대사를 외친다. "대부님,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최형배만이 아니다. 20대에게도 이벤트에 참여할 명분이 필요하다. 


3. 이벤트에 참여할 명분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는 확률이다. 천명에게 기프티콘을 주는데, 지금 참여자가 백 명밖에 없다고 가정해보자. [댓글만 남기면 무조건 준다!]라는 신뢰가 있다면, 이벤트 참여는 쉬울 거다. 물론 이벤트가 끝나는 기간이 엄청 많이 남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참여자에서 바라보는 확률이 높아야 의미가 있다. 선착순 이벤트가 효과적인 이유는 당첨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허들이다. 당첨 확률이 100%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친구 20명을 태그해야 한다거나, 경품을 받고 싶은 이유를 100자 정도 적어야 한다거나 싶으면 참여하기가 싫어진다. 내 댓글은 친구들에게도 보인다. 내가 이 기프티콘 하나 받자고 구구절절 소설을 자아내는 모습을 지인에게 보이기 싫은 사람들은 당연히 참여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가성비다. 어찌어찌해서 허들을 넘기고 참여까지 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의 가치를 본다. 커피 기프티콘이나 문화상품권은 약 5000원에 값어치를 가지지만, 실제 가성비에서는 불리하다.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같은 제품이 걸려있다면 내가 이벤트에 참여하는 명분이 제법 서는 셈이다. 상품의 실제 단가가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너무 갖고 싶지만, 내 돈 내고 사기에는 아까운 것]을 경품으로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네 번째는 체리피커 통제 여부다. 체리피커들은 앞선 세 가지 명분이 필요 없다. 일단 경품을 갖고 싶은 이유를 100자 이상 쓸 수 있고, 심지어 좋아요, 공유, 친구 태그에 두려움이 없으며, 모든 이벤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확률 따위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체리피커들이 댓글 이벤트에 섞여있다면, 다른 20대는 참여를 주저하게 된다. 체리피커보다 더 잘 참여할 자신도 없거니와 경품에 안달하는 모습이 체리피커처럼 보일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위 네 가지 명분은 각각 따로 노는 건 아니다. 어떤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20대들은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위 요소들을 고려하며 이벤트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딱 이벤트를 보는 순간 견적이 나오는 셈이다. 


4. 예를 들면 명분이 서는 이벤트는 이런 거다. 한 신발 브랜드와 함께한 이벤트였는데, 신데렐라 콘셉트로 [신상 운동화를 10켤레를 준비해놨는데, 사이즈는 비밀. 댓글로 아무런 설명 없이 사이즈만 적으면(ex.275) 이벤트 참여 완료]라고 참여방식을 설정해봤다. 숫자만 적으면 되니 허들이 낮았고, 사이즈에 따라 신발을 준다고 하니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은 심리적 효과도 있었다. 덕분이 이 이벤트 참여자는 무려 4000명에 달했다. 신발 브랜드에서 제공한 마케팅 비용은? 신발 10켤레 값이니까 채 100만원도 들지 않았다. 단돈 100만원에 4000명에게 신상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5. 아니면 이번 방법도 있다. 경품을 특정 단체에게 몰아서 나눠주는 식이다. [대학교 동아리 단위로 댓글을 남기면, 동방에 제품 1박스를 통째로 보내드립니다]와 같은 형태는 동아리 회원들을 마음껏 태그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공동의 이득을 위한 것이니 개인이 SNS를 쓴다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실제로 이런 이벤트는 늘 잘되는 편이다. 


어제 SM엔터테인먼트가 추천제 캐스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내 친구를 SNS 해시태그를 이용해 추천하고, 실제로 그 친구가 트레이닝을 받거나 전속 계약을 하게 되면 선물을 주는 방식이다. 기존 캐스팅 전문가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캐스팅하던 하던 비효율적인 방법에서 집단지성(?)과 디지털의 효율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핵심에는 친구가 친구를 소개해도 되는 이유, 즉 명분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이벤트가 성공적이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들까?"가 아니라, "참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참여의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지"를 고민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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