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은 그냥 느낌이 아니니까
1. <놀라운 토요일> 미방분이 공개됐다. 아이즈원 출연 편이다. 녹화는 10월에 했지만 곧 <프로듀스X101> 조작 논란이 불거지는 바람에 공개가 늦어졌다. 결국 정규방송은 못하고 특별방송으로 오픈했고, 이 방송에서는 <아이즈원>의 최예나와 장원영이 출연했다.
2. 방송 중 예나는 본인이 "센스는 없는데 촉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출연진들은 "센스가 없는데 어떻게 촉이 좋을 수 있냐"면서 말이 안 된다고 놀렸다. 사람들은 흔히 촉과 센스를 같은 영역으로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촉과 센스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촉과 센스를 겸비하지 못한다.
3. 촉(觸)이라는 건 불가에서 말하는 십이 연기의 여섯 번째로서, 주관과 객관의 접촉 감각을 의미한다. 이는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연결시킬 수는 없지만, 무의식이 경험과 지식을 순식간에 요약해 보내는 신호임을 의미한다. 그냥 느낌이 아니라, 즉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힘에 가깝다는 거다. 직감, 혹은 육감으로도 표현되는 이 감각은 어찌 보면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는 빅데이터와도 흡사하다.
4. 실제로 스티브 잡스나 해리포터 출판사의 편집자 등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게 뜰 거 같다'는 직감을 통해서 비즈니스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도 알려져 있다. 촉이 좋다는 건 다양한 상황이나 요소에 대한 직ㆍ간접적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때문에 어떤 문제점을 찾아내는 데는 직감이 뛰어난 사람들이 효과를 본다.
5. 촉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힘이라면, 반대로 센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더 가까운 편이다. 센스가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정리해내는 능력이 있다. 특히 분위기 메이커라 불리는 사람들이 센스가 좋다는 평을 듣는 건, 그만큼 주변의 기운을 잘 살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촉이 좋은 사람과 센스가 좋은 사람이 섞여 있다. 둘의 역량은 다르기 때문에, 촉이 좋은 사람에게는 문제를 잘 진단하는 일을 맡기고, 센스가 좋은 사람에게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다. [지금 시점에 어떤 콘텐츠가 통한다]고 정리해내는 사람과 [그 콘텐츠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내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이 방법은 실제로도 많은 성과가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다양한 트렌드 케이스를 모으고 정리하는 건 촉을 더 강하게 해 줄 것이다. 반대로 트렌드를 대하는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는 건 센스를 키운다. 자신의 역량이 촉에 강한지, 센스에 강한지를 가늠해보는 건 앞으로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느냐,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느냐는 성과와 이어질 테다. 여기까지 센스는 없지만 촉이 좋은 사람의 문제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