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초탈한 유니크함

선우정아 [It's Okay, Dear]

by Melon


재즈가 있다. 블루스인가 했더니 귓전을 어루만지는 R&B가 흐른다. 일렉트로닉과 힙합 스크래치가 곳곳에서 포착되어 흥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장르가 다채롭겠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이것은 일차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선우정아는 장르 컨벤션을 아득히 뛰어넘은 영역에 존재하는 뮤지션인 까닭이다. 아직까지도 펭수를 의심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펭수는 펭수다." 선우정아도 마찬가지다. 그 쓰임새는 다르지만 다음처럼 정리할 수밖에 없다. "선우정아는 선우정아다." 이 외의 선택지는 없다.


글 |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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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이다. 장르라는 형식을 초월해 자기 세계를 건설해냈기에 가능한 상찬이다. 독보적이기에 창조적이다. 선우정아의 음악을 듣다 보면 (위에 적은 것처럼) 그가 어떤 장르에 영향받았는지 정도는 추론해볼 수 있다. 하나, 그걸 뮤지션이라는 개체로 수렴해 파악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이렇듯 특정 뮤지션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 이것만 고려해봐도 그가 얼마나 창조적인 음악가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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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는 장르 흡수만 아니라 변용에도 선수다. 간단하게, 기존 장르를 비틀어 재해석하는데 능숙하다. 첫 곡 '주인공의 노래'를 들어보라. 재즈이되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문법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중적인 흡수력이 제법인데 다시 들어보면 어떻게든 뻔한 구성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려 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거 참 신묘한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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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로 보나 그는 글로 표현하기 참 난감한 뮤지션이다. 문장이 자꾸 길어지고, 언어가 난삽해진다. 뭐, 내 능력 부족인 탓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음악과 글이 잘 들러붙지 않는다는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이 지닌 독창성을 역으로 말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장필순 8집 [soony eight : 소길花] (2018)에 대해 쓴 글에서 나는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가 모래를 손으로 움켜쥐는 것과 같다고 적었다. 선우정아 음악을 글로 써내려는 지금, 내 손아귀에서는 모래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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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곡을 찬찬히 맛보도록 하자. 자조적인 유머로 슬그머니 웃음 짓게 하는 '뱁새'의 경우, 재즈와 힙합을 단순하게 섞는 것 이상의 경지를 일궈냈다. 선우정아 보컬의 독특한 개성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곡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진심을 다해 처절하기에 도리어 자유로운 발라드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은 어떤가. 이후 'Purple Daddy'에서 선우정아는 아빠를 돌려 달라고 절규하고, 소리의 층을 하나 둘 쌓는 방식을 통해 듣는 이를 울리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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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들, 참으로 리얼리즘적이다. 예를 들어 'Purple Daddy'에서 등장하는 "보라색 아빠"는 결코 판타지가 아니다. 이 곡에서 선우정아는 현실이라는 내장에 꽁꽁 숨겨져 있던 리얼리즘을 과감히 바깥으로 꺼내 구체화한다. 리얼리즘은 현실의 반영 단계가 아니다. 진짜배기 리얼리즘은 현실 속 리얼리티를 가뿐하게 초월한다. 그리고는 더욱 생생한 리얼리티를 길어낸다. 기실 선우정아의 음악 전부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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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기관 같다. "아빠의 죽음"('Purple Daddy'), "지독한 이별"('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타인을 향한 질투"('뱁새'), "자기 확신"('주인공의 노래'), "예술가로서의 자존"('알 수 없는 작곡가') 등의 주제가 선우정아라는 수원지에 푹 담겼다가 건져지면 음악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슬픔을 목놓아 외치는가 하면 유머가 넘치고, 절망에 빠져있나 싶더니 작은 희망을 노래한다. 자신감 넘치는 예술가가 존재감을 뿜어내는가 싶어 들여다봤는데 확신 없이 갈팡질팡하는 예술가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한껏 심각해질 때도, 그와는 반대로 낄낄거리며 유머를 구사할 때도 그는 삶의 어떤 진실에 가서 닿는다. 그는 우울하면서도 낙천적이고, 낙천적인 와중에 바닥으로 침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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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렇다. 이게 모두 다 선우정아다. 그는 솔직하게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그걸 예술적으로 승화해 전시할 줄 안다. 단지 결과가 아닌 이 전이 과정 내부 어딘가에 선우정아는 선우정아일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선우정아 [It's Okay, Dear] 앨범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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