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n Apr 27. 2020

John Lewis의 100년: 그의 걸작 앨범 7장

장르 인사이드 #재즈

오는 5월 3일이면 위대한 재즈 음악가였던 고(故) John Lewis의 100번째 생일이 됩니다. 그는 40년 넘게 함께 활동해온 The Modern Jazz Quartet(이하 MJQ)의 음악 감독이었으며, Dizzy Gillespie Orchestra, Charlie Parker Quintet 그리고 Miles Davis Nonet을 거쳐온 그의 경력은 그가 재즈 역사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은 탄생 100주년을 앞둔 John Lewis의 음악 중 7장을 골라서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글ㅣ황덕호 (음악평론가)


먼저 MJQ가 1953년부터 '55년까지 녹음한 그들의 대표작 [Django]입니다. Milt Jackson(바이브라폰), John Lewis(피아노), Percy Heath(베이스), Kenny Clarke(드럼)의 연주며, 여기 소개된 세 개의 작품은 모두 John Lewis의 작곡입니다. 'La Ronde Suite'는 Dizzy Gillespie Orchestra 시절 'Two Bass Hit'란 제목으로 발표했던 곡을 모음곡 형식으로 변주한 작품이며 당시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 Django Reinhardt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밀라노에게 각각 헌정한 'Django'와 'Milano'는 우수와 낭만으로 가득한 John Lewis의 음악성을 잘 보여준 명곡입니다.


Modern Jazz Quartet [Django]


MJQ가 1951년에 결성된 이래로 John Lewis는 이 독보적인 밴드에서 늘 음악감독을 맡았지만 한편으로 자신만의 개별적인 음악작업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갔습니다. 1956년 앨범 [Grand Encounter]는 그 대표적 앨범 중의 하나로 뉴욕에서 활동 중이었던 John Lewis와 그의 MJQ 동료 Percy Heath가 서부지역의 재즈 연주자인 Bill Perkins(테너 색소폰), Jim Hall(기타), Chico Hamilton(드럼)과 연주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2 Degrees East, 3 Degrees West'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이 점은 Miles Davis Nonet, MJQ를 거치면서 John Lewis가 완성한 쿨 사운드, 정교한 편곡이 동부가 아닌 서부지역, '웨스트코스트 재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John Lewis [Grand Encounter]


John Lewis는 그의 생에 동안에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맡았습니다. 그 중 첫 작품이 Roger Vadim 감독의 1957년 작 "No Sun in Venice"(프랑스에서의 제목은 "Sait On Jamais')으로, John Lewis와 MJQ는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직접 연주했지만, 그들은 곧 그 작품들을 자신들의 앨범을 위해 다시 녹음했습니다. 이 작업 속에서 John Lewis는 자신의 대표곡 중 하나인 'The Golden Striker'를 탄생시켰으며 애틀랜틱 레코드의 엔지니어 Tom Dowd와 함께 실내에서 실황연주를 듣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MJQ 사운드를 이 앨범을 통해 처음 완성했습니다. '56년부터 Kenny Clarke를 대신해 MJQ에 가입한 Connie Kay는 완벽한 앙상블 연주를 들려줍니다.


Modern Jazz Quartet [No Sun In Venice]


John Lewis는 1959년 또 한 편의 영화음악을 맡게 되었습니다. Harry Belafonte가 주연을 맡고 Robert Wise가 감독한 "Odds Against Tomorrow"였습니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John Lewis의 지휘 아래 MJQ의 멤버들과 Bill Evans, Jim Hall을 포함한 22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John Lewis는 영화에 사용된 작품들을 MJQ를 위한 사중주로 다시 편곡해서 '59년 앨범 [Music from Odds Against Tomorrow]로 또 다른 녹음을 남깁니다. 이때 녹음된 왈츠곡 'Skating in Central Park'는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재즈 스탠더드 넘버가 되었으며 John Lewis와 MJQ는 재즈뿐만이 아니라 영화음악에서도 가장 탁월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로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MJQ 멤버들의 탁월한 연주 기량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작곡, 편곡가였던 John Lewis의 음악성이 그 토대가 되었다는 점은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John Lewis & The Modern Jazz Quartet [Odds Against Tomorrow]


하지만 일각에서 John Lewis에 대한 비판은 "John Lewis와 MJQ의 음악은 스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한 비판은 MJQ의 연주를 성실하게 들어온 감상자들에게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은 아주 명백했는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John Lewis는 MJQ를 떠나서 자신의 편곡이 상대적으로 많이 가미되지 않은 밴드로 연주할 때면 당연히 훨씬 깊은 스윙으로 그러한 비판에 응답했습니다.

1960년 앨범 [The Wonderful World of Jazz]는 그러한 성격의 대표적인 앨범으로, 여기에 담긴 스탠더드 넘버 'Body & Soul'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Paul Gonsalves(테너 색소폰), Herb Pomeroy(트럼펫), Jim Hall(기타)의 솔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John Lewis의 피아노 반주는 우아한 스윙을 만들어 냅니다. 이미 '50년대 발표했던 그의 명곡 'Afternoon in Paris'에서 펼쳐지는 John Lewis의 솔로에서도 그 점은 아주 선명하게 들립니다. 그의 뒤를 이어 Eric Dolphy(알토 색소폰), Jim Hall(기타), Benny Golson(테너 색소폰)의 솔로가 '재즈의 멋진 세계'를 남김없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앨범에 색소포니스트로 참여한 Benny Golson의 명곡 'I Remember Clifford'에서 John Lewis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칩니다. 


John Lewis [The Wonderful World Of Jazz]


John Lewis가 평생을 걸쳐 고민했던 점은 유럽의 클래식 음악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온 대위법을 비롯한 정교한 기악적 짜임새를 어떻게 즉흥연주의 음악인 재즈에 도입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그는 Charlie Parker와 Dizzy Gillespie로부터 음악적 세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 J. S. Bach의 유산을 계승하려고 했는데 그러한 생각은 MJQ의 음반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 MJQ의 1987년 작 [Three Windows]는 뉴욕 실내 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John Lewis의 작품들이 재즈밴드와 교향악단의 협연을 위해 새롭게 편곡된 연주였습니다. 그 가운데서 'Three Windows'는 이미 John Lewis가 교향악단과의 연주를 위해 1958년에 발표했던 작품이며 'A Day in Dubrovnik'은 3악장으로 구성된 바로크풍의 '합주 협주곡'입니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의 항구 도시로, 유고슬라비아의 음악가 Bosko Petrovik의 의뢰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1악장 '오후'로 시작하여 2악장 '밤', 3악장 '아침'으로 이어지는 하루의 풍경을 담은 작품입니다. 


Modern Jazz Quartet [Three Windows]


John Lewis는 화려한 테크닉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솔로는 듣는 이로 하여금 항상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절제된 음의 선택, 그것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음의 여백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동료 Thelonious Monk, Miles Davis와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전통은 Count Basie의 터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94년 Connie Kay의 타계로 이제 더 이상 MJQ 전통의 사운드를 재현할 수 없게 되었던 1999년, 그가 피아노 독주로 녹음한 앨범 [Evolution]은, 그의 생애가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던 시점에서도, 연주의 진화, 음악의 진화를 여전히 들려주었던 감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동시에 그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음악"이라고 존경했던 Duke Ellington에게 헌정한 'For Ellington'에서 음악에 대한 끝 없는 동경을 간직했던 노대가의 정신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100번째 생일을 잊지 않고 기리는 이유는 늘 최고의 음악을 추구했던 그의 정신 때문일 것입니다.


John Lewis [Evolution]




매거진의 이전글 달빛 비추는 늦봄,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듣는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