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Vs. 스트리밍 음질 차이 (Pt. 1)

흥미진진한 Hi Fi 이야기

by Melon

작년(2019년)에 LP의 매출이 CD의 매출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골을 넘어서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정도로 해묵은 음질 논쟁이 이어졌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글ㅣ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한 일이 있었는데요. 저는 스트리밍 음원의 음질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인이 자기 집 오디오 시스템의 스트리밍 음질에 대해 이야기 좀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에도 "스트리밍이 뭐 별 거 있어? 다 똑같지."하는 찜찜한 기분으로 갔었는데요. 테스트를 위해 Dire Straits의 데뷔 앨범을 듣는데 이게 웬 걸? LP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의 음질이어서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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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소리는 아날로그 데이터입니다. 0과 1로 표현되는 이산적인(discrete) 데이터가 아닌, 연속적인(continuous) 데이터라는 의미지요. 그렇기에 CD나 스트리밍 등 디지털 데이터의 형태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샘플링(sampling) - 양자화(quantization) - 라인 코딩(line coding)으로 이어지는 PCM(Pulse Code Modulation)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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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PCM의 과정을 나타내는 그림인데요. 아날로그 데이터인 붉은 곡선이 소리라면 그 소리의 단계를 나누는, 즉 그림의 곡선을 세로 막대기로 나누는 과정이 펄스 진폭 변조(Pulse Amplitude Modulation)이고, Y축의 막대기 높이에 숫자를 매기는 과정이 양자화, 그리고 X축의 촘촘함 정도가 표본율(sampling rate)입니다. 만약 그림의 데이터를 1초에 44,100번을 샘플링한다면 이런 데이터가 16bit/44.1㎑의 데이터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과정 중에서 PAM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음질의 열화가 발생할 수 있고(곡선과 일치하는 진폭(그림으로 표현하면 막대기. 필자 주)을 구하려면 진폭을 나누는 정도가 무한대가 되어야 합니다. 필자 주), PCM 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다시 저장하는 압축 알고리즘(mp3, flac, ape, m4a 등등. 필자 주)에 의해 손실 압축과 무손실 압축으로 나뉩니다. 여기까지는 인터넷 검색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내용이죠. 그렇다면 LP가 가장 음질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왜 나온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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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는 아날로그 데이터를 아날로그 저장매체에 담아, 아날로그 방식의 앰프를 통해 신호를 증폭하고, 그 증폭된 신호를 스피커를 통해 듣습니다(아직까지 하이파이용 앰프의 대부분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증폭을 합니다. 필자 주). 즉 위의 PCM 과정을 거칠 일이 없고 그렇기에 PCM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질의 열화는 있을 수가 없죠. 그렇기에 디지털 데이터에 비해 소리가 섬세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이 의견은 일견 타당하게 들리죠.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날로그 매체, 즉 LP는 원반 위에 파진 홈을 카트리지가 지나가면서 그 진동을 전자기 유도현상으로 소리로 바꾸어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그렇기에 턴테이블에 전원을 인가하지 않고 손으로 돌려도 아주 작은 소리이긴 하지만 소리가 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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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 진정한 아날로그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녹음 – 믹싱 – 마스터링의 과정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즉 녹음도 릴 테이프에 하고, 그렇게 녹음된 릴 테이프를 믹서를 통해 하나의 음원으로 만들고, 마스터링을 해야 하죠. 이런 이유로 아날로그 릴 테이프를 가지고 무려 91번이나 믹싱을 한 'Billie Jean'이 사운드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야하는 음원이 된 것이고요.


Michael Jackson 'Billie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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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적으로 릴 테이프에 녹음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장비도 장비이거니와 과정이 번거롭고, 무엇보다 녹음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캘리브레이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제는 녹음용 릴 테이프를 캘리브레이션 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녹음의 과정 정도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고 믹싱, 마스터링은 디지털 방식으로 한다면 녹음의 과정만큼 큰 영향은 아니겠지만 이 역시 위에서 말한 PCM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는 곧 음질의 열화를 의미하는 것이고요. 즉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만들어져서 소리가 좋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앨범 뒤에 있는 SPARS 코드가 AAA인 앨범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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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제는 홈을 파는 방식입니다. LP에 소릿골을 새기는 방식에는 크게 래커 커팅과 DMM(Direct Metal Mastering) 방식으로 나뉘는데요. 둘의 차이는 원판을 새기는 매체입니다. 래커 커팅에서는 일반적인 LP와 동일한 플라스틱이, DMM 방식에서는 동판이 사용됩니다. 위 그림에서 그 차이를 알 수 있죠. LP는 이렇게 만들어진 원판의 음각을 뜬 후, 그 음각으로 마치 도장 찍듯이 플라스틱을 눌러 판을 만드는데요. 이 커팅 방식의 차이 때문에 소리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바로 고음역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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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데이터의 손상이 없는 아날로그 데이터는 고음역대의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는 치찰음이나 드럼의 심벌, 또는 높은 대역의 악기 소리가 과도하게 들리게 되며, 이럴 경우에 커팅머신의 헤드에 고전류가 흘러 커팅머신 헤드가 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LP 마스터링을 할 때에는 CD보다 고음역대의 볼륨을 낮춰 마스터링하는데 매체 특성 때문에 래커 커팅 방식과 DMM 커팅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작 작은 소리와 가장 큰 소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소리의 다이내믹스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죠.


또한 위문단에서도 말을 했지만 일반적으로 CD와 LP는 마스터링을 각각 달리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LP 전문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CD용으로 마스터링한 데이터를 그대로 커팅한다면 고음역대가 너무 시끄럽게 들리고 전체적으로 소리가 혼탁하게 들리게 되어 오히려 CD보다도 못한 소리가 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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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턴테이블의 선택 및 세팅 방식에 따라서도 음질 차이가 매우 큽니다. 우선 가장 큰 구분이 구동방식일 텐데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냐,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냐, 아이들러 휠 방식이냐에 따라 소리의 차이는 매우 크게 나타나며, 이에 못지않게 카트리지가 MM 방식이냐, MC 방식이냐에 따라서도 같은 앨범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마치 다른 앨범을 듣는 것처럼 차이가 납니다. 물론 서스펜션의 방식 차이 때문에도 소리 차이는 나죠. 심지어는 카트리지가 달려있는 암의 길이에 따라서도 소리에 차이가 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LP는 다른 오디오 기기와는 달리 진동 그 자체를 소리로 만들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진동에도 매우 민감합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턴테이블을 세팅하기 위해서는 앰프나 CD 플레이어, 네트워크 플레이어와는 별도의 랙에, 정확히 수평을 맞추고, 회전 속도는 정확한 33⅓로 맞춰야 하며, 침압도 각 카트리지에 맞는 침압에 맞게 세팅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LP가 우월한 음질을 갖기 위해서는 녹음 과정부터 집에서의 세팅까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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