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 Fi 이야기
지난주에 이어집니다.
턴테이블 세팅에 비해 스트리밍을 비롯한 음원은 세팅이 훨씬 간단합니다. 적당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만 평평한 곳에 놓고 전원만 인가하면 됩니다. 턴테이블처럼 복잡한 구조도 아니고 선택해야 할 것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통장의 잔고만 신경 쓰면 됩니다.
이론적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시 말해 SPARS 코드가 DDD인 앨범이라면 LP나 스트리밍이나 음질에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죠. 그렇다면 LP와 스트리밍의 음질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글ㅣ한지훈(오디오 칼럼니스트)
우선 D/A 컨버터의 성능에 따른 차이인데요. 아날로그 데이터인 소리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보면 턴테이블에서 소리를 만드는 부분은 카트리지이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선 D/A 컨버터가 그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D/A 컨버터의 칩 성능이 좋으면 좋은 소리가 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모닝에 포르쉐 엔진을 올린다고 모닝이 포르쉐처럼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듯이 소리는 D/A 컨버터 칩뿐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회로를 구성했는지, 전원부는 얼마나 튼튼하게 구성되었는지, 주변의 노이즈는 얼마나 잘 차단했는지에 따라 똑같은 D/A 컨버터 칩을 쓴다고 하더라도 소리는 천차만별입니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5만 원짜리 CD 플레이어가 있는 반면 1억 원이 넘는 CD 플레이어도 있는 것이고요. 어차피 디지털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라면 5만 원짜리 CD 플레이어나 1억 원이 넘는 CD 플레이어나 똑같은 소리가 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각 CD 플레이어마다 소리가 다른 겁니다.
그런데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초창기에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제작하던 회사가 아닌, 주로 디빅스 플레이어나 셋톱박스 등을 제작하던 업체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리니어 전원이 아닌 스위칭 전원을 쓰는 제품이 주를 이루었고, 오디오 기기처럼 주변의 노이즈에 섬세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오디오 기기"가 아닌 "전자제품"처럼 만든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주를 이뤘고 당연히 소리는 턴테이블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감성적인 측면도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요즘 카세트테이프나 LP가 다시 유행하는 게 LP는 몰라도 카세트테이프가 결코 음질이 좋아서 유행하는 건 아닙니다.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지 못했던 세대에겐 레트로가 주는 편안한 분위기에, 그리고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세대에겐 추억이 주는 따뜻함 때문에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이죠.
턴테이블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아주 잘 세팅하지 않는 한 살짝 잡음이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증폭율이 낮은 MC 카트리지보다는 증폭율이 높은 MM 카트리지에서, 다이렉트 드라이브 구동방식에서, 진동에 취약한 리지드 서스펜션 방식에서 이런 잡음은 커지죠. 하지만 지직거리는 잡음이 반드시 안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추억의 소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로우파이가 유행하게 된 것이죠.
이런 이유들로 LP를 사용하는 턴테이블에 비해 스트리밍 음원을 사용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음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지만 제 생각에는 더 이상 손볼 곳이 없을 정도로 잘 세팅된 턴테이블에서 듣는 음질이 100이라면 하이엔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듣는 음질은 최소한 90 이상은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요.
요 몇 년 사이에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업체들이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원부와 노이즈 차단, 그리고 회로 설계 기술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면서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기 자체의 성능이 좋아졌고, 또 다른 이유로는 물론 네트워크 플레이어에는 버퍼가 있어서 네트워크가 다소 불안정하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네트워크 환경이 안정적이고 빠릅니다. 그렇기에 네트워크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최소화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100이 아니라 90 이상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일반적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음원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음원에 비해 게인이 높고, 리마스터링 음원일 경우 이런 현상이 심해집니다. 한 마디로 컴프레서 이펙터를 쓴 것 같은 효과가 나고 그렇기에 제대로 세팅된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들을 경우 답답함을 느낄 수 있죠.
또 다른 이유로는 지난주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날로그인 소리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려면 안티 앨리어싱 현상이 발생하고 바로 이런 이유로 소리의 세밀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악기의 수가 많지 않은 일반 대중음악보다는 악기의 수가 많은 클래식 대편성 관현악곡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즉 Billie Holiday의 'I'm A Fool To Want You'에서보다는 베토벤 교향곡 9번처럼 대편성 관현악곡에서 더 잘 느낄 수 있죠. 그렇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한 클래식 관현악곡을 LP로 듣다가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뭔가 세밀한 부분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단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해상도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닙니다. 해상도보다는 각 악기의 음색의 차이 같은 부분이 두드러지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수십 년 전에 녹음된 LP 원판이 어처구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 것이고요.
정리를 해볼까요?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된 대편성 관현악곡을 아주 잘 세팅된 턴테이블과 하이엔드 오디오 장비를 통해 듣는다면 소리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의 수가 많지 않은 일반적인 팝 음악이나 대중가요를 듣는다면 그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또한 턴테이블을 잘 세팅해서 듣는 사람도 흔치 않고요. 물론 황금귀들은 그 미묘한 차이도 잘 캐치하겠지만 전 아직까지 그 정도의 황금귀는 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때, 즉 집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소스 기기로 쓰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음악을 들을 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인터넷 공유기의 어댑터와 네트워크 케이블을 바꿔보세요.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케이블이 무슨 상관인가? 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시도해볼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인터넷 공유기의 전원부는 거의 대부분 스위칭 전원을 쓰는데 스위칭 전원은 구조적으로 전자기적 잡음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렇게 발생한 전자기적 잡음은 그대로 네트워크 케이블을 타고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전해져 음질을 저하시킵니다. 그렇기에 인터넷 공유기의 어댑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터넷 공유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적 잡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는 네트워크 케이블을 통해 유입되는 노이즈의 양이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케이블을 바꿔보라는 이유 역시 비슷한 이유인데요. 저가의 네트워크 케이블은 단자와 체결 시에 유격이 있고 이 유격은 그대로 노이즈에 노출됩니다. 그렇기에 체결력이 좋은 단자가 달린 케이블,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케이블이라면 UTP Cat. 7 정도 등급의 케이블로 바꾸면 잘 세팅된 오디오의 경우 음질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선재가 금이나 은 뭐 그런 비싼 케이블로 바꿔보시라는 게 아니라 그저 체결력이 좋은 케이블로 바꿔보시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