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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y 12. 2020

드레이크의 숨 고르기

장르 인사이드 #힙합

Drake는 대표적인 2010년대의 팝스타다. 그는 믹스테입과 1집에서 싱잉랩을 선보이며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PBR&B란 장르를 메인스트림에 안착했으며, [If You're Reading This It's Too Late]와 [Views]를 통해 트랩 사운드를 구사하며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리하여 Drake는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 곡과 탑 텐 곡을 보유한 래퍼란 타이틀과 함께, 1년 중 29주 동안 1위를 달성한 기록을 세우며 팝 음악 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남게 되었다.

최근 그는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기 전 믹스테입 [Dark Lane Demo Tapes]를 발표했다. 믹스테입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된 노래들은 물론, 인터넷에 유출된 트랙과 그의 미공개 곡들이 한데 수록되어 있다. Drake는 믹스테입을 다음 앨범에서 보여줄 사운드와 나름의 음악적 시도를 한 데 모아 놓은 작품이라 일컬었다. 그렇다면 그의 이번 믹스테입에서는 어떤 트랙을 눈여겨 들어 보면 좋을까?


글ㅣ힙합엘이


Chicago Freestyle

지난 2월 말 Drake의 SNS를 통해 뮤직비디오와 함께 깜짝 공개된 트랙이다. 트랙은 음울한 분위기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미니멀한 트랩 리듬으로 이뤄져 있다. 곡에서 Drake는 Eminem의 'Superman'을 자연스레 구절에 녹여내는 건 물론, 공허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마음을 가사로 표현한다. 


커리어 초기 Drake는 자신의 연약한 모습과 우울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가사 덕분에 기성 래퍼와 차별화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때문에 곡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는(?) Drake의 모습이 잘 드러낸 트랙이라 칭할 수 있다. 곡의 피처링에는 저음의 보컬로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입소문을 얻고 있는 Giveon이 참여했다. 이는 재능 있는 신인을 과감히 기용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 온 Drake의 남다른 안목과 지난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Drake - Chicago Freestyle (Feat. Giveon)

Drake - When To Say When


Not You Too

Drake의 보컬은 어딘가 보듬어주고 싶은 위태로운 맛이 있다. 이번 믹스테입에서는 R&B 넘버인 'Not You Too'에서 그 특유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Drake는 PBR&B 특유의 몽환적인 프로덕션에서 나름 유려한(?) 보컬을 얹어내어 곡의 무드를 한층 심화해 나간다. 가사 역시 사랑에 실패한 채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이성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드러내며 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실 트랙의 감상포인트는 따로 있는데, 바로 Drake와 Chris Brown의 컬래버레이션 트랙이라는 점이다. 둘은 한때 클럽에서 몸싸움할 정도로 사이가 험악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Drake가 공연에 Chris Brown을 초대해 화해했고, 최근에는 서로의 앨범에 피처링할 정도로 사이가 돈독해졌다. 'Not You Too'에서도 근사한 합을 보여준 만큼 서로의 앨범에서 콜라보 트랙을 자주 들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Drake - Not You Too (Feat. Chris Brown)

Drake - Deep Pockets


Toosie Slide

Drake는 사실 Meme 마케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팬들에게 꾸준히 즐길 거리를 제공했던 뮤지션이다. 틱톡이 대세로 떠오른 요즘도 그 감각은 여전한데, 'Toosie Slide'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우선 Drake는 곡에서 틱톡커들을 겨냥해 간단한 동작을 춤으로 만들게끔 가사를 썼다. 또한, 팝의 황제 Michael Jackson을 인용해 듣는 재미를 줬다.


더 나아가 그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위해 Roddy Ricch의 'The Box' 춤으로 인기를 끌던 댄서 Toosie의 팀에게 안무를 부탁했다. 이들은 한 시간 만에 춤을 짠 뒤 틱톡에 노래와 영상을 공개했다. 선 공개된 곡과 영상은 당시 안무를 한 이들의 이름을 따 'Toosie Slide'란 제목이 붙여졌고, 노래는 #Toosieslidechallenge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곧바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이로서 Drake는 가장 많은 1위 데뷔곡을 보유한 가수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


Drake - Toosie Slide

Drake – Desires (Feat. Future)


Time Flies

Drake의 싱잉랩은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편이다. 덕분에 프로덕션의 무드와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감흥을 더욱 자아낸다. 이번 믹스테입에선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Time Flies'을 통해 Drake의 매력적인 싱잉랩을 만끽할 수 있다. 곡은 편안한 신디사이저 소리와 함께 하이햇이 빠르게 반복되는 건 물론, 달달한 멜로디의 랩이 얹혀 있다. 덕분에 트랙은 야간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에게 딱 어울릴 거 같다.


여담이지만 Drake는 'Time Flies'를 Future와 함께 한 싱글인 'Life Is Good'의 얼터너티브 버전이라 칭했다. 이에 화답하듯 Future의 여자친구는 지난 5월 초 Future의 보컬이 담긴 곡을 SNS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Drake의 새 앨범에 해당 버전이 수록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미 Future의 목소리가 녹음된 트랙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니 기대를 하고 지켜보도록 하자.


Drake - Time Flies

Drake – Landed


D4L

트랩에 대한 Drake의 애착은 여러 앨범에서 진하게 드러난다. 이번 믹스테입에서는 'D4L'을 통해 그 사랑을 파악할 수 있을 거다. 'D4L'은 시카고 출신의 래퍼 Dreezy와 2 Chainz가 만든 원곡 '2nd To None' 을 리믹스한 트랙이다. 제목은 'Laffy Taffy'란 히트곡으로 유명한 애틀란타 출신의 더리 사우스 그룹인 D4L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곡의 피처링으로는 애틀란타의 트랩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Young Thug과 Future가 참여했으며, 프로듀서로는 Southside가 참여해 트랩의 문법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곡의 참여진들은 각자의 레이블에 대한 샤라웃을 잊지 않는 건 물론이며, D4L을 비롯해 Lil Wayne과 같이 남부 힙합의 흐름을 이룩한 뮤지션들을 가사에 자연스레 담아내기도 한다. 덕분에 청자들은 곡을 통해 트랩 음악의 현재와 과거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다.


Future, Drake, Young Thug – D4L

Drake - Losses


Pain 1993

Playboi Carti는 힙합 팬들에게 미뤄지는 앨범 발매로 인해 애증의 존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 힙합 팬들을 위해 Drake가 나섰으니. 바로 Playboi Carti의 앨범에 수록될 것으로 보였던 'Pain 1993'을 이번 믹스테입에 수록한 것이다. 둘의 조합은 패션 디자이너 Ian Connor의 주선으로 인해 성사되었으며, Ian Connor는 이전부터 자신의 SNS에 둘의 콜라보를 언급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모은 바 있다. 


'Pain 1993'의 프로듀서로는 Playboi Carti의 단짝인 Pi'erre Bourne이 참여했으며, 이 셋이 한 데 뭉친 건 처음이다. 그리하여 공개된 곡은 Drake의 타이트한 랩과 튠을 과하게 먹여 마치 아기가 된 듯한 Playboi Carti의 멈블랩을 함께 들을 수 있다. 비록 곡은 외국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Playboi Carti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갑다.


Drake - Pain 1993 (Feat. Playboi Carti)

Drake - From Florida With Love


Demons

Drake는 영국의 언더그라운드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트렌드세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그가 관심을 보이는 건 UK Drill이다. 지난해에 그는 영국의 범죄 드라마 "Top Boy" OST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영국의 뮤지션들과 함께 Drill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믹스테입 역시 마찬가지로 Drake는 'Demons'에서 UK Drill을 선보이고 있다. 트랙은 스산한 무드의 사운드 샘플과 귀를 자극하는 저음의 베이스와 리듬 파트가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곡의 피처링으로 참여한 Fivio Foreign과 Sosa Geek 둘 다 미국 브루클린 기반의 래퍼라는 점이다. 이는 브루클린의 음악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UK Drill 음악을 접한 뒤, 이를 구사하며 브루클린만의 독자적인 Drill 신을 구축해 온 덕분이다. 브루클린 Drill 음악을 대표하는 이로는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Pop Smoke가 있으니 참고해 감상하면 좋겠다.


Drake - Demons (Feat. Fivio Foreign & Sosa Geek)

Drake –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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